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AI로 공장 다운타임 절반 줄인 ‘세리온’, 1,800만 달러 투자유치


공장이 예고 없이 멈추면 돈이 줄줄 샌다. 자동차 공장은 시간당 230만 달러, 전 세계 제조업 전체로 보면 연간 1조 4,000억 달러가 다운타임 비용으로 날아간다. 2019년 이후 이 비용이 319%나 치솟았다. 에너지값 상승에 공급망까지 꼬이면서 공장 관리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스위스 스타트업 하나가 이 문제를 AI로 풀겠다며 나섰다.

Cerrion Team photo - 와우테일

취리히에 본사를 둔 세리온(Cerrion)이 1,8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스포티파이(Spotify)와 클라르나(Klarna)를 초기에 발굴한 유럽 명문 VC 크레안덤(Creandum)이 라운드를 이끌었다.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 고트캐피탈(Goat Capital), 10x 파운더스(10x Founders), 세션(session VC) 등 기존 투자사도 후속 투자에 참여했고, 해리 스테빙스(20VC 설립자), 토마스 울프(허깅페이스 공동창업자), 가렛 랭글리(플록세이프티 창업자) 같은 유니콘 창업자 출신 엔젤들도 합류했다.

세리온이 내세우는 건 ‘AI 비전 에이전트’다. 공장에 이미 설치된 카메라에 AI를 얹어 생산라인을 24시간 감시한다. 공정 이탈, 품질 불량, 안전 위험이 포착되면 곧바로 기계를 세우거나 컨베이어 속도를 늦추고 알람을 울린다. 사람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실시간으로 살피면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도입 공장들은 문제 해결 속도가 50%까지 빨라졌고, 다운타임과 불량품 손실도 절반으로 줄었다.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카림 살레(Karim Saleh)는 이력이 독특하다. ETH 취리히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면서 이집트 수구 국가대표 주장으로 세계선수권에 세 차례 출전했다. 창업 전에는 스타트업 30곳 이상의 MVP 개발을 도운 유니콘랩스(Unicorn Labs)를 운영했다. 공동창업자 니콜라이 코비셰프(Nikolay Kobyshev)는 ETH 취리히 컴퓨터 비전 박사 출신 연쇄 창업자다. 그가 이전에 만든 공항 지상작업 모니터링 솔루션 아사이아(Assaia)는 현재 전 세계 40개 공항에서 쓰이고 있다.

세리온 플랫폼은 유니레버(Unilever), 리델(Riedel), 쇼트츠비젤(Schott Zwiesel), 시세캄(Sisecam), 베랄리아(Verallia) 등 글로벌 제조사에 이미 도입됐다. 유리, 식품, 목재, 소비재 산업에 걸쳐 3개 대륙 15개국에서 돌아가고 있고, 펩시, 코카콜라, 화이자,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는 공장들이 주요 고객이다. 파일럿으로 시작했다가 몇 달 만에 전사 도입으로 확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제조업 AI 비전 시장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딥러닝 선구자 앤드류 응(Andrew Ng)이 설립한 랜딩AI(Landing AI)는 2021년 시리즈 A에서 5,7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뒤, 올해 9월 산업용 로봇 대기업 ABB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ABB는 랜딩AI의 비전 AI 기술을 자사 로봇 소프트웨어에 통합해 배포 시간을 8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애플 출신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은 2022년 시리즈 C에서 5,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누적 8,000만 달러 이상을 확보했다. 허니웰, 보스, 모토로라 같은 전자제품 브랜드가 주요 고객이다. 이후 추가 펀딩은 없지만, 2023년 지멘스 다이나모 프로그램, 2024년 엔비디아 메트로폴리스 합류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넓히고 있다.

세리온과 같은 스위스 취리히 기반의 에톤AI(EthonAI)도 주목할 경쟁자다. ETH 취리히 스핀오프로 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인덱스벤처스(Index Ventures) 주도로 1,650만 달러 시리즈 A를 유치했다. 지멘스, 린트 초콜릿 등이 고객이며, 품질 불량 감지와 근본 원인 분석에 특화돼 있다. 40년 넘게 머신 비전 업계를 이끌어온 코그넥스(Cognex)는 나스닥 상장사로, 2024년 AI 기반 3D 비전 시스템을 출시하며 여전히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다.

세리온의 차별점은 ‘자율 개입’이다. 대부분의 경쟁 솔루션이 결함을 감지해 알려주는 데 그치는 반면, 세리온은 문제가 발견되면 직접 기계를 세우거나 속도를 조절한다. 기존 카메라 인프라를 그대로 쓸 수 있어 도입 문턱도 낮다.

Cerrion image - 와우테일

크레안덤의 하넬 바베자(Hanel Baveja) 파트너는 “제조업은 AI가 아직 변혁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몇 안 되는 거대 산업이었다”며 “세리온은 기존 생산 환경에 바로 붙여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운영자들이 전에는 볼 수 없던 실시간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20조 달러 규모 산업을 바꿀 수 있는 실전형 AI”라고 평가했다.

2024년 대비 매출이 10배 넘게 뛴 세리온은 이번 투자금으로 미국과 유럽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비전 영역을 넘어 더 다양한 제조 공정까지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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