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범죄 막는 AI 에이전트 ‘딜리전트 AI’, 250만 달러 시드 투자 유치


매년 수조 달러가 마약 카르텔, 인신매매, 테러 자금 등 범죄 조직을 통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빠져나간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은 이를 막기 위해 두 가지 핵심 업무를 수행한다. 하나는 KYC(Know Your Customer), 즉 신규 고객이 실제로 누구인지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다. 다른 하나는 AML(Anti-Money Laundering), 계좌와 거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자금세탁이나 사기 징후를 포착하는 자금세탁방지 업무다.

Diligent AI seed funding - 와우테일

문제는 이 두 업무가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 제재 대상은 늘어나고, 디지털 결제는 빨라지고, 사기 수법은 정교해지면서 컴플라이언스 팀들은 하루에도 수천 건의 알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대부분이 실제 범죄와 무관한 오탐(false positive)이라는 것이다. 전문 인력이 범죄자를 추적하는 대신 데이터를 뒤지고 체크박스를 채우는 데 하루를 쏟아붓는 현실이다.

딜리전트 AI(Diligent AI)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타트업이다. 런던과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KYC·AML 팀의 반복 업무를 자율 AI 에이전트로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이번에 시드 라운드에서 250만 달러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투자는 스피드인베스트(Speedinvest)가 주도했고, 핀테크 전문 VC 샤퍼스(Shapers)와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함께 참여했다. N26, 알리카 뱅크(Allica Bank), IDnow, 빌리(Billie), 사이버소스(CyberSource, 現 Visa) 창업자 및 CEO들도 엔젤 투자자로 합류했다.

회사는 2023년 에도아르도 마스키오(Edoardo Maschio) 아흐메드 가버(Ahmed Gaber)가 공동 창업했다. 마스키오 CEO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 초기 팀 출신으로 핀테크 투자와 인큐베이션을 담당했다. CTO인 가버는 핀테크 업계 10년 이상 경력자로 유럽 최대 B2B 선구매 후결제(BNPL) 플랫폼인 빌리에서 VP 엔지니어링을 역임했다. 두 창업자는 와이콤비네이터 S23 배치를 통해 딜리전트 AI를 설립했다.

딜리전트 AI의 AI 에이전트는 기존의 규칙 기반 시스템과 달리 스스로 읽고, 추론하고, 조사한다. 가맹점·중소기업 온보딩 리스크 심사, 제재·PEP(정치적 노출 인물)·부정적 미디어 알림 처리, 고객 문서 검토까지 컴플라이언스 팀의 일상적인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으로 처리한다. 기업 레지스트리, 공공 기록, 미디어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교차 검증하고, 모든 조사 과정을 감사 추적이 가능한 형태로 남긴다. 덕분에 규제 당국의 점검에도 투명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나스닥 상장사 플라이와이어(Flywire),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 디지털가라지(Digital Garage), 알리카 뱅크, 테야(Teya) 등 북미·유럽·중동·일본의 금융기관들이 이미 실운영에 투입하고 있다. 8백만 명 이상 고객을 보유한 결제 유니콘 스칼라페이(Scalapay)는 도입 이후 연간 6,000시간의 수동 검토 작업을 없애고 리스크 대기열의 65%를 자동 처리했다고 밝혔다. 2천만 명 이상 고객을 둔 중동 핀테크 슈퍼앱 타마라(Tamara)도 리스크 검토 시간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더 체계적인 리스크 탐지 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마스키오 CEO는 “위양성 알림 처리, 기업 레지스트리 검색, 미디어 교차 검증 같은 반복 작업을 덜어내면 컴플라이언스 팀은 판단과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며 “팀을 빠르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들이 채용된 진짜 이유인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피드인베스트의 핀테크 투자담당자 줄리앙 레제(Julien Lézé)도 “은행과 핀테크는 이미 대규모 컴플라이언스 팀 운용과 강화되는 규제 감독으로 높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운영은 리스크 복잡성에 비례해 확장될 수 없으며, AI로 AI와 싸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금은 신규 AML 업무 유형을 위한 에이전트 출시, 기존 플랫폼 고도화, 영국·유럽 전역 고투마켓 팀 확충에 활용된다. 백엔드·ML 엔지니어부터 영업 인력까지 전방위 채용도 진행 중이다.

금융·규제 관련 AI 컴플라이언스 자동화 시장 전반에서 투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기관의 제3자 리스크 관리(TPRM)와 내부 감사를 AI로 자동화하는 코발트랩스(Kobalt Labs)가 2025년 12월 퍼스트 하모닉(First Harmonic) 주도로 1,10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했다. 같은 달 엔터프라이즈 GRC(거버넌스·리스크·컴플라이언스) 플랫폼 컴플라이언스(Complyance)도 구글벤처스(GV) 주도로 2,000만 달러 시리즈A를 마무리했다. 두 회사 모두 금융·기업 규제 업무의 반복적인 수작업을 AI 에이전트로 대체한다는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AML 전문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독일 뮌헨 기반의 호크(Hawk)는 2025년 4월 원피크(One Peak) 주도로 5,600만 달러 시리즈C를 마무리하며 누적 투자액 1억 달러를 넘어섰다. 호크는 결제 스크리닝, AML 거래 모니터링, 영구 KYC를 하나로 묶은 통합 플랫폼으로 전 세계 80곳 이상의 금융기관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딜리전트 AI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와이콤비네이터 졸업, 핀테크 업계 최고 경력자들의 지지, 이미 현장에서 증명된 성과를 발판으로 글로벌 금융 범죄 방어 인프라를 AI로 재편하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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