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에서 영화 제작까지…루마, 원더 프로젝트·AWS와 ‘이노베이티브 드림스’ 설립


AI 영상 생성 회사들이 도구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런웨이는 이미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나란히 제작 파이프라인에 발을 담갔고, 힉스필드는 지난주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 채널을 열었다. 이번엔 루마AI(Luma AI) 차례다. 루마는 16일 할리우드 독립 제작사 원더 프로젝트(Wonder Project),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프로덕션 서비스 회사 이노베이티브 드림스(Innovative Dreams)를 공동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모델을 훈련해 납품하는 업체에서 영화와 드라마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현장의 일원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수순이다.

innovative dreams - 와우테일

이노베이티브 드림스는 프로덕션 서비스와 R&D 연구소, 포스트프로덕션·시각효과 스튜디오를 한데 묶은 회사다. 원더 프로젝트의 스튜디오 디비전 산하 독립 사업부로 운영되며, 캘리포니아주 맨해튼 비치의 MBS 미디어 캠퍼스에 전용 연구소와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를 갖췄다. 원더 프로젝트 자체 작품 지원은 물론 외부 스튜디오들의 프로젝트도 수주한다.

회사가 내세우는 핵심 방법론은 ‘리얼타임 하이브리드 필름메이킹(Realtime Hybrid Filmmaking)’이다. 퍼포먼스 캡처, 버추얼 프로덕션, 시각효과에 생성AI를 결합해 기획 단계부터 촬영, 포스트프로덕션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배우는 디지털 환경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연기할 수 있고, 감독은 촬영·렌더링·편집의 지연을 없앤 채 현장에서 바로 창작 판단을 내린다. 최종 픽셀까지 생성AI가 투입되는 프로덕션 워크플로를 대규모로 적용한 업계 최초 사례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노베이티브 드림스의 CEO는 존 어윈(Jon Erwin)이 맡는다. 넷플릭스 출신 켈리 메리맨 후그스트라텐(Kelly Merryman Hoogstraten)과 원더 프로젝트를 공동 창업한 인물로, 종교·가치 지향 콘텐츠 제작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다. 원더 프로젝트는 아마존 MGM 스튜디오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프라임 비디오에 자체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 워크플로로 만들어지는 첫 작품은 원더 프로젝트의 인기 시리즈 ‘하우스 오브 데이비드(House of David)’ 세계관을 확장한 3부작 특별편 ‘디 올드 스토리스: 모세스(The Old Stories: Moses)’다. 아카데미상 수상자 벤 킹슬리(Ben Kingsley)와 에미상 후보 오-티 파그벤레(O-T Fagbenle)가 출연하고 어윈이 각본·연출·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전편이 버추얼 스테이지에서 촬영됐으며, 올봄 프라임 비디오에서 독점 공개될 예정이다.

“창작 역량이 아니라 실행 역량이 부족했다”

루마가 이번 협업에 투입하는 기술의 핵심은 지난달 공개한 루마 에이전츠(Luma Agents)다. 텍스트·이미지·영상·오디오 전반의 창작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로, 기반이 되는 유니-1(Uni-1) 모델은 멀티모달 통합 지능(Unified Intelligence) 아키텍처로 설계돼 있다. 자체 모델 레이3.14(Ray3.14) 외에도 구글의 베오 3(Veo 3)와 나노 바나나 프로(Nano Banana Pro), 바이트댄스 시드림(Seedream), 일레븐랩스(ElevenLabs) 음성 모델까지 외부 모델을 상황에 맞게 조율해 쓴다.

아밋 제인(Amit Jain) 루마AI CEO는 영화 제작자들이 더 과감한 창작 시도를 할 방법을 찾고 있고, 루마는 자사의 생성AI 기술을 고품질 프로덕션에 접목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을 어윈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루마 에이전츠 공개 당시에도 창작 업무에 부족했던 것은 야망이 아니라 실행 능력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더 프로젝트 CEO 켈리 메리맨 후그스트라텐은 넷플릭스에서는 예약 시청 개념을 없앴고 유튜브에서는 게이트키퍼를 제거해 크리에이터 경제를 열었다면서, 지금 프로덕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퍼포먼스 캡처·버추얼 프로덕션·생성AI의 융합이 바로 다음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AWS는 이번 협업에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제공한다. 사미라 파나 박티아르(Samira Panah Bakhtiar) AWS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총괄은 기술이 마침내 영화 제작자들의 상상력을 따라잡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전환점에 있다고 말했다.

도구 공급자에서 제작 참여자로

이번 발표가 의미 있는 건 루마AI가 걸어온 궤적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루마는 지난해 11월 9억 달러 시리즈C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0억 달러에 올라섰고, 사우디아라비아 휴메인(HUMAIN)과 손잡고 2기가와트 규모의 AI 슈퍼클러스터 ‘프로젝트 할로(Project Halo)’를 짓고 있다. 지난해 여름 문을 연 드림 랩 LA(Dream Lab LA)는 할리우드 창작자 대상 교육·협업 공간이었고, 지난달 출시한 루마 에이전츠는 광고·마케팅 팀을 겨냥한 에이전트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이번 이노베이티브 드림스는 할리우드 프로덕션 파이프라인 자체에 지분을 박는 한층 더 깊숙한 수직 통합이다.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곳이 힉스필드(Higgsfield)다. 지난 1월 시리즈A 확장 라운드로 총 1.3억 달러를 조달하며 카자흐스탄 최초 유니콘이 된 이 회사는, 지난 10일 ‘힉스필드 오리지널 시리즈(Higgsfield Original Series)’를 출범시켰다. 업계 최초의 크라우드소싱 방식 AI TV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SF 파일럿 에피소드 ‘아레나 제로(Arena Zero)’를 먼저 공개하고 시청자 투표로 어떤 작품을 전편으로 제작할지 결정하는 구조다. 그린라이트 리스크를 독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상쇄하는 방식이다. 창업 1주년 시점에 ARR 3억 달러를 넘어섰고, 자사 채널 누적 조회수는 40억 뷰에 달한다.

기술 측면에서도 힉스필드의 움직임은 공격적이다. 지난 3월 30일 공개한 시네마 스튜디오 3.0(Cinema Studio 3.0)은 물리 기반 생성 엔진, 이미지 9장을 동시에 참조해 내러티브를 해석하는 시네마틱 추론 시스템, 네이티브 오디오 생성을 한 번에 묶은 풀스택 영상 제작 환경이다. 자체 모델 외에 오픈AI 소라, 구글 베오, 알리바바 완(WAN), 콰이쇼우 클링(Kling), 바이트댄스 시드림·시댄스(Seedance), 미니맥스(MiniMax) 같은 외부 모델을 하나의 워크플로로 통합해 쓴다.

런웨이(Runway)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지난 2월 3억1500만 달러 시리즈E로 기업가치 53억 달러를 기록한 런웨이는 라이언스게이트와 손잡고 자사 Gen-4.5 모델을 실제 영화 제작 파이프라인에 투입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아바타 영상 영역에서는 신테시아(Synthesia)가 2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0억 달러를 찍었다.

경쟁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흐름을 보면 AI 영상 시장의 경쟁 축이 바뀌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한때는 누가 더 좋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훈련하느냐가 승부처였다면, 이제는 누가 더 완결된 창작 워크플로와 콘텐츠 생태계를 가졌느냐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오픈AI가 소라 소셜 앱을 종료하기로 발표한 뒤 크리에이터들이 클링·런웨이·비두·힉스필드로 대거 이동한 사건은 모델 성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루마의 이노베이티브 드림스, 힉스필드의 오리지널 시리즈, 런웨이의 스튜디오 파트너십, 신테시아의 엔터프라이즈 공략. 경로는 각자 다르지만 지향점은 비슷하다. AI 모델을 수직 통합해 실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경제에 자리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영상 생성 시장은 2025년 7억8850만 달러에서 2033년 34억4000만 달러로 연평균 20.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가 커지는 만큼, 각 기업 앞에 놓인 선택지는 점점 더 본질적인 질문 — 도구를 팔 것인가, 작품을 만들 것인가 — 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영문기사 보러가기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