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AI로 제조업 혁신 위해 1000억 달러 펀드 조성 추진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일정 시간 전부터 전통 기업을 인수해 AI로 탈바꿈시키는 이른바 ‘AI 롤업(roll-up)’ 전략이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 주목받아 왔다. 로펌이나 회계법인 같은 전통 서비스 업체를 사들인 뒤 AI를 대대적으로 도입해 비용 구조를 바꾸고, 늘어난 현금 흐름으로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엘라드 길(Elad Gil),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 등이 이 전략을 앞다퉈 시도해왔는데, 이제 아마존(Amazon)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이를 제조업 전체로 확장하는 초대형 버전을 들고 나왔다.

Project Prometheus Jeff Bezos2 - 와우테일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3월 19일 베이조스가 기존 제조 기업들을 인수해 AI로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투자자 문서에는 이 펀드가 ‘제조 혁신 투자체(manufacturing transformation vehicle)’로 명기돼 있으며, 반도체 제조, 방위산업, 항공우주 분야 기업 인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상의 핵심에는 베이조스가 공동 창업자 겸 공동 CEO로 참여하고 있는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Project Prometheus)가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존재가 알려진 프로메테우스는 출범 당시 62억 달러의 초기 자금을 확보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다루는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항공우주·자동차·컴퓨팅 등 물리적 산업의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시뮬레이션하는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제조 펀드는 프로메테우스와 별도의 독립 구조로 운영되지만, 인수 기업들이 프로메테우스의 AI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두 축이 맞물리는 구조다. 베이조스는 최근 아부다비투자청(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 등 중동 국부펀드 관계자들을 만나고 싱가포르도 방문하는 등 직접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메테우스를 함께 이끄는 공동 CEO는 빅 바자이(Vik Bajaj)다. 구글의 ‘문샷 팩토리’ 구글 X(Google X) 출신인 바자이는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자율주행차 웨이모(Waymo)와 드론 배송 서비스 윙(Wing) 등을 이끌었던 물리화학자다. 이후 암 조기 검진 기업 그레일(GRAIL)의 최고과학책임자를 거쳐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 자이라 테라퓨틱스(Xaira Therapeutics)를 공동 창업했으며, MIT에서 물리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프로메테우스에는 오픈AI(OpenAI),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메타(Meta) 출신 연구자 약 100명이 합류해 있다.

1000억 달러는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가 조성했던 비전펀드 1(Vision Fund 1)과 맞먹는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 산업 AI 투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베이조스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구체적인 펀드 조성 일정이나 인수 대상 기업 목록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베이조스에게 AI와 제조업의 결합은 낯선 영역이 아니다. 아마존은 수천 대의 로봇과 AI 기반 물류 시스템으로 전 세계 배송망을 운영하며 실물 경제에서 AI를 활용하는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번 구상은 그 경험을 제조업 전반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읽힌다.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다. 블랙스톤(Blackstone), KKR 같은 전통 사모펀드들이 이미 제조업 자산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같은 테크 중심 벤처캐피털도 산업용 AI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AI 롤업을 먼저 시작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62억 달러의 초기 자금, 세계 정상급 AI 인재 풀, 그리고 베이조스라는 이름이 결합된 프로메테우스의 잠재력은 업계에서 이미 주목받고 있다.

베이조스가 2021년 아마존 CEO직을 내려놓은 뒤 이처럼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후화된 제조 인프라를 AI로 되살리겠다는 그의 베팅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의 자국 이전) 흐름과 맞물려 산업 지형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