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멈춰도 자동 재시작” 워크플로 플랫폼 템포럴, 3억 달러 유치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 결제 승인부터 재고 확인, 배송 준비, 송장 발행, 고객 알림까지 수십 개의 작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만약 배송 준비 중에 시스템 오류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인 시스템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결제가 중복으로 일어나거나,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몰라 혼란이 생긴다. 템포럴(Temporal)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각 단계의 상태를 저장해두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해도 중단된 지점부터 자동으로 재시작하는 ‘내구성 실행(durable execution)’ 플랫폼을 제공한다.

temporal logo - 와우테일

이 회사가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주도로 3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50억 달러로 평가됐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 사파이어 벤처스(Sapphire Ventures),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인덱스(Index), 타이거(Tiger), GIC, 마드로나(Madrona), 앰플리파이(Amplify)가 투자에 참여했다.

최근 1년간 고객들의 질문이 달라졌다. 과거엔 “워크플로를 어떻게 더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나요?”였다면, 이제는 “프로덕션 환경에서 무너지지 않는 AI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나요?”로 바뀌었다. AI 에이전트가 여러 작업을 수행할 때 몇 시간 또는 며칠이 걸릴 수 있고, 중간에 다른 AI 모델을 호출하거나 사람의 승인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이 실패하면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

개발자는 코드만, 나머지는 템포럴이

템포럴을 쓰면 개발자는 평소처럼 코드를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 네트워크 끊김, 서버 장애, 타임아웃 같은 문제를 직접 처리하는 복잡한 코드를 짤 필요가 없다. 템포럴이 알아서 실행 상태를 추적하고,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재시도하며, 전체 워크플로가 완료될 때까지 관리한다. 금융 거래, 주문 이행, 컴플라이언스 파이프라인, 고객 온보딩처럼 시간이 걸리면서도 정확하게 실행돼야 하는 모든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Netflix)는 템포럴로 스튜디오 제작 워크플로를 관리하고, 스냅(Snap)은 수백만 명에게 푸시 알림을 보내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OpenAI, ADP, 얌 브랜즈(Yum! Brands), 블록(Block), 스트라이프(Stripe),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회사들이 프로덕션 환경에서 사용 중이다.

분산 시스템 전문가가 세 번째 도전

템포럴은 맥심 파테예프(Maxim Fateev)와 사마르 압바스(Samar Abbas)가 2019년 공동 창업했다. 파테예프는 20년 넘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우버에서 대규모 분산 시스템을 만들어온 베테랑이다. 아마존에서 8년 반 동안 일하며 AWS 심플 워크플로 서비스(Simple Workflow Service)와 심플 큐 서비스(Simple Queue Service) 스토리지 백엔드를 설계하고 개발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구글에서 빅데이터 프레임워크를 구축했고, 2015년 우버로 옮겨 압바스와 재회했다. 두 사람은 2009년 AWS에서 처음 만나 심플 워크플로 서비스를 함께 개발했던 사이다. 우버에서 이들은 케이던스(Cadence)라는 워크플로 엔진을 만들었다. 많은 내부 팀이 저수준 메시징 큐를 연결하는 데 며칠에서 몇 주를 쓰는 걸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케이던스는 우버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끌었고, 수십 개 팀이 도입했다. 처음부터 오픈소스로 공개됐지만, 처음 2년간은 외부 채택이 거의 없었다. 우버 내부에서만 쓰이다가 3년 만에 100개의 사용 사례를 확보했고, 마이크로서비스 채택이 늘면서 이벤트 기반 워크플로 프레임워크 수요가 커지자 두 사람은 이걸 더 발전시켜 상용화할 기회를 봤다.

템포럴은 케이던스의 개선된 버전으로, 처음부터 범용 개발자 커뮤니티를 위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회사는 넷플릭스(Netflix), 스냅(Snap), 스트라이프(Stripe),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대형 기업부터 OpenAI, ADP, 얌 브랜즈(Yum! Brands), 블록(Block)까지 프로덕션 환경에서 사용하고 있다.

OpenAI의 앱 인프라 부문 부사장은 “내구성 실행은 현대 AI 시스템의 핵심 요구사항”이라며 “AI 시스템이 더 복잡해지고 장기 실행되면서 내구성은 성능만큼이나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얌 브랜즈의 CTO 맷 맥돌(Matt McDole)은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에서 속도와 안정성은 보통 서로 충돌하는데, 템포럴 SDK로 구축하면 둘 다 잡을 수 있다”며 “개발자들이 복잡하고 차별화되지 않는 인프라 문제 대신 혁신에 모든 시간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년 만에 매출 4배, AI 붐이 성장 견인

회사의 폭발적 성장은 숫자가 증명한다. 매출은 작년 대비 380% 이상 뛰었고, 주간 활성 사용자는 350% 늘었다. 플랫폼 설치 건수는 500% 급증해 한 달에 2000만 건을 넘어섰다. 템포럴 클라우드에서만 총 9조1000억 건의 작업이 실행됐는데, 이 중 1조8600억 건이 AI 네이티브 기업의 워크플로다. 플랫폼은 예고 없이 초당 15만 건 이상의 작업이 몰려도 문제없이 처리하며, 주요 클라우드 장애 상황에서도 재해 복구 능력을 입증했다.

템포럴의 성장 비결은 제품 자체의 입소문이다. 우버가 큰 조직이었고 케이던스가 인기를 끌면서, 개발자들이 이직할 때 자연스럽게 새 회사에 템포럴을 소개했다. 매주 누군가가 찾아와 “전 직장에서 이 기술을 썼는데 여기서도 쓰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오픈소스 특성상 누구나 자유롭게 내려받아 쓸 수 있어서 제품 주도 성장이 가능했다.

회사는 개발자가 분산 시스템 문제를 매번 처음부터 해결할 필요 없게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시작했다. AI가 모든 시스템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지금, 이 신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템포럴은 비즈니스 로직만 신경 쓰면 되도록 장애 허용과 상태 관리를 대신 처리해준다. 에이전트 AI 시스템을 만들든 금융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든 똑같이 적용된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도구들과는 결이 달라

워크플로 오케스트레이션 시장엔 이미 여러 플레이어가 있다. 에어플로(Airflow)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스케줄링 분야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프리펙트(Prefect)는 2021년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주도로 3200만 달러 시리즈 B 투자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다그스터(Dagster)는 데이터 엔지니어링에 특화돼 있고, 케이던스(Cadence)는 템포럴의 전신으로 아직도 우버가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템포럴의 접근법은 이들과 다르다. 에어플로가 주로 배치 작업과 데이터 파이프라인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템포럴은 실시간 트랜잭션 처리와 며칠씩 걸리는 장기 실행 워크플로에 더 적합하다. 코드 작성 방식도 차이가 난다. 에어플로는 파이썬 함수를 DAG(방향성 비순환 그래프)로 정의해야 하지만, 템포럴은 평소 프로그래밍하듯 자연스럽게 워크플로를 작성할 수 있다.

최근 AI 에이전트와 자율 시스템이 주목받으면서 템포럴을 찾는 회사가 더 늘고 있다. AI 모델이 여러 단계를 거쳐 작업할 때 각 단계의 상태를 추적하고, 중간에 실패하면 복구하는 기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AI 스타트업이 에이전트 워크플로를 템포럴로 구축하고 있다.

템포럴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픈소스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다. 개발자는 템포럴 서버를 직접 설치해 운영하거나, 템포럴 클라우드를 통해 관리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량만큼만 내면 되고, 엔터프라이즈 고객엔 전담 지원을 제공한다.

이번 투자금은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속도를 더하는 데 쓰인다. AI 네이티브 기능 개발, 플랫폼 확장, 모든 SDK의 개발자 경험 개선이 주요 과제다. OpenAI, 벌셀(Vercel), 파이단틱(Pydantic),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같은 회사들과 파트너십도 더 깊게 만든다. 내구성 실행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면서 개발자를 지원할 인력이 더 필요해졌다. 회사는 전 부문에서 채용 중이다.

또한 라구 라구람(Raghu Raghuram)을 이사회 옵저버로 영입했다. 라구람은 VMware CEO를 맡아 회사를 스타트업에서 매출 130억 달러, 고객 5억 명 이상의 포춘 200대 기업으로 키운 경영자다. 그는 내구성 실행이 차세대 분산 시스템의 기초 인프라가 될 거라고 보고 있으며, 템포럴이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조언한다.

템포럴은 오는 5월 5~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 리플레이(Replay) 2026을 연다. 템포럴을 실제 프로덕션에서 대규모로 쓰는 엔지니어링 팀의 발표, 실습 워크숍, 해커톤이 준비돼 있고, 깜짝 뮤지컬 공연이 포함된 애프터파티도 열린다. 분산 시스템이 점점 복잡해지는 가운데, 템포럴이 개발자 인프라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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