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3 탑재 브라우저 ‘디스코’ 공개…AI가 탭 보고 맞춤 앱 자동 생성


구글의 실험 프로젝트 부서인 구글 랩스(Google Labs)가 AI 브라우징의 미래를 보여주는 실험용 브라우저 ‘디스코(Disco)’를 발표했다. 디스코의 핵심 기능인 ‘젠탭스(GenTabs)’는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Gemini 3)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열어둔 브라우저 탭과 대화 내역을 분석해 작업에 필요한 맞춤형 웹 애플리케이션을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Google Disco GenTabs - 와우테일

기존 AI 코딩 도구들이 개발자에게 코드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디스코는 일반 사용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기만 하면 AI가 대신 코드를 작성하고 즉시 실행 가능한 인터랙티브 앱을 만들어준다. 매니니 로이(Manini Roy) 구글 랩스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는 “웹은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엔진이 되었지만, 수십 개의 탭을 관리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며 “디스코는 웹 자체가 복잡성에 적응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젠탭스는 단순히 검색 결과나 링크 목록을 제공하는 대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실제로 사용 가능한 미니 앱을 생성한다. 예를 들어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젠탭스는 지도, 캘린더, 타임라인이 포함된 인터랙티브 여행 플래너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식단 계획이 필요하면 레시피를 정리하고 식재료를 관리할 수 있는 앱을, 초등학생 자녀의 태양계 학습을 돕고 싶다면 3D 인터랙티브 모델을 생성해준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젠탭스가 선제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직접 요청하지 않아도 열린 탭들을 분석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앱을 제안한다. 여러 레시피 사이트를 탐색하고 있다면 식단 관리 앱을, 경제 뉴스를 여러 개 읽고 있다면 시장 동향 분석 대시보드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식이다. 생성된 모든 콘텐츠는 원본 웹페이지로 링크되어 출처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디스코는 기존 AI 코딩 도구들과 명확한 차별점을 갖는다. 커서(Cursor), 볼트(Bolt), 레플릿(Replit) 같은 도구들은 개발자가 코드 에디터에서 프로젝트를 직접 관리하며 AI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반면 디스코는 브라우징 경험 자체에 AI를 통합했다. 사용자는 코드를 한 줄도 작성하지 않고, 심지어 코드를 볼 필요도 없이 자연어로만 소통하면 된다.

커서는 강력한 코드 에디터 기능과 깃허브 통합을 제공하지만 높은 학습 곡선이 있고, 배포를 위해서는 추가 도구가 필요하다. 볼트는 빠른 프로토타이핑에 강점이 있지만 복잡한 프로젝트에서는 에러가 잦고 안정성이 떨어진다. 레플릿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협업에 유리하지만 특정 프레임워크에 제한적이다. 이들 모두 ‘개발 도구’의 범주에 속하는 반면, 디스코는 ‘브라우징 경험’을 재정의하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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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3의 강력한 추론 능력과 코딩 성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제미나이 3 프로(Gemini 3 Pro)는 웹 개발 벤치마크인 WebDev Arena에서 1487점의 ELO 레이팅을 기록했고, 실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문제를 평가하는 SWE-bench Verified에서 76.2%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이는 복잡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사용자 요구에 맞게 동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디스코의 등장은 브라우저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오픈AI는 10월 채팅GPT 아틀라스(ChatGPT Atlas)를 출시하며 브라우저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아틀라스는 브라우저 메모리 기능으로 사용자의 브라우징 맥락을 기억하고, 오퍼레이터(Operator) AI 에이전트를 통해 예약이나 장보기 같은 멀티스텝 작업을 대신 수행한다.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7월 코멧(Comet) 브라우저를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10월 엣지(Edge)의 코파일럿 모드(Copilot Mode) 확대를 발표했다.

하지만 디스코가 이들과 다른 점은 단순히 브라우저에 AI 어시스턴트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브라우저 자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했다는 것이다. 채팅GPT 아틀라스가 ‘브라우저 옆에 있는 AI’라면, 디스코는 ‘브라우저 자체가 AI’인 셈이다. 아틀라스는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면 AI가 반응하는 반응형 시스템이지만, 디스코는 사용자의 작업 패턴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도구를 제안하는 예측형 시스템이다.

구글은 디스코가 궁극적으로 크롬(Chrome)에 통합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디스코에서 검증된 가장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들은 언젠가 더 큰 구글 제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젠탭스가 크롬에 통합된다면, 전 세계 74%의 데스크톱 브라우저 점유율을 가진 크롬은 단순한 웹 뷰어에서 능동적인 작업 파트너로 진화하게 된다. 쇼핑 사이트 여러 곳을 비교하면 자동으로 가격 비교 대시보드가, 재정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 가계부 트래커가 생성되는 식이다.현재 디스코는 맥OS(macOS)에서만 베타 테스트 중이며, 웨이트리스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구글은 “초기 단계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규모 테스터 그룹의 피드백을 통해 무엇이 유용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배우겠다”고 밝혔다. 디스코는 AI가 브라우저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담한 실험이며, 웹 브라우징의 패러다임을 수동적 탐색에서 능동적 생성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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