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코드로 AI에 기억력을 심다… 멤제로, 2400만 달러 투자 유치


챗GPT에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복사 붙여넣기 하고, 어제 설명한 선호사항을 오늘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기억’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AI 에이전트 메모리 인프라 플랫폼 멤제로(Mem0)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멤제로는 시드와 시리즈A를 합친 2400만 달러(약 33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mem0 seriesA funding - 와우테일

시드 라운드는 킨드레드벤처스(Kindred Ventures)가, 시리즈A는 베이시스셋벤처스(Basis Set Ventures)가 이끌었다. 피크XV파트너스(Peak XV Partners), 깃허브펀드(GitHub Fund), Y콤비네이터(Y Combinator)도 투자에 참여했다. 엔젤 투자자 명단도 화려하다. 허브스팟(HubSpot)의 더메쉬 샤(Dharmesh Shah), 전 어도비 CPO 스콧 벨스키(Scott Belsky)를 비롯해 데이터독(Datadog), 슈파베이스(Supabase), 포스트호그(PostHog), 웨이츠앤바이어시스(Weights & Biases) 등 주요 인프라 기업 CEO들이 대거 참여했다.

2024년 1월 출시된 멤제로는 개발자들이 단 세 줄의 코드로 AI 시스템에 영구 메모리 기능을 심을 수 있게 해준다. 과거 대화에서 중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충돌하거나 오래된 정보는 삭제하며, 필요한 순간 정확히 관련 내용을 끄집어낸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구현하려면 엄청나게 복잡하다. 시맨틱 검색으로는 미묘한 맥락을 보존하기 어렵고, 새 선호사항과 옛 선호사항이 충돌하고, 최신 정보가 오래된 데이터에 묻히는 문제가 발생한다.

멤제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깃허브 스타 4만 1000개, 파이썬 패키지 다운로드 1400만 회를 기록했다. API 호출 건수는 2025년 1분기 3500만 건에서 3분기 1억 8600만 건으로 폭증했다. 크루AI(CrewAI), 플로와이즈(Flowise), 랭플로우(Langflow) 같은 주요 에이전트 프레임워크가 멤제로를 기본 탑재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신규 에이전트 SDK의 독점 메모리 제공자로 멤제로를 선택했다. 스타트업부터 포츈 500대 기업까지 수천 개 팀이 실제 제품에 멤제로를 쓰고 있다.

베이시스셋벤처스의 란 쉬에자오(Lan Xuezhao) 파트너는 “메모리는 AI의 미래를 위한 기초”라며 “멤제로 팀이 AI 시스템에 지속적이고 맥락적인 메모리를 심는,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인프라 과제를 해결하고 있어 투자를 늘렸다”고 밝혔다.

멤제로의 CEO 타란짓 싱(Taranjeet Singh)은 인도 최대 스타트업 중 하나인 페이티엠(Paytm)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카타북(Khatabook)의 첫 성장 엔지니어로 일했다. 2022년 말 퇴사 후 초기 GPT 앱 스토어를 만들어 100만 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이후 비정형 데이터 검색을 위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엠베드체인(Embedchain)을 만들어 깃허브 스타 8000개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데쉬라지 야다브(Deshraj Yadav)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AI 플랫폼을 이끈 인물이다. 두 사람이 오픈소스 캐글 대안 이벌AI(EvalAI)를 함께 만든 인연이 멤제로로 이어졌다. 전환점은 인도 요가 수행자 사드구루에서 영감받은 명상 앱이었다. 인도에서 입소문을 타자 사용자들이 “명상 여정을 이어가는데 앱이 기억을 못한다”는 피드백을 쏟아냈고, 이것이 멤제로 탄생의 씨앗이 됐다.

AI 메모리 시장에는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펠리시스벤처스(Felicis Ventures)가 투자한 레타(Letta), 19세 창업자 드라비아 샤(Dhravya Shah)가 만든 슈퍼메모리(Supermemory), 삼성이 투자한 메모리즈닷에이아이(Memories.ai) 등이 대표적이다. 슈퍼메모리는 최근 3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받으며 낮은 지연시간을 무기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AI 랩들도 메모리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오픈AI(OpenAI)는 2024년부터 챗GPT에 장기 메모리 기능을 테스트해왔고, 샘 올트먼(Sam Altman) CEO는 “사람들은 메모리를 원한다”며 지속적 메모리가 오픈AI의 차기 하드웨어 기기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4월 오픈AI는 챗GPT가 모든 과거 대화를 참조할 수 있는 강화된 메모리 기능을 선보였다. 다른 AI 랩들도 자체 메모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싱은 “대형 AI 랩들이 메모리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이를 이식 가능하거나 상호운용 가능하게 만들 동기가 없다”며 “LLM이 범용화되면서 메모리가 그들의 핵심 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멤제로는 스스로를 ‘AI 메모리의 스위스’로 포지셔닝한다. 모든 모델, 모든 프레임워크, 모든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중립적 메모리 레이어를 지향한다.

멤제로는 세 가지 원칙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첫째, 모든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에 메모리를 필수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중립성 유지다. 대형 AI 랩이 메모리를 고객 락인 수단으로 쓰는 것과 달리, 멤제로는 어떤 제공자에도 종속되지 않는 메모리를 제공한다. 셋째, 이식 가능성이다. 연락처가 여러 기기를 넘나드는 것처럼, AI 메모리도 앱과 에이전트를 가로질러 사용자를 따라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싱은 “AI 역량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지만, 증가하는 지능과 기억 능력 부족 사이의 격차는 여전히 중요한 병목”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이들이 자신과 세상을 위해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