앤쓰로픽, 딜로이트·IBM과 손잡고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 속도


앤쓰로픽(Anthropic)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 IBM과 잇달아 파트너십을 맺으며 기업용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월 6일 딜로이트와의 대규모 제휴를 발표한 데 이어 다음 날 IBM과의 협력까지 공개하면서 오픈AI를 제치고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anthropic ibm deloitte - 와우테일

앤쓰로픽은 10월 6일 딜로이트와 제휴를 확대해 전 세계 150개국 47만 명 직원에게 자사 AI 어시스턴트 클로드(Claude)를 배포한다고 밝혔다. 앤쓰로픽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엔터프라이즈 배포 사례다. 두 회사는 지난해 처음 파트너십을 맺은 뒤 협력의 폭을 넓혀왔다.

딜로이트는 이번 제휴로 ‘클로드 센터 오브 엑설런스’를 세운다. 클로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센터는 도입 가이드를 만들고, 실제 적용 사례를 공유하며, 기술 지원을 통해 AI 시범 프로젝트를 실제 업무 환경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 회사는 딜로이트 직원 1만 5천 명을 대상으로 클로드 교육·인증 프로그램도 함께 만든다.

딜로이트 글로벌 기술·생태계 책임자 란짓 바와는 “책임 있는 AI에 대한 접근 방식이 일치해 앤쓰로픽 플랫폼에 상당한 투자를 하게 됐다”며 “앞으로 10년간 기업 운영 방식을 함께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금융, 헬스케어, 생명과학, 공공 서비스 등 규제가 까다로운 산업에 맞는 AI 솔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앤쓰로픽 최고 상업 책임자 폴 스미스는 “복잡하고 중요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앤쓰로픽을 선택하는 건 클로드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컴플라이언스와 통제 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사 모두 재정과 인력 측면에서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앤쓰로픽은 다음 날인 10월 7일 IBM과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발표하며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번 협력으로 클로드는 IBM 소프트웨어에 통합돼 보안과 거버넌스, 비용 관리는 물론 생산성까지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클로드는 먼저 IBM의 새 AI 기반 통합 개발 환경(IDE)에 들어간다. 이 개발 도구는 소프트웨어 개발 전 과정에서 필요한 작업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IBM은 초기 테스트 결과 코드 품질과 보안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이 평균 45% 올랐다고 밝혔다.

IBM 소프트웨어 부문 수석 부사장 디네시 니르말은 “IBM은 수십 년간 기업용 기술의 중심이었고, 중요한 업무 환경에서 대규모로 AI를 적용하는 방법을 잘 안다”며 “이번 파트너십으로 고객들이 기대하는 보안과 신뢰성을 지키면서도 최신 AI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앤쓰로픽 최고 제품 책임자 마이크 크리거는 “기업들은 자사 코드와 데이터, 일상 업무를 실제로 맡길 수 있는 AI를 원한다”며 “안전성과 신뢰성에 집중한 덕분에 클로드는 글로벌 대기업 개발자들이 선택하는 AI가 됐다”고 강조했다.

IBM과 앤쓰로픽은 함께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활용한 안전한 엔터프라이즈 AI 에이전트 설계’ 가이드도 만들었다. 업계 최초로 에이전트 개발 라이프사이클(ADLC)에 초점을 맞춘 이 가이드는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배포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에이전트 AI를 도입하면서 기존 IT 프로세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방법론은 엔터프라이즈 AI 에이전트 개발과 운영, 보안에 필요한 기업 수준의 접근법을 담았다.

IBM은 자사가 여러 산업에서 AI를 적용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모범 사례 가이드, 참조 아키텍처, 오픈소스 도구 등을 MCP 커뮤니티에 제공하며 AI 배포 표준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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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쓰로픽의 연이은 대형 파트너십은 기업용 AI 시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온 회사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벤처 캐피털 멘로 벤처스가 2025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앤쓰로픽은 엔터프라이즈 대형 언어 모델 시장에서 32%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오픈AI 25%, 구글 20%보다 앞선 수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오픈AI가 50%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역전이다.

특히 코드 생성 분야에서 클로드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앤쓰로픽은 이 분야에서 42% 점유율로 오픈AI(21%)의 두 배를 기록했다. 2024년 6월 출시한 클로드 3.5 소넷과 2025년 2월 나온 클로드 3.7 소넷이 이런 성장의 발판이 됐다.

앤쓰로픽은 설립 4년 만에 기업 고객 30만 곳을 확보했고, 이 중 80%가 해외에서 나온다. 2025년 9월 기준 연 10만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대형 계정이 1년 사이 7배 가까이 늘었다. 앤쓰로픽의 연간 반복 매출은 2025년 초 10억 달러에서 8월 5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앤쓰로픽은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려고 2025년 해외 인력을 3배로 늘릴 계획이며, 크리스 시아우리를 국제 사업 총괄로 임명했다. 9월에는 아이코닉 주도로 130억 달러 투자를 받아 기업 가치가 1,830억 달러로 평가됐다. 2025년 3월 시리즈 E에서 615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뛴 셈이다.

딜로이트와의 파트너십 발표 타이밍은 좀 아이러니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호주 고용·직장관계부는 딜로이트가 작성한 보고서에 AI 환각 현상이 있어 43만 9천 호주 달러 규모 계약의 마지막 대금을 환불하기로 했다. 해당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 학술 논문을 여러 번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정본은 지난주 부처 웹사이트에 올라왔다.

이는 AI가 기업 환경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겪는 성장통을 보여준다. 5월 시카고 선 타임스는 연례 여름 독서 목록에 AI가 만든 가짜 책 제목을 실었다가 인정했고, 비즈니스 인사이더 내부 문서를 보면 아마존 AI 생산성 도구 Q 비즈니스도 첫해 정확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앤쓰로픽 역시 올해 초 음악 출판사와의 법적 분쟁에서 클로드가 만든 허위 인용을 썼다가 변호사가 사과해야 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AI가 가져다주는 생산성 향상과 비즈니스 혁신 가능성이 초기 기술적 한계보다 크다는 판단에서다. 딜로이트 란짓 바와는 “고객들은 당연히 ‘너희도 쓰고 있어?’라고 묻는다”며 “고객에게 더 나은 조언을 하고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부터 써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멘로 벤처스 보고서는 기업이 AI 모델을 고를 때 가격보다 성능을 먼저 본다고 강조한다. 모델 가격이 10배 떨어져도 기업들은 비용을 아끼려고 구형 모델을 쓰는 대신 성능이 가장 좋은 모델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새 모델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레거시 시스템 비용 절감보다 업무 효율을 우선한다.

앤쓰로픽의 성공은 단순히 강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안전성과 신뢰성, 규제 준수에 집중한 기업 친화적 접근에서 나왔다. 클로드는 고급 데이터 보호, 세밀한 사용자 관리, 기존 IT 시스템과의 매끄러운 연동, 산업별 거버넌스 통제 등 기업에 필요한 기능을 갖췄다.

딜로이트와 IBM 파트너십은 앤쓰로픽이 AI 연구 기업에서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 제공업체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앤쓰로픽은 9월 슬랙 통합을 발표한 데 이어 글로벌 대기업들과 손잡으며 클로드를 기업 업무의 중심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업계는 앤쓰로픽의 이런 전략이 엔터프라이즈 AI 시장 판도를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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