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퍼드, 4,200만 달러 시리즈B…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건설 보험을 AI로 혁신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시설 등 첨단 인프라 건설 현장에는 공통된 문제가 있다. 수백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보험 처리는 여전히 수십 년 전 방식 그대로다.

shepherd insurance founders - 와우테일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속도다. 브로커가 서류를 제출하면 이메일을 주고받고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이 몇 주씩 걸린다. 수천억 원짜리 프로젝트가 보험 처리를 기다리며 발이 묶인다. 둘째, 정확도다. 기존 보험사는 3년 전 업계 평균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한다. 실제 프로젝트 특성과 동떨어진 가격이 나오고, 리스크가 과소평가되거나 반대로 보험료가 과도하게 책정되는 일이 반복된다. 셋째, 사각지대다. 기존 방식은 계약 시점에 제출된 서류만 본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 현장 상황이 바뀌어도 보험사는 알 방법이 없다. 공정이 지연되거나 설계가 변경되거나 안전 문제가 불거져도, 보험사는 사고가 난 뒤에야 파악하는 구조다.

뉴욕 기반의 건설 특화 AI 보험 플랫폼 셰퍼드(Shepherd)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셰퍼드는 최근 인텍트 프라이빗 캐피털(Intact Private Capital)이 주도하고 스파크 캐피털(Spark Capital), 코스타노아 벤처스(Costanoa Ventures) 등이 참여한 4,2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로써 누적 조달액은 6,700만 달러가 됐다.

주목할 점은 이번 라운드를 이끈 인텍트의 정체다. 인텍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업 보험사 중 하나로, 단순 투자가 아닌 장기 언더라이팅 파트너로서 셰퍼드와 손을 잡았다.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란 보험사가 특정 리스크를 인수할지 판단하고 보험료를 산정하는 심사 과정이다. 건설 프로젝트처럼 규모가 크고 변수가 많을수록 이 과정이 복잡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보험업계 자체가 “이것이 언더라이팅의 미래”라고 공인한 셈이다.

셰퍼드는 4년 전 저스틴 레빈(Justin Levine) CEO와 모 시디키(Mo Siddiqi) 공동창업자가 설립했다. 두 사람의 출발점은 단순한 관찰이었다. 건설 보험은 느리게 움직이던 세계에 맞게 설계됐다. 수기로 작성된 노출 정보, 지저분한 스프레드시트와 비정형 PDF, 브로커와 보험사 사이의 수주일에 걸친 이메일 왕복, 3년 전 데이터 기반의 가격 산정. 그런데 세상은 더 이상 느리게 움직이지 않는다.

AI 인프라 붐이 한 세대 최대 규모의 건설 사이클을 만들어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 배터리 저장 시설 등 수조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빠르게 착공되고 있다. 셰퍼드 측은 미국 역사상 이에 필적하는 투자 규모는 루이지애나 구매뿐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보험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하지만, 문제는 방법이다. 속도가 없고, 데이터가 없고, 프로세스가 없다.

셰퍼드의 접근법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한다. 브로커가 건설 계약을 제출하면 AI가 이메일로 들어온 서류를 즉시 정형 데이터셋으로 변환한다. 언더라이터가 검토를 시작하기도 전에 수초 만에 초기 가격 산정이 나온다. 기존에 수주일이 걸리던 작업이다. 가격 정확도 문제는 실시간 현장 데이터로 풀었다. 셰퍼드의 플랫폼은 건설사들이 현장에서 이미 쓰는 프로젝트 관리 도구인 프로코어(Procore), 오토데스크(Autodesk), 드론디플로이(DroneDeploy), 오픈스페이스(OpenSpace)와 연동된다. 3주 전 서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공사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며 가격을 산정한다. 공정 지연, 설계 변경, 안전 이슈처럼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변화가 생기면 보험사가 사고 전에 이를 포착할 수 있다. 업계 평균이 아닌 해당 프로젝트에 맞춘 정밀한 가격이 가능해지는 이유다.

성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지난 24개월간 1,500건 이상의 보험 계약을 체결했고, 누적 피보험 가치는 4,000억 달러를 넘었다. 600개 이상의 건설사와 자산 소유자가 고객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AI 프론티어 랩부터 칩 제조사, 하이퍼스케일러, 그리고 이들의 인프라를 실제로 시공하는 건설사들이 포함된다.

이번 조달 자금은 사업 확장에 집중 투입된다. 재생에너지 배상책임(Renewable Energy Casualty)은 이미 운영 중이고, 건설자위험(Builder’s Risk)과 산재보상(Workers’ Compensation)은 확대 중이다. 재생에너지 재산(Renewable Energy Property) 보험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 프로덕션 언더라이터를 추가 채용해 응답 속도와 리스크 수용 범위도 넓힌다.

레빈 CEO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자율 언더라이팅 로드맵’이다. 현재 언더라이터 한 명이 월 20건을 처리한다. 2년 안에 이를 200건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AI가 접수, 데이터 보강, 분석, 가격 산정을 처리하고 언더라이터는 전략 수립, 예외 처리, 관계 관리에 집중하는 구조다. 사람의 개입 없이 이메일 접수에서 가격 산정까지 완전히 자동화되는 ‘완전 에이전틱 제출 처리’가 목표다.

현재 셰퍼드는 5개 오피스에 약 75명이 근무하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코인베이스(Coinbase), 아마존(Amazon) 출신 엔지니어들과 전통 보험사를 떠나 합류한 언더라이터들이 함께 팀을 구성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시장에서 AI 기반 상업 보험 플랫폼 코얼리션(Coalition)이 사이버 보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스타트업 전문 보험사 보우치(Vouch)는 2023년 영국 대형 보험사 히스콕스(Hiscox)에 인수됐다. 디지털 브로커 플랫폼 엠브로커(Embroker)는 2021년 시리즈C에서 1억 달러를 조달했다. 다만 이들은 주로 기술 스타트업과 사이버 리스크를 타깃으로 하며,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같은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복잡한 언더라이팅에 집중하는 셰퍼드와는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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