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화물선 스타트업 ‘플리트제로’, 4300만 달러 투자 유치…미국 조선업 부활 나선다


하이브리드·전기 선박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미국 해양기술 스타트업 플리트제로(Fleetzero)가 43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라운드는 압비어스 벤처스(Obvious Ventures)가 주도했으며,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의 벤처캐피탈 자회사인 머스크 그로스(Maersk Growth)와 8090 인더스트리스(8090 Industries)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기존 투자자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Y컴비네이터(Y Combinator), 벤슨 캐피털(Benson Capital), 쇼어윈드(Shorewind)도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Fleetzero Steven Henderson co founder and CEO and Mike Carter co founder and COO with the Fleet - 와우테일
Steven Henderson, co-founder and CEO, and Mike Carter, co-founder and COO, with the Fleetzero Containerized Leviathan™ Battery System. (PRNewsfoto/Fleetzero)

플리트제로는 조달한 자금으로 텍사스주 휴스턴에 새로운 제조 및 연구개발 시설을 열었다. 이 시설에는 연간 300MWh 규모의 해양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생산라인과 해양 로봇공학·자율운항 연구소, 선박 추진 시스템 R&D 센터가 들어섰다. 회사는 향후 5년간 휴스턴 생산 능력을 연간 3GW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븐 헨더슨(Steven Henderson)은 “하이브리드 및 전기 추진 시스템은 기존 방식보다 저렴하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이라며 “해운업계의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리트제로의 레비아탄(Leviathan™) 추진 시스템이 신규 선박은 물론 기존 선박에도 하이브리드 또는 완전 전기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유지보수와 연료 비용을 줄여 대형 상업용 선박의 총 소유비용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레비아탄 시스템의 핵심은 배터리 교체(battery swapping) 방식이다. 표준 20피트 컨테이너 크기의 배터리 팩은 항구에서 크레인으로 일반 화물처럼 쉽게 적재하고 교체할 수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선박 추진용 승인을 받았다.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 방전된 배터리는 충전소로 보내고 충전된 배터리를 싣는 방식이어서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공동창업자이자 COO인 마이크 카터(Mike Carter)는 “휴스턴에는 선박, 해상 굴착장치, 정유 시설, 발전 시스템 등 대형 하드웨어를 만들고 운영할 줄 아는 인력이 모여 있다”며 “우리는 이런 산업 DNA에 최신 배터리 기술, 자율운항,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 창업자는 모두 미국 상선사관학교에서 해양공학을 전공했고 실제 선박 엔지니어와 항해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헨더슨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으며 멕시코만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해상 석유·가스 사업을 운영했다. 카터는 라이스대 MBA 출신으로 소프트웨어 기업 인포에서 해운·에너지 부문 영업을 총괄했다. 두 사람 모두 미국 해군 예비역 장교로 복무한 이력도 갖고 있다.

해운업계 넷제로 달성의 열쇠

이번 투자에서 머스크가 주목한 건 플리트제로의 기술력뿐 아니라 포괄적인 인프라 구축 비전이었다. 머스크의 에너지 전환 책임자 모르텐 보 크리스티안센(Morten Bo Christiansen)은 “전동화는 넷제로 달성 여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플리트제로는 배터리 기술부터 광범위한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훌륭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투자를 이끈 압비어스 벤처스의 매니징 디렉터 앤드류 비비(Andrew Beebe)는 “플리트제로는 로봇 선박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며 “더럽고 위험하며 비싼 방식에서 깨끗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방식으로의 전환은 마치 미래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원 출신 엔지니어들이 실제 선박과 고객을 확보하며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어 투자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8090 인더스트리스의 공동창업자 겸 제너럴 파트너 레이얀 이슬람(Rayyan Islam)은 “플리트제로는 미국에 해양 기술 리더십을 되찾고 있다”며 “조선을 맞춤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진정한 대량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 이는 미국 해상 전력 재건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 선박 시장

전기 선박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기 선박 시장은 2025년 48억5000만 달러에서 2032년 183억9000만 달러로 연평균 21% 성장할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탈탄소화 목표와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주요 성장 동력이다.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아크 보츠(Arc Boats)가 대표적 경쟁사다. 아크 보츠는 2023년 7000만 달러 시리즈B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9월 커틴 마리타임과 1억6000만 달러 규모의 하이브리드 전기 예인선 8척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총 1억37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아크 보츠는 6MWh 배터리를 탑재한 예인선에 메가와트급 충전 인프라를 설치해 플러그인 충전 방식을 채택했다.

스웨덴의 엑스 쇼어(X Shore)는 1억 달러 이상, 시애틀 기반의 퓨어 워터크래프트(Pure Watercraft)는 GM을 주요 투자자로 2억 달러 이상을 각각 유치했다. 두 회사 모두 일반적인 항구 충전 방식을 사용한다. 엑스 쇼어의 126kWh 배터리 선박은 급속 충전 시 30분, 표준 충전 시 1.5시간이 소요되며, 퓨어 워터크래프트는 240V 충전으로 90분 내 충전이 가능하다.

플리트제로의 배터리 교체 방식은 충전 시간 없이 즉시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다. 특히 항구 간 단거리 운송이 빈번한 상업용 선박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 기업 에노바는 지난해 6월 전기 선박 7척과 충전소 4곳에 3억6200만 노르웨이 크로네(약 3642만 달러)를 지원했다.

플리트제로는 2021년 설립 이후 총 약 6000만 달러를 모았다. 2022년 시드 투자로 1650만 달러를 유치했으며, 당시 Y컴비네이터, 클라이밋 캐피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칸토스 벤처스가 참여했다.회사는 현재 해양 설계 전문업체 글로스텐(Glosten)과 협력해 세계 최장 항속거리 하이브리드 전기 선박을 개발 중이다. AET 소유의 경유하역 지원선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시스템을 장착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중반 착공 예정이다. 완공되면 주로 배터리 전원으로 운항하는 장거리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의 글로벌 모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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