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르쿤의 AMI 랩스, 10억 달러 유치…”LLM 다음은 월드 모델”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얀 르쿤(Yann LeCun)이 메타(Meta)를 떠나 공동 창업한 AMI 랩스(AMI Labs)가 기업가치 35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10억 3,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CEO 알렉상드르 르브런이 3월 10일 X(구 트위터)에 “10억 3,000만 달러 시드 라운드를 클로즈했다”고 직접 발표하며 공식화됐다. AMI 랩스는 대형 언어모델(LLM)의 한계를 뛰어넘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 개발에 집중하는 연구 중심 AI 스타트업이다.

AMI는 ‘Advanced Machine Intelligence(어드밴스드 머신 인텔리전스)’의 약자이자, 프랑스어로 ‘친구’를 뜻하는 ‘ami(아미)’의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파리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이름처럼, AMI 랩스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유럽에서 AI의 다음 장을 쓰겠다는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

AMI Labs - 와우테일

이번 라운드는 캐세이 이노베이션(Cathay Innovation), 그레이크로프트(Greycroft), 히로 캐피탈(Hiro Capital), HV 캐피탈(HV Capital), 베조스 익스페디션스(Bezos Expeditions) 5개사가 공동으로 주도했다. 팀 버너스리와 로즈메리 버너스리 부부, 짐 브레이어(Jim Breyer), 마크 큐반(Mark Cuban), 마크 레슬리(Mark Leslie), 자비에 니엘(Xavier Niel),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등 IT 업계 거물들도 개인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략적 투자자로는 엔비디아(NVIDIA), 삼성(Samsung), 씨(Sea), 테마섹(Temasek), 도요타 벤처스(Toyota Ventures)가 참여했으며, 프랑스 기업인 뮬리에 패밀리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 Familiale Mulliez), 다쏘 그룹(Groupe Industriel Marcel Dassault),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도 합류했다.

당초 AMI 랩스는 지난해 12월 5억 유로 규모의 투자 유치를 모색했으나,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최종적으로 약 8억 9,000만 유로(약 10억 3,0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CEO인 알렉상드르 르브런(Alexandre LeBrun)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너무 높아 투자 조건과 배경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르브런은 헬스케어 AI 스타트업 나블라(Nabla)의 공동창업자 겸 CEO를 지냈으며, 그 이전에는 자연어 처리 스타트업 Wit.ai를 창업해 2015년 페이스북에 매각한 뒤 메타 산하 AI 연구소 FAIR에서 르쿤과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 리더십 진용은 더욱 화려하다. 메타 유럽 담당 부사장 출신의 로랑 솔리(Laurent Solly)가 COO로 합류했고, 수석 과학자(CSO)에 사이닝 시에(Saining Xie), 최고 연구혁신책임자에 파스칼 펑(Pascale Fung), 월드 모델 부문 부사장에 마이클 라밧(Michael Rabbat)이 이름을 올렸다.

르쿤이 AMI 랩스를 통해 실현하려는 것은 ‘진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AI’다. 현재 ChatGPT나 클로드(Claude) 같은 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물리 법칙이나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이로 인한 AI의 ‘환각(hallucination)’ 문제는 의료 현장처럼 오류가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에서는 치명적 리스크다. AMI 랩스의 해법은 르쿤이 2022년 메타 재직 시절 고안한 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다. LLM이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것과 달리, JEPA는 추상적인 표현 공간에서 세계의 ‘다음 상태’를 예측한다. 굴러가는 공을 볼 때 매 순간의 픽셀값을 일일이 계산하는 대신, 중력의 영향을 받아 어떻게 튈지를 물리적 직관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르브런은 “AMI 랩스는 기초 연구에서 시작하는 매우 야심 찬 프로젝트”라며 “3개월 만에 제품을 내놓고 6개월 만에 매출을 올리는 일반적인 응용 AI 스타트업과는 다르다. 월드 모델이 이론에서 상업적 적용으로 이어지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연구 비용과 인재 영입이 자금의 양대 쓰임새가 될 것으로, 파리 본사 외에 뉴욕(르쿤이 교수직을 맡고 있는 NYU 인근), 몬트리올(라밧 근거지), 싱가포르(아시아 거점) 4곳에 사무소를 두고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AMI 랩스의 첫 번째 공개 파트너는 나블라다. 르브런이 창업하고 의장직을 맡고 있는 이 헬스케어 AI 스타트업은 AMI의 초기 모델에 우선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르브런은 “세계를 이해하는 모델을 개발하려면 실험실에만 있을 수 없다. 실제 데이터와 실제 평가 환경에서 모델을 테스트해야 한다”며 파트너십의 의미를 설명했다. 일부 산업 플레이어들이 투자자로 나선 것도 이 같은 미래 파트너십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월드 모델 분야에는 이미 거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AI의 대모로 불리는 페이페이 리(Fei-Fei Li)가 이끄는 월드 랩스(World Labs)는 지난달 오토데스크(Autodesk)를 비롯해 AMD, 엔비디아, 피델리티 등으로부터 10억 달러를 조달했다. 월드 랩스는 이미 첫 상용 제품인 3D 환경 생성 플랫폼 ‘마블(Marble)’을 출시하며 게임·시각효과·로보틱스 분야를 공략 중이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역시 텍스트 한 줄로 실시간 탐험 가능한 3D 세계를 생성하는 프로젝트 지니(Project Genie)를 올초 일반 공개하며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AI 동영상 플랫폼 런웨이(Runway)는 지난달 53억 달러 가치평가로 3억 1,500만 달러 시리즈E를 유치하면서 월드모델 GWM-1을 출시, 로봇공학·게임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NVIDIA)는 자율주행·로봇 개발을 위한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생태계 인프라를 선점했다. 르브런 CEO는 “‘월드 모델’이 6개월 안에 업계의 다음 유행어가 될 것이며, 모든 회사가 투자 유치를 위해 스스로를 월드 모델 기업이라 부르게 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AMI 랩스는 수익화 계획은 없지만,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공개하고 코드를 오픈소스로 배포하는 방침을 고수한다. 르브런은 “오픈 연구가 갈수록 희귀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개방이 더 빠른 발전을 이끈다고 믿는다”며 “커뮤니티와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이득”이라고 밝혔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