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ERP를 AI로 뒤집는다…도스, 5,500만 달러 투자유치


레거시 ERP(전사적 자원관리) 소프트웨어를 AI로 대체하려는 스타트업 도스(DOSS)가 5,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마드로나(Madrona)와 프렘지 인베스트(Premji Invest)가 공동 주도했으며, 그레이하운드(Greyhound), 커머스 벤처스(Commerce Ventures), 인튜잇 벤처스(Intuit Ventures)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시어리(Theory), 제너럴 캐탈리스트(General Catalyst), 컨트라리 캐피털(Contrary Capital), 민타카(Mintaka), 패스라이트VC(Pathlight VC), 47th 스트리트 파트너스(47th Street Partners)도 후속 투자에 동참했다. 마드로나의 매니징 디렉터 카란 메한드루(Karan Mehandru)는 이번 투자와 함께 이사회에 합류한다.

doss team - 와우테일

ERP는 기업의 구매·재고·재무·물류 등 핵심 운영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SAP, 오라클(Oracle), 넷스위트(NetSuite) 등이 장악한 이 시장은 규모만 1,000억 달러를 넘지만, 고객 만족도는 소프트웨어 업계 최하위권에 머문다. 가트너와 맥킨지에 따르면 ERP 구현 실패율은 55~75%에 달하고, 일반적인 도입 기간은 12~18개월이다. 소프트웨어 비용 외에 컨설팅·유지보수·지원 비용이 라이선스 비용의 최대 3~9배에 이른다는 점도 기업들의 오랜 불만이다.

도스는 2022년 일리노이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동문인 와일리 존스(Wiley Jones) CEO와 아르나브 미쉬라(Arnav Mishra) CTO가 공동 창업했다. 존스는 중국의 로봇 장난감 공장, 의료기기 스타트업 아텔라스(Athelas), 보안 카메라 업체 베르카다(Verkada)를 거치며 레거시 ERP의 경직성을 몸소 체감했다. 미쉬라는 건설 금융 스타트업 사이트라인(Siteline)과 데이터 보안 기업 루브릭(Rubrik)에서 오라클 등 레거시 플랫폼과 씨름하다 ERP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

두 창업자의 핵심 통찰은 간결하다. 어떤 기업이든 운영의 모든 흐름은 결국 상품(goods)·자금(dollars)·데이터(data) 세 가지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기존 ERP는 이 세 흐름을 각기 다른 시스템에 분산시키고, 변경이 필요할 때마다 몇 달씩 걸리는 재구현을 요구했다. 도스는 이를 단일 데이터 모델로 통합한 ‘적응형 리소스 플랫폼(ARP)’을 설계해 인간과 AI 에이전트 모두가 손쉽게 설정하고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도스의 포지셔닝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겨냥한다. 하나는 기존 회계 시스템(예: 퀵북스)을 그대로 두되 재고·조달·주문·물류 운영 레이어만 도스로 씌우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넷스위트나 SAP 같은 레거시 ERP를 아예 도스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어느 쪽이든 핵심 약속은 같다. 컨설턴트 없이 수주 내 가동, 비즈니스 성장에 따라 시스템도 스스로 적응한다는 것이다. 도스가 자신을 ‘ERP를 교체하는 것이 아닌, ERP가 진화한 형태’라고 부르는 이유다.

최근 출시한 AI 코파일럿 ‘도스봇(Dossbot)’은 이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채팅 프롬프트만으로 보고서를 생성하고, 수십만 건의 데이터 오류를 일괄 수정하며, 복잡한 워크플로를 자동화한다. 회사는 이를 ‘Gen3 클라우드에서 Gen4 에이전틱(Agentic)으로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인간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운영을 관리하는 미래로의 전환이다.

도스의 플랫폼은 이미 소비재, 식음료, 제조, 유통 등 다양한 업종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커피 브랜드 버브 커피 로스터스(Verve Coffee Roasters)는 도입 2개월 만에 수동 배치 주문 비율을 30%에서 1%로 낮추고 창고팀 15명 이상이 주당 20시간 이상을 절약했다. 식물성 단백질 바 브랜드 메즐라(Mezcla)는 D2C·도매·리테일 전 채널의 주문-결제 워크플로를 자동화해 구매주문(PO) 처리 속도를 두 배로 높이고 주당 12시간 이상의 업무를 줄였다.

이번 시리즈B로 도스의 누적 조달액은 7,3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도스는 지난해 4월 시어리 벤처스(Theory Ventures)가 주도한 1,80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한 바 있다.

AI 네이티브 ERP·운영 관리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에스토니아 기반 카타나(Katana)는 제조 중소기업용 클라우드 재고·생산 관리 플랫폼으로, 지난해 10월 코지토 캐피털 파트너스(Cogito Capital Partners) 주도로 1,400만 유로 규모의 시리즈B 익스텐션을 유치했다. 누적 조달액은 6,000만 유로를 넘어섰다. 신(Cin7)은 8,5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보유한 글로벌 재고·주문 관리 솔루션으로, 지난해 말 루비콘 테크놀로지 파트너스(Rubicon Technology Partners)가 블랙록(BlackRock), 골드만삭스 자산운용(Goldman Sachs Asset Management) 등을 참여시켜 5억 달러 규모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포지셔닝이 미묘하게 다른 경쟁자들도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기사화한 바 있는 튤립(Tulip)은 제조 현장 작업자가 노코드로 앱을 만드는 방식으로 현장 운영 레이어만 담당하며, ERP 자체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조달 자동화 플랫폼 집(Zip)은 기존 ERP 위에서 조달 오케스트레이션만 담당하는 방식으로 도스와 커버 영역이 다르다.

도스가 경쟁사들과 가장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은 ‘단일 데이터 모델 위의 풀스택 커버리지’다. 카타나가 제조 재고에, 신이 옴니채널 재고·주문에 특화된 반면, 도스는 구매조달·재고·주문·물류·재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면서 AI 에이전트가 설정 자체를 자동화한다는 주장이다. 도스는 이번 투자금으로 핵심 플랫폼과 AI 에이전트 고도화,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존스 CEO는 “기존 ERP 업체들은 고객의 신뢰를 이미 훼손했고 AI 플랫폼 전환에 나설 유인도 없다”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만이 아니라 전체 시장이 변화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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