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인더스트리스, 창립 3년 만에 10억 달러 조달…드론 방어 시장 선도


방산 기술 스타트업 카오스 인더스트리스(CHAOS Industries)가 밸로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 주도로 5억 1,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번 시리즈 D 라운드로 카오스의 기업가치는 45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창립 3년 만에 누적 투자액 1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불과 4개월 전에 2억 7,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를 마쳤는데, 또다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chaos industries team - 와우테일

이번 투자에는 기존 투자사인 8VC와 액셀(Accel)도 참여했다. 밸로 에쿼티의 창업자이자 CEO인 안토니오 그라시아스(Antonio Gracias)는 CHAOS 이사회에 새로 합류한다. 그는 테슬라 이사(2007~2021년)를 지냈고 일론 머스크의 오랜 사업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밸로는 스페이스X, 안두릴(Anduril), 뉴럴링크 등 머스크의 기업들을 포함해 방산 기술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카오스는 ‘CDN(Coherent Distributed Networks·코히어런트 분산 네트워크)’이라는 기술을 핵심으로 드론과 자율 무기 위협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간단히 말하면 여러 개의 레이더와 센서를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처럼 연결해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위협을 기존보다 최대 10분 더 빨리 감지할 수 있고, 군이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드론 위협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5,600대 이상의 드론을 날렸다. 8월보다 38% 늘어난 수치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미국 남부 국경에서도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밀수와 정찰 목적으로 드론을 쓰는 일이 잦아지면서 국토안보부와 국방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존 테넷(John Tenet)은 “이번 투자는 우리의 장기 비전이 인정받았다는 증거이자, 실리콘밸리 출신 개발자들과 방산·정부 분야 리더들이 모인 팀의 성과”라며 “에글린 공군기지와의 협력 같은 최근 성과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테넷은 방산 기술 분야에서 여러 번 창업한 경험이 있다. 조지타운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2018년 전자기파 무기 전문 스타트업 에피루스(Epirus)를 공동 창업했고, 벤처캐피털 8VC에서 파트너로도 일했다. 카오스를 만들 때도 에피러스 출신인 보 마(Bo Marr) 박사, 팔란티어(Palantir)와 영국 정보기관 경력의 개빈 후드(Gavin Hood), 8VC 출신 브렛 커밍스(Brett Cummings)가 함께했다. 올해 4월에는 전 CIA 국장 조지 테넷(George J. Tenet)을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밸로 에쿼티의 그라시아스는 “자율 무기가 전장에서 의사결정 시간을 계속 줄이고 있다”며 “카오스는 미군과 동맹군이 시간적 우위를 되찾는 데 필요한 센싱과 타이밍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995년 밸로를 창업한 이래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이사를 역임하며 머스크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현재 밸로는 약 26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안두릴, 뉴럴링크, 레딧 등에 투자하고 있다.

카오스는 최근 무선 시간 동기화 기술 분야 선두업체인 지바 코퍼레이션(Ziva Corporation)을 인수했다. 분산된 레이더와 센서들이 정확히 같은 시간 기준으로 움직여야 탐지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지바의 기술이 이 부분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에글린 공군기지로부터 190만 달러 규모의 계약도 따냈다. 다중 물체 추적용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자율주행 로봇 전문 기업 포르테라(Forterra)와도 손잡고 드론 방어 기술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산 기술 분야의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2025년 방산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는 280억 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드론 관련 기업들이 전체 투자의 60%를 가져갔다. 현재 9개의 방산 유니콘 중 5곳이 드론을 만든다. 안두릴(Anduril)은 올해 6월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주도로 25억 달러를 투자받아 기업가치 30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해양 자율주행 군함 전문 기업 사로닉(Saronic)은 2월 6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40억 달러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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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가 경쟁하는 상대는 안두릴, 쉴드 AI(Shield AI), 팔란티어 같은 기업들이다. 안두릴은 2025년 미 육군의 차세대 드론 방어 시스템 사업자로 선정됐고, 미 해병대로부터 6억 4,200만 달러 규모의 10년 계약도 따냈다. 팔란티어는 안두릴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데이터 분석과 자율 운영 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다. 안두릴은 OpenAI와도 손잡고 AI 기반 드론 방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높은 기업가치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부 계약 실적은 아직 제한적이다. 카오스가 공개한 계약은 200만 달러짜리 공군 프로젝트가 전부다. 하지만 테넷 CEO는 앞으로 수십 건의 계약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투자 유치와 실제 수익성 사이의 간극을 우려한다. 벤처캐피털 아크엔젤 벤처스(Archangel Ventures)의 니콜라스 넬슨은 “드론 분야 일부는 과열 조짐을 보인다”며 “많은 스타트업이 차별화 없이 같은 고객만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구조적 수요가 투자 열기를 뒷받침한다고 본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7,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늘었다. 냉전 종식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EU는 2030년까지 8,000억 유로, 미국은 1조 달러 이상을 방산에 쏟아부을 전망이다. 프로테고 벤처스(Protego Ventures)의 리탈 레셈은 “방산 기술은 단일 분야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AI, 자율주행, 우주, 에너지, 첨단제조를 아우르는 거대한 영역”이라며 “투기적 과열이 아니라 자본이 드디어 이 분야의 전략적 중요성에 맞춰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카오스는 조달한 자금으로 제품 개발과 제조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로스앤젤레스 본사 외에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런던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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