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시드] 10x 사이언스, 480만 달러 투자유치.. “AI가 만든 신약 후보, 제대로 골라낸다”


AI가 신약 후보를 쏟아내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것이 진짜 약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에 달려 있다.

10xScience Team - 와우테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알파폴드(AlphaFold)가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문제를 풀면서 AI 신약 발굴 시대가 열렸다. 챠이 디스커버리(Chai Discovery),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 같은 스타트업들이 AI로 신약 후보를 설계하고, 빅파마들도 앞다퉈 AI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개발 파이프라인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후보 물질이 쌓이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아무리 AI가 “이 분자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수천 개의 후보를 뽑아내도, 그 분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몸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 FDA에 제출할 수 있을 만큼 데이터가 정밀한지를 하나하나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 작업에 쓰이는 표준 기술이 질량 분석법(mass spectrometry)이다. 분자를 전기장에 넣어 원자 구조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샘플 하나에서 수 기가바이트의 복잡한 데이터가 쏟아진다. 이걸 해독할 수 있는 전문 과학자는 드물고, 분석 하나에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 기존 소프트웨어 도구들은 수십 년째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고, 매 분석마다 백지에서 다시 시작한다.

AI가 후보는 잔뜩 만들어주는데, 그걸 걸러내는 관문은 그대로인 셈이다.

10x 사이언스(10x Science)는 바로 이 관문을 AI로 자동화하겠다는 스타트업이다. 2025년 12월 설립된 이 회사가 이니셜라이즈드 캐피털(Initialized Capital) 주도로 480만 달러 시드 투자를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시빌리제이션 벤처스(Civilization Ventures), 파운더 팩터(Founder Factor)와 전략적 엔젤 투자자들이 참여했으며, 목표를 초과하는 완전 청약으로 마감됐다.

세 공동창업자는 모두 202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캐롤린 버토지(Carolyn Bertozzi) 교수의 스탠퍼드대 연구실 출신이다. 이들이 회사를 세운 이유는 직접 겪은 불편에서 나왔다. 암세포와 면역세포가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하면서, 관련 단백질을 정밀하게 분석할 도구가 없다는 것을 매번 절감했다.

CEO 데이비드 스티븐 로버츠(David Stephen Roberts)는 UCSD에서 화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화학 박사를 마쳤다. 스탠퍼드에서 데이먼 루니언 암연구 펠로(Damon Runyon Cancer Research Fellow)로 활동하며 네이처(Nature)와 ACS 계열 저널에 38편 이상의 논문을 냈고, 차세대 단백질 분석 분야를 개척한 연구자 중 한 명이다. COO 앤드루 라이터(Andrew Reiter)는 MIT·하버드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의 프로테오믹스 플랫폼 랩에서 약물-표적 결합 분석 도구를 직접 개발하고, 이후 스탠퍼드 NSF 펠로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CTO 비슈누 테자스(Vishnu Tejus)는 11살에 대학에 진학한 이력을 가진 2회 YC 창업자다. 세일즈 AI 스타트업 눅스(Nooks)의 초기 핵심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후 직접 워싱턴대·UCSF·스탠퍼드 연구실에 들어가 분석화학과 암연구를 독학해 1년 안에 논문 2편과 전국 수상 4개를 기록했다.

로버츠는 “AI를 만드는 사람들은 생명과학자가 아니었고, 생명과학자들은 AI를 만들지 않았다”며 “우리는 두 세계 모두에서 왔다”고 밝혔다.

10x 사이언스 플랫폼은 화학·생물학 기반의 결정론적 알고리즘과 질량 분석 데이터 해석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결합했다. 수십만 개의 스펙트럼을 동시에 읽어 분자 구조와 화학적 변형을 파악하고, 분석 근거를 추적 가능한 형태로 내놓는다. 핵심은 ‘딥 메모리(deep memory)’다. 매 분석을 백지에서 시작하는 기존 소프트웨어와 달리, 고객사의 분자 데이터를 분석할수록 해당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해가 누적된다. FDA 제출 문서에 들어가는 분석 결과인 만큼, 모든 결론은 설명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공된다.

실제 현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바이오텍 스타트업들의 질량 분석을 대행하는 릴라스 테크놀로지스(Rilas Technologies)의 과학자 매슈 크로퍼드(Matthew Crawford)는 수 주간 플랫폼을 써본 결과, 파일 이름만 보고 어떤 단백질인지 스스로 파악한 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서열까지 자동으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과거에 써본 AI 도구들이 과장된 약속이나 정확도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이 플랫폼은 합리적인 가정을 내리고 결론을 잘 설명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10x 사이언스는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 및 학술 연구기관과 협업 중이다.

경쟁 구도를 보면, 10x 사이언스가 싸우는 상대는 AI 신약 설계 회사들이 아니다. 업계 표준으로 쓰여온 프로틴 메트릭스(Protein Metrics)의 Byos·Byosphere, 써모 피셔(Thermo Fisher)의 프로테옴 디스커버러(Proteome Discoverer), 오픈소스 맥스퀀트(MaxQuant) 같은 기존 분석 소프트웨어들이다. 이 도구들은 수십 년간 바뀌지 않았고, 전문가 없이는 쓰기 어려우며, 학습 능력이 없다. 챠이 디스커버리나 아이소모픽 랩스 같은 AI 신약 설계 회사들이 후보를 아무리 빠르게 쏟아내도, 그 아래 분석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면 개발 속도는 결국 여기서 막힌다. 10x 사이언스는 그 막힌 지점을 노린다.

투자자들이 이 구조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니셜라이즈드의 파트너 조이 페렛(Zoe Perret)은 “제약사들은 수많은 후보를 검토하는 한 매달 비용을 내야 하는 SaaS 플랫폼”이라며, 어떤 특정 신약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버토지 교수도 “항체부터 세포 치료제까지 모든 바이오로직스는 기존 도구들이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수준의 분자 분석을 요구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번 자금은 파운딩 엔지니어 채용과 제약·바이오텍 파트너십 확대에 쓰인다. 장기 비전은 더 크다. 플랫폼이 더 많은 분자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수천 개의 치료제 데이터에서 효과 있는 약과 그렇지 않은 약을 가르는 분자적 패턴을 찾는 일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제약 산업 전체가 한 번도 답하지 못했던 질문이다. 로버츠는 이를 “신약 개발의 분자 지능 인프라 레이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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