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르쿤, 35억 달러 목표로 월드 모델 AI 스타트업 창업…”LLM으로는 부족”


메타(Meta)를 떠난 딥러닝의 선구자 얀 르쿤(Yann LeCun)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차세대 AI 스타트업 AMI 랩스(Advanced Machine Intelligence Labs)를 창업하고 35억 달러 가치평가를 목표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테크크런치가 1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튜링상 수상자인 르쿤은 헬스케어 AI 스타트업 나블라(Nabla)의 공동창업자 알렉상드르 르브룬(Alexandre LeBrun)을 CEO로 영입했다.

yann Lecun - 와우테일
<이미지 출처 : 얀 르쿤 링크드인>

AMI 랩스는 ‘월드 모델(world model)’ 기술에 집중한다. 월드 모델은 텍스트만 다루는 대형 언어모델(LLM)과 달리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AI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로봇이 물체를 잡기 전에 결과를 시뮬레이션하거나, 자율주행차가 도로 상황을 예측하는 식이다. 르쿤은 “우리 최고의 AI는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시를 쓸 수 있지만, 다섯 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조차 못한다”며 현재 AI의 한계를 지적해왔다.

르쿤은 지난 11월 메타 퇴사를 발표하며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지속적인 기억을 갖고, 추론하며, 복잡한 행동 순서를 계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메타에서 12년간 AI 연구를 이끌었지만, 마크 저커버그가 LLM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독립을 선택했다. 메타는 AMI 랩스와 파트너십을 유지하지만 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다.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AI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스탠포드대 교수 출신 페이페이 리(Fei-Fei Li)는 지난 8월 월드 랩스(World Labs)를 설립하고 10억 달러 가치평가로 2억3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는 비디오 생성 모델 비오(Veo)로 물리 법칙을 학습하고 있으며, 엔비디아(Nvidia)는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선보였다. 런웨이(Runway)는 올해 4월 30억 달러 가치평가로 3억800만 달러를 조달하며 ‘월드 시뮬레이터’ 개발을 표방했다.

AMI 랩스는 나블라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첫 상용화에 나선다. 나블라는 1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월드 모델 기술을 최우선으로 적용해 FDA 승인 가능한 에이전트 AI 시스템을 의료계에 최초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블라는 AI 의료 기록 자동화 분야에서 2018년부터 GPT-3 이전 모델을 연구해온 선도 기업으로, 올해 매출을 3배 늘리며 7000만 달러 시리즈C를 조달했다.

르쿤은 나블라의 초기 투자자이자 오랜 자문으로 참여해왔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나블라는 초기부터 의료 분야 LLM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했고, 안전성과 실제 배치를 최우선으로 삼았다”며 “첨단 AI를 임상 워크플로에 적용하는 리더십 덕분에 이번 혁신의 이상적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나블라의 공동창업자 델핀 그롤(Delphine Groll)은 COO로서 일상 운영을 총괄하며 영구 CEO 선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월드 모델은 LLM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LLM은 의료 기록 작성에서 큰 진전을 이뤘지만 환각(hallucination), 비결정적 추론, 연속 데이터 처리 한계로 자율적 의사결정이 어렵다. 월드 모델은 결정론적이고 감사 가능한 의사결정, 시뮬레이션 기반 ‘가상 시나리오’ 분석, 음성·바이탈·이미징 등 의료 신호의 강건한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나블라는 “월드 모델과 LLM을 결합해 안전하고 실행 가능한 임상 AI의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쿤의 35억 달러 목표는 페이페이 리의 월드 랩스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르쿤의 학계 명성과 메타에서의 실적을 고려하면 무리한 수치는 아니라는 평가다. 그는 2013년 페이스북(현 메타) AI 연구소(FAIR)를 설립했고, 컨볼루션 신경망(CNN) 개발로 2018년 제프리 힌튼, 요슈아 벤지오와 함께 튜링상을 받았다. 프랑스 출신인 르쿤은 AMI 랩스 본사를 파리에 둘 예정이며, “실리콘밸리는 생성형 AI에만 집착한다”며 유럽 AI 인재 활용을 강조했다.

AI 업계는 LLM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상업화 전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 가치평가를 부여하는 것이 AI 투자 거품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로봇, 자율주행, 물류 자동화 등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 시장은 LLM보다 훨씬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텍스트를 넘어 실제 세계를 이해하는 AI가 차세대 기술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나블라는 현재 150개 이상의 의료 시스템과 제공자 그룹에서 사용되며 35개 이상 언어를 지원한다. 투자자로는 르쿤과 함께 아이팟 개발자 토니 파델(Tony Fadell)의 빌드 콜렉티브(Build Collective), HV 캐피털(HV Capital), 하이랜드 유럽(Highland Europe), 캐세이 이노베이션(Cathay Innovation) 등이 참여했다. 총 1억2000만 달러를 조달한 나블라는 AMI 랩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음 세대 에이전트 AI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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