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포드로 도시를 잇다…글라이드웨이즈, 1억 7천만 달러 시리즈C 조달


서울 지하철 1킬로미터를 새로 놓는 데 드는 비용은 수천억 원이다. GTX 같은 광역급행철도는 그보다 몇 배 더 든다. 그래서 노선 하나를 뚫는 데 10년이 넘게 걸리고, 수도권 외 지역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전 세계로 눈을 넓히면 더 극명하다. 약 1만 개 도시 중 전통적인 대중교통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곳은 201개뿐이다. 문제는 교통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프라를 깔 돈이 없어서다.

Glydways - 와우테일

글라이드웨이즈(Glydways)의 답은 인프라 자체를 근본적으로 작게 만드는 것이다. 20~30미터짜리 대형 차량이 지나갈 터널과 교량을 짓는 대신, 폭 2미터짜리 전용 가이드웨이를 깔고 그 위에 소형 자율주행 전기 포드를 운행한다. 구조물 단면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토목 공사 규모도 달라진다. 기존 도로 위 고가나 건물 사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별도 부지 수용이나 대규모 지하 굴착도 불필요하다. 운전기사 없는 자율주행에 전기 구동, 소형 차량 덕분에 유지보수 비용도 단순하다. 회사 측은 이런 요인들이 합산돼 기존 철도 대비 인프라 구축 비용을 최대 9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립적으로 검증된 수치는 아니지만, 구조적 논리는 뚜렷하다.

처리량은 경전철에 맞먹는다. 이 레인 하나로 시간당 최대 1만 명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승객은 환승도, 정차도, 신호 대기도 없이 목적지까지 직행하고, 요금은 버스 수준이다.

NASA·애플 출신 엔지니어의 10년 승부수

글라이드웨이즈는 네덜란드 출신의 엔지니어 겸 연쇄창업가 마크 세거(Mark Seeger)가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했다. 렌슬레어 공과대학(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MBA를 마친 그는 NASA와 애플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싱가포르로 건너가 생분해성 플라스틱 스타트업 그린아이디아(GreenIdea)를 창업해 매각했고, 전기 오토바이 회사 미션 모터사이클(Mission Motorcycles)을 거쳐 글라이드웨이즈에 이르렀다.

세거의 출발점은 단순한 관찰이었다. 대중교통이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비싸거나, 아예 닿지 않는 곳이 세계 어디에나 있다는 것. 그는 이동 수단에 대한 접근성이 곧 일자리·교육·의료에 대한 접근성이라고 믿는다. 기회의 문은 이동에서 열린다는 철학이 글라이드웨이즈의 뿌리다.

공동창업자 잭 젤리프(Zach Zeliff)는 스타일러스 제조사 아도닛(Adonit)의 CTO 출신으로, 3년 만에 매출 2,600만 달러를 올린 경험이 있다. 지금은 글라이드웨이즈의 제품 전반을 책임진다. CTO 블레이크 바버(Blake Barber)는 MIT 링컨연구소, 록히드마틴, 우버 ATG(Advanced Technology Group),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을 두루 거친 자율주행 분야 베테랑이다.

초과 청약 시리즈C, 스즈키·ACS그룹·코슬라 공동 주도

글라이드웨이즈는 이번 시리즈C를 스즈키 모터(Suzuki Motor Corporation), ACS그룹(ACS Group),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가 공동으로 이끌었다고 발표했다. 기존 투자사인 미쓰이 케미칼(Mitsui Chemicals)과 빌 게이츠의 투자 법인 게이츠 프론티어(Gates Frontier)가 추가로 참여했고, 일본 대형 종합건설사 오바야시(Obayashi Corporation)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라운드는 초과 청약됐으며, 이번 조달로 누적 투자액은 2억 5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기업가치는 현재 약 7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글라이드웨이즈가 추가로 2억 5천만 달러 조달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성사되면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어 유니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스즈키의 도시히로 스즈키(Toshihiro Suzuki) 대표이사 겸 사장은 글라이드웨이즈의 미션이 자사 슬로건인 ‘바이 유어 사이드(By Your Side)’와 맞닿아 있다며 함께 미래 모빌리티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CS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 누리아 할티완거(Nuria Haltiwanger)는 투자자인 동시에 사업 파트너로서 글라이드웨이즈가 실제 운영에 진입하는 과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2026년, 세 도시에서 동시 출발

조달 자금은 세 방향으로 쓰인다. 가장 큰 비중은 지리적 확장이다. 글라이드웨이즈는 올해 안에 UAE, 뉴욕시 인근, 애틀랜타 등 세 곳에서 운영 파일럿을 개시한다. UAE에서는 아부다비투자청(Abu Dhabi Investment Office)과 두바이 도로교통청(Dubai Roads & Transport Authority)과 각각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다.

진도가 가장 빠른 곳은 애틀랜타다. 지난 2월 조지아주 사우스 메트로 애틀랜타에서 착공에 들어갔다. 조지아 국제컨벤션센터 ATL 스카이트레인 역과 게이트웨이 센터 아레나를 잇는 0.5마일(약 800미터) 전용 가이드웨이로, 올해 12월 무료 공공 서비스 시작이 목표다. 차량 5대로 시간당 400회 이상 운행하며, 평균 탑승 시간은 2분 30초다.

두 번째는 기술 개발이다. 파트너사 스즈키가 제조할 차세대 ‘글라이드카(Glydcar)’ 생산을 끌어올린다. 세 번째는 인력·인프라 확충으로, 현재 약 270명인 임직원을 향후 2년 내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북미·아시아태평양·중동·유럽에 걸친 8개 사무소를 거점으로 글로벌 확장을 이어가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운영에 돌입한다.

“로보택시도, 철도도 아닌 세 번째 길”

세거 CEO는 자율주행차를 기존 도로에 그냥 올려놓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도심에서는 혼잡을 줄이기는커녕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글라이드웨이즈의 논리는 전용 인프라와 자율주행의 결합만이 진정한 용량 확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쟁 구도도 뚜렷하다. 웨이모(Waymo)나 아마존 자회사 죽스(Zoox) 같은 로보택시 업체들은 도심 이동 시장을 파고들고 있지만, 이들 역시 일반 도로 혼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통 철도는 초기 비용 장벽이 높아 대부분의 도시가 엄두를 내기 어렵다. 글라이드웨이즈가 노리는 자리는 그 사이다. 경전철급 처리량을 버스 요금에 제공하는 전용 가이드웨이 네트워크다.

인도 노이다 국제공항에도 유사한 개인 고속 대중교통(PRT) 시스템이 시범 운영 중이다. 산호세에서는 글라이드웨이즈와 공항 연결 노선 계약이 진행 중이지만, 3마일 루프 예상 비용이 5억 달러까지 불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세거는 “글라이드웨이즈는 교통의 진화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범주”라며 “올해 공공 운영을 통해 사람들이 도시를 이동하는 새로운 방식을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시스템의 승차 경험을 “순간 이동(teleportation)”에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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