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 AI, 4000만 달러 투자유치…진행 중인 거래에 실시간 AI 코치 붙인다


영업팀에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현장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있다. 마케팅팀은 정성껏 제작한 자료를 플랫폼에 올리고, 교육팀은 수준 높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런데 정작 영업 담당자는 중요한 고객 미팅 직전에 그 플랫폼을 열지 않는다. 대신 동료에게 슬랙 메시지를 보내거나, 예전에 썼던 발표 자료를 다시 꺼내거나, 아무 준비 없이 미팅에 들어간다. 도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도구가 실제 영업 현장의 속도와 복잡성에 맞게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etter AI founders - 와우테일

레터 AI(Letter AI)는 바로 이 간극을 파고드는 회사다. 영업팀이 지금 당장 진행 중인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AI가 자동으로 꺼내 제시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레터 AI는 2026년 2월 24일, 시리즈B로 40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벤처스(Battery Ventures)가 이번 라운드를 주도했고, 기존 투자자인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 라이트뱅크(Lightbank), 노스웨스턴 뮤추얼 퓨처 벤처스(Northwestern Mutual Future Ventures), 스테이지 2 캐피탈(Stage 2 Capital), 포르무스(Formus)가 함께 참여했다. 배터리 벤처스 파트너 브랜든 글렉렌(Brandon Gleklen)도 이사회에 새로 합류했으며, 이번 투자 후 기업 가치는 수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주목할 만한 건 투자 속도다. 불과 4개월 전인 2025년 10월, 레터 AI는 스테이지 2 캐피탈 주도로 1060만 달러 시리즈A를 마감했다. 당시 허브스팟(HubSpot)의 초대 최고매출책임자(CRO)이자 스테이지 2 캐피탈 공동창업자인 마크 로버지(Mark Roberge)가 이사회에 합류했다. 시리즈A와 시리즈B를 합산하면 4개월 사이 총 약 5100만 달러를 조달한 셈이다.

창업자가 직접 겪은 문제에서 출발

레터 AI의 공동창업자 겸 CEO 알리 아흐타르(Ali Akhtar)는 시카고대학교에서 철학·수학·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이후 맥킨지(McKinsey & Company)에서 성장 전략·AI 프로젝트를 맡았고, 사물인터넷 플랫폼 삼사라(Samsara)의 데이터·머신러닝 엔지니어링 디렉터, 공급망 가시성 플랫폼 프로젝트44(project44)의 데이터 프로덕트·머신러닝 부문 VP를 거쳤다. 공동창업자 아르멘 포겟(Armen Forget) 역시 유사한 기업들에서 프로덕트·엔지니어링 경험을 쌓았다. 두 사람은 빠르게 변하는 영업 현장을 직접 지켜보며 2023년 레터 AI를 창업했다.

이들이 포착한 문제는 명확했다. 영업 담당자들이 진행 중인 거래에서 실제로 필요한 건 ‘교육 콘텐츠’가 아니라 ‘지금 이 고객에게, 지금 이 단계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실시간 판단이다. 거래는 빠르게 움직이고, 고객의 생각은 수시로 바뀐다. 경쟁사 동향은 하룻밤 사이에 달라지고, 새로 합류한 영업 담당자는 매달 온보딩된다. 기존 플랫폼의 방향은 옳았지만,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진행 중인 거래에 직접 붙는 AI, 레터 컴퍼스

이번 투자 발표와 함께 레터 AI는 신제품 레터 컴퍼스(Letter Compass)를 공식 출시했다. 기존 영업 지원 플랫폼이 자료 보관함과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레터 컴퍼스는 CRM에서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가져와 각 딜과 고객에 맞춘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사용 방식은 직관적이다. 영업 담당자가 진행 중인 특정 거래를 열면, 해당 고객사의 업종·규모·현재 협상 단계에 맞게 조율된 맞춤형 메시지, 추천 자료, 경쟁사 대응 전략, 코칭 피드백이 자동으로 제시된다. 영업 담당자뿐 아니라 고객 성공 매니저, 솔루션 엔지니어 등 매출과 연결된 모든 직군을 지원한다. 아흐타르 CEO는 “도구가 업무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세우는 개념은 단순하다. 회사가 쌓아온 메시지, 플레이북, 제품 지식, 경쟁 정보가 ‘실제로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순간’에 담당자 앞에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레터 AI는 이미 레노버(Lenovo), 어도비(Adobe),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플레이드(Plaid), 집(Zip), 콩(Kong), 솔라윈즈(SolarWinds) 등 주요 기업 고객을 확보했으며, 지난 1년간 고객 수가 15배 늘었다고 CMSWire는 전했다. 플랫폼은 2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며, 제안요청서(RFP) 질문의 80% 이상을 자동으로 처리해 수백 시간의 수작업을 줄여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수십억 달러짜리 기존 강자들 틈에서

레터 AI가 뛰어든 시장에는 이미 오래된 대형 플레이어들이 버티고 있다. 영업팀에 필요한 자료·교육·분석을 통합 제공하는 ‘영업 지원 플랫폼’ 시장이다.

하이스팟(Highspot)은 기업가치 35억 달러에 누적 투자 6억 4000만 달러 이상을 유치한 업계 선두주자다. 시멘스(Siemens), 엔비디아(NVIDIA), 도큐사인(DocuSign) 등 대형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2025년에는 적응형 학습·역할극 시뮬레이션·실시간 코칭 기능을 갖춘 하이스팟 에이전트(Highspot Agents)를 출시하며 AI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이즈믹(Seismic)은 기업가치 30억 달러, 누적 투자 약 4억 4000만 달러로, 2024년 기준 연매출 약 4억 달러와 20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보유한 시장 리더다. 쇼패드(Showpad)는 2025년 8월 벡터 캐피탈(Vector Capital)이 바이긴탄(Bigtincan)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인수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고, AI 기반 영업 지원 분야에서 글로벌 최대 규모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마인드티클(Mindtickle), 알레고(Allego) 등도 대기업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레터 AI가 이들과 차별화되는 핵심은 ‘처음부터 AI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기존 플랫폼 대부분은 10년 전 콘텐츠 관리 시스템에서 출발해 기능을 하나씩 얹어온 구조다. 반면 레터 AI는 생성형 AI와 CRM 연동을 기반으로, 개별 거래 단위의 맞춤화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회사는 이번 시리즈B 자금으로 제품 개발과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