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에 5억 달러 베팅… ‘군사기밀로 돈 벌었나’ 폴리마켓·칼시 발칵


폭탄이 떨어지기 몇 시간 전, 누군가는 이미 베팅을 마친 상태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사살한 직후,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수상한 거래 패턴이 포착됐다. 공습 수 시간 전에 ‘2월 28일 이전 미국의 이란 공습’ 계약에 거액을 베팅하고 수백만 달러를 챙긴 계정들이 속속 드러난 것이다. 거래 규모도 충격적이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폴리마켓에서만 총 5억 2,900만 달러가 오갔다고 테크크런치가 보도했다.

Prediction Market Iran Airstrike - 와우테일

예측 시장이란 무엇인가

먼저 예측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폴리마켓이나 칼시(Kalshi) 같은 플랫폼에서는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를 두고 돈을 거는 ‘계약’을 사고판다. 예를 들어 ‘미국이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할까?’라는 계약의 가격이 10센트라면, 시장이 이 사건의 발생 확률을 10%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면 계약 가격은 1달러(=100%)가 돼 투자금 대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베팅한 돈을 모두 잃는다. 이 단순한 구조가 이번 사태에서 극단적인 수익을 가능하게 했다.

공습 직전 개설된 6개 계좌, 120만 달러 챙겨

블록체인 분석 업체 버블맵스(Bubblemaps)는 공습 직후 의심스러운 거래 패턴을 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핵심은 6개의 신규 계정이다. 이들은 모두 2월 중 개설됐으며, 공습 24시간 이내에 자금이 입금됐다. 그리고 폭발 보도가 나오기 불과 몇 시간 전, 개당 10센트 수준의 낮은 가격에 대규모로 ‘예스(YES)’ 지분을 사들였다. 6개 계좌가 올린 총수익은 약 120만 달러에 달한다. 한 계좌는 2만 6,000달러를 투자해 2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버블맵스는 이 6개 지갑이 비슷한 자금 경로로 연결돼 있으며, ‘미끼 거래(decoy trading)’ 기법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인접한 날짜에 소액 베팅을 분산시켜 대규모 핵심 베팅을 평범한 투기처럼 보이게 위장하는 수법이다. ‘Lettucehead718’과 ‘suffix-295’라는 계정은 2월 27일에 불과 수초 간격으로 동일한 거래를 집행했다.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이번 2월 28일 공습 계약만으로 거래량은 약 9,000만 달러에 달했고,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계약들에 몰린 5억 2,900만 달러의 일부다.

‘마가마이맨’, 하메네이 죽음으로 55만 달러 수익

‘Magamyman(마가마이맨)’이라는 닉네임의 트레이더도 주목받고 있다. 이 계정은 2024년에 개설된 계좌로, NPR 보도에 따르면 폴리마켓과 칼시에서 이란 관련 베팅으로 55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세부 내역을 보면, 2월 28일 공습 계약에서 19만 5,198달러, 3월 31일 이전 미국의 이란 공습 계약에서 16만 5,177달러, 3월 1일 이전 공습 계약에서 5만 4,105달러 등을 챙겼다. 이전에 ‘이스라엘이 1월 31일까지 이란을 공습하지 않는다’는 계약에서도 약 8만 7,000달러를 번 전력이 있다.

1월에 분석 업체 폴리사이츠(Polysights)는 하메네이의 3월 내 최고지도자 퇴진 가능성을 묻는 계약에서 비정상적인 베팅 급증을 이미 포착했었다. 하메네이 퇴진 관련 계약에는 칼시에서 약 5,400만 달러, 폴리마켓에서는 5,800만 달러 이상이 거래됐다.

칼시의 궁색한 수습, “예약된 사기” 논란

이번 사태에서 또 다른 핵심 당사자는 칼시다. 칼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퇴진 여부’라는 계약을 운영했는데, 하메네이 사망이 확인되자 즉각 계약을 중단했다. 칼시 CEO 타렉 맨수어(Tarek Mansour)는 “우리는 사망과 직접 연결된 계약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수익 정산을 사망 확인 이전 마지막 거래 가격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즉 ‘맞춘’ 이용자들도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용자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100% 맞춘 예측인데 약관 작은 글씨의 ‘사망 예외 조항’ 때문에 수익을 날렸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중앙화된 오라클은 결국 현실보다 규정 준수를 택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칼시를 노골적으로 “사기”라고 부르는 이용자도 많았다. 맨수어는 해당 계약에서 징수한 수수료를 전액 환불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성난 여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칼시와 폴리마켓의 차이도 이번 사태에서 중요하다. 칼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규제를 받는 플랫폼이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할 것인가’ 같은 직접적인 군사 행동 계약을 아예 개설할 수 없다. 반면 폴리마켓은 미국 내 플랫폼은 CFTC 규제 대상이지만, 대부분의 논란이 된 거래는 국제 플랫폼에서 이뤄졌다. 즉 미국 규제 당국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다. 대부분의 미국 트레이더는 VPN을 통해 폴리마켓에 접속하고 있다.

트럼프 가문과 폴리마켓의 연결 고리

NPR이 주목한 또 다른 사실은 트럼프 가문과 폴리마켓의 관계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폴리마켓의 어드바이저이자, 자신의 벤처캐피털 1789 캐피털을 통해 폴리마켓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주주다. 바이든 행정부가 개시했던 폴리마켓 관련 연방 조사 두 건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 모두 취하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측근 중 누구도 이번 거래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런 배경은 머피 의원의 “트럼프 주변 인물들이 전쟁과 죽음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발언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의회, 규제 입법 움직임 본격화

정치권 반응은 거셌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Chris Murphy) 상원의원(코네티컷)은 X에 “이게 합법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즉각 입법을 예고했다. 상원의원 6명은 CFTC에 서한을 보내 개인의 사망과 연계되는 계약을 전면 금지하도록 촉구하며 3월 9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버몬트주 의회는 예측 시장 자체를 주 내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전직 SEC 관료이자 금융개혁 단체 ‘베터마켓(Better Markets)’ 소속 아만다 피셔(Amanda Fischer)는 NPR에 “예측 시장이 전쟁이나 암살의 대리 지표가 되는 베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시장은 애초에 존재해선 안 된다”고 직격했다.

반복되는 패턴, 구조적 문제인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측 시장에서 유사한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올해 1월에는 ‘Burdensome-Mix’라는 익명 계정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직전 베팅으로 3만 2,000달러를 40만 달러 이상으로 불렸다. 2025년 6월에는 이스라엘군 예비역과 민간인이 군사기밀을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수익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 사건은 올해 1월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에는 OpenAI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칼시에 베팅했다가 해고되기도 했다.

버블맵스 CEO 니콜라 베만(Nicolas Vaiman)은 전쟁·분쟁 관련 정보의 유통과 폴리마켓의 익명성이 결합하면 “정보를 가진 참가자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도록 유인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경고했다. 예측 시장이 ‘집단지성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라는 본래의 이상을 넘어, 국가 기밀과 군사 작전이 금전적 이익으로 환전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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