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읽는’ AI 어시스턴트 리틀버드, 시드 라운드서 1,100만 달러 조달


챗GPT(ChatGPT)나 클로드(Claude) 같은 AI 어시스턴트를 쓰다 보면 매번 반복되는 불편함이 있다. 새 대화를 열 때마다 “나는 지금 이런 프로젝트를 맡고 있고, 지난번에 이런 논의가 있었는데…”라며 배경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정작 내 업무와 맥락을 모른다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매번 설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littlebird image - 와우테일

맥OS(macOS) 기반 데스크탑 AI 어시스턴트 리틀버드(Littlebird)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해 2024년 출발했다. 앱을 설치하면 백그라운드에서 조용히 실행되며, 사용자가 보고 있는 활성 창의 텍스트를 실시간으로 읽어 들인다. 워드(Word) 문서를 작성하든, 슬랙(Slack) 메시지를 확인하든, 웹 페이지를 열어보든 — 화면에 표시된 텍스트가 자동으로 쌓이면서 업무 맥락이 만들어진다. 별도로 앱을 연동하거나 파일을 업로드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쌓인 맥락은 세 가지 방향으로 쓰인다. AI 채팅 기능에서 “오늘 내가 뭘 했지?”, “이번 주 집중해야 할 게 뭐야?” 같은 질문을 던지면 일반론적인 답이 아니라 실제 내 업무를 바탕으로 한 맞춤 답변이 돌아온다. 회의 중에는 시스템 오디오로 대화를 실시간 전사하고, 회의가 끝나면 요약과 액션 아이템을 자동 생성한다. 그라놀라(Granola) 같은 별도 회의 메모 앱 없이 리틀버드 안에서 바로 처리된다. 회의 전 ‘미팅 준비(Prep for meeting)’ 기능을 누르면 과거 이메일, 회의 기록, 회사 히스토리를 종합한 브리핑이 자동으로 만들어지고, 레딧(Reddit) 여론까지 끌어와 제공한다. 루틴(Routines) 기능으로는 “매주 월요일 오전에 지난주 고객 미팅 요약”처럼 반복 보고서를 일간·주간·월간 단위로 자동화할 수 있다.

리틀버드가 경쟁자들과 선을 긋는 지점은 화면을 ‘찍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2024년 선보인 리콜(Recall)은 주기적으로 스크린샷을 저장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가 보안 취약점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출시가 연기됐다. 리와인드(Rewind)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다 리미틀리스(Limitless)로 이름을 바꾼 뒤 결국 메타(Meta)에 인수됐다.

알렉산더 그린(Alexander Green) 공동창업자 겸 CPTO는 테크크런치(TechCrunch)와의 인터뷰에서 “스크린샷 방식은 데이터도 훨씬 많이 잡아먹고, 더 침습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틀버드는 텍스트만 추출해 저장하기 때문에 저장 용량이 훨씬 작고, 비밀번호 관리자·결제 정보 입력란은 자동으로 제외된다. 시크릿 창이나 최소화된 앱도 읽지 않는다. 지메일(Gmail), 구글 캘린더(Google Calendar), 애플 캘린더(Apple Calendar) 등은 별도로 연동해 맥락을 더할 수 있으며, 수집된 데이터는 암호화된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사용자가 언제든 삭제할 수 있다. SOC 2 인증을 획득했으며 GDPR·CCPA도 준수한다.

창업팀은 연쇄 창업자 셋이서 꾸렸다. 알랩 샤(Alap Shah)와 나만 샤(Naman Shah) 형제는 기관 투자자용 AI 금융 리서치 플랫폼 센티오(Sentieo)를 함께 창업해 7,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 유치한 뒤 2022년 시장정보 회사 알파센스(AlphaSense)에 매각했다. 건강 식품 구독 서비스 시슬(Thistle)도 공동 창업했다.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경제학과를 나온 알랩은 바이킹 글로벌 인베스터스(Viking Global Investors)와 시타델(Citadel)에서 투자 애널리스트로 일한 뒤 창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에는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와 함께 AI 에이전트가 글로벌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 보고서를 공동 집필해, 발표 직후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하는 파장을 낳기도 했다. 물리학도 출신인 알렉산더 그린은 기술 예술 스튜디오 시메트리 랩스(Symmetry Labs)를 10년 가까이 이끌며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투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 등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력이 있다.

회사는 지난 23일 로터스 스튜디오(Lotus Studio) 주도의 시드 라운드에서 1,100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레니 라키츠키(Lenny Rachitsky), 스콧 벨스키(Scott Belsky), 고쿨 라자람(Gokul Rajaram), 저스틴 로젠스타인(Justin Rosenstein), 숀 왕(Shawn Wang), 러스 헤들스턴(Russ Heddleston) 등도 이름을 올렸다.

투자자 상당수가 실제 사용자이기도 하다. 독센드(DocSend) 공동창업자 겸 CEO 러스 헤들스턴은 리틀버드로 회사 마케팅 사이트 전체를 재작성했다고 전했다. 구글(Google)·페이스북(Facebook) 출신의 고쿨 라자람은 “자신의 업무를 기억하고, 찾고, 다시 설명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준다”고 평했다. 뉴스레터·팟캐스트 운영자 레니 라키츠키는 “AI는 갖고 있는 맥락만큼만 좋을 수 있다”면서 장기적 성공의 열쇠는 결국 “킬러 유스케이스 발굴”이라고 강조했다.리틀버드는 맥OS 데스크탑 앱으로 무료 제공되며, 이미지 생성 등 고급 기능은 월 20달러부터 시작하는 유료 플랜으로 쓸 수 있다. 윈도우(Windows) 버전은 대기자 명단을 받고 있다. ‘컨텍스트 AI’ 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콜, 메타에 인수된 리미틀리스, 오픈AI(OpenAI) 챗GPT 데스크탑 앱의 화면 읽기 기능까지 빅테크의 움직임이 거세다. 리틀버드는 스크린샷 없는 텍스트 기반 설계와 프라이버시 우선 철학으로 이 경쟁에서 차별화된 자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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