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행정업무 30% 줄이는 ‘보이제’, 5000만 달러 투자유치


독일 베를린의 간호 AI 스타트업 보이제(voize)가 발더튼 캐피털(Balderton Capital) 주도로 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HV 캐피털(HV Capital), 레드알파인(Redalpine),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HPI 벤처스(HPI Ventures) 등 기존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Voize co founders - 와우테일

간호사들이 근무 시간의 30%를 서류 작업에 쓴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만 매년 55억 시간, 2460억 달러의 인건비가 행정업무로 날아간다. 의사를 위한 AI 비서는 많지만, 간호사 전용 솔루션은 거의 없었다. 업무 방식 자체가 다른데도 말이다.

보이제는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면서 말하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듣고 자동으로 기록한다. 전자의료기록(EHR) 시스템과 통합돼 있어서 간호사들은 따로 기록할 필요 없이 환자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에서 오프라인으로 작동한다는 게 특징이다. 와이파이가 끊겨도 계속 쓸 수 있다.

보이제의 AI 모델은 처음부터 간호 업무에 맞춰 자체 개발됐다. 복잡한 의학 용어는 물론 지역 방언, 비원어민 간호사의 말까지 정확하게 이해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1100개 요양시설에서 7만5000명 넘는 간호사가 쓰고 있다. 교대 근무 시간을 최대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효과가 워낙 좋다 보니 일부 요양시설은 아예 채용 공고에 “보이제 사용”을 내세울 정도다.

창업 배경도 독특하다. 쌍둥이 형제인 파비오 슈미트버거(CEO)와 마르셀 슈미트버거(COO), 에릭 지글러(CTO)가 2020년 함께 창업했다. 할아버지가 요양원에 입소하면서 간호사들이 서류 작업에 시달리는 걸 직접 보고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수만 시간 동안 간호사들과 함께 제품을 다듬었다.

투자금은 유럽 확장과 미국 진출에 쓰인다. 발더튼 캐피털의 다니엘 워터하우스는 “간호사는 모든 의료 시스템의 중추인데 행정업무에 압도당하고 있다”며 “보이제는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간호 인력 부족은 전 세계적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50만 명의 간호사가 부족할 거라고 전망한다. 유럽만 120만 명, 미국은 매년 45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업무가 간호사들을 번아웃으로 몰아넣고 이직률을 높이는 악순환이다.

보이제가 진출할 미국 시장엔 이미 경쟁자들이 있다. 에이브리지(Abridge)는 최근 53억 달러 가치로 3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앰비언스(Ambience)는 7월 시리즈C에서 2억43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다만 이들은 주로 의사를 타깃으로 한 반면, 보이제는 간호사에 특화했다는 점이 다르다. 간호사의 업무 흐름과 언어를 이해하는 AI를 처음부터 만들었기 때문이다.

파비오 슈미트버거는 “간호사들은 사람을 돌보려고 이 일을 시작했는데 행정업무 때문에 떠난다”며 “기술은 뒤에 있어야 하고 사람이 앞에 나와야 한다. 간호사들이 다시 일의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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