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I, 50억 달러 투자 보도…컴퓨팅 10배 확대


프런티어 인공지능 경쟁의 핵심 자원이 연구 인력에서 컴퓨팅 인프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첨단 모델을 훈련하려면 수만 개의 AI 가속기와 이를 연결할 네트워크, 전력·냉각 인프라가 필요하다. 막대한 자본을 확보하더라도 최신 칩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연구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

SSI, 50억 달러 투자 보도…컴퓨팅 10배 확대

안전한 초지능 개발을 목표로 하는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SSI)엔비디아(NVIDIA)와 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는 SSI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 시스템을 공급한다.

두 회사는 투자 규모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상당한 규모의 투자’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는 거래 내용을 보고받은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SSI에 50억 달러를 지분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투자액은 블룸버그가 먼저 보도했다.

따라서 50억 달러는 단순한 시장 소문보다 복수의 주요 매체가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보도에 가깝다. 다만 양사가 공식적으로 금액을 확인하지 않았고, 이번 투자에 적용된 기업가치와 엔비디아가 취득하는 지분율도 공개되지 않았다.

제품 없이 연구만 이어온 SSI

SSI는 2024년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 다니엘 그로스(Daniel Gross), 다니엘 레비(Daniel Levy)가 공동 설립했다. 수츠케버는 오픈AI 공동 창업자이자 전 수석과학자로, 2012년 딥러닝의 가능성을 입증한 이미지 인식 모델 ‘알렉스넷(AlexNet)’ 개발에 참여했다.

SSI는 안전한 초지능 개발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한다. 상용 제품을 먼저 출시해 매출을 확보한 뒤 연구에 투자하는 일반적인 AI 기업과 달리, 제품 출시와 단기적인 사업 확장 없이 장기 연구를 진행해왔다.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강력하면서도 인간의 의도에 맞게 작동하는 AI를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 방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모델 구조나 학습 방법, 성능 지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엔비디아가 SSI의 비공개 연구를 제한적으로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외부에 연구 결과를 거의 공개하지 않은 SSI가 엔비디아에는 투자 판단에 필요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라 루빈으로 컴퓨팅 10배 확대

SSI는 엔비디아의 투자와 베라 루빈 시스템을 활용해 현재보다 컴퓨팅 자원을 약 10배 확대할 계획이다. 확보할 시스템의 수량과 설치 장소, 전체 계약 규모, 실제 가동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가 블랙웰(Blackwell) 후속으로 개발한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이다. 루빈 GPU와 베라 CPU, 고대역폭 메모리, NVLink 네트워크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한다. 대규모 모델의 훈련과 추론 효율을 함께 높이는 것이 목표다.

두 회사의 협력은 하드웨어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SSI는 연구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엔비디아의 현재 및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개발에 제공하고, 양사는 새로운 AI 모델이 요구하는 연산 구조와 시스템 설계를 함께 연구한다.

SSI는 앞서 구글 클라우드의 TPU를 사용하는 주요 AI 연구기업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이 기존 구글과의 관계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가장 중요한 차세대 학습 프로젝트에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컴퓨팅 공급망을 크게 확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기존 투자액보다 큰 엔비디아의 단독 투자

SSI는 설립 석 달 만인 2024년 9월 10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5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당시 안드레센 호로위츠, 세쿼이아 캐피털, DST 글로벌, SV 엔젤 등이 참여했다.

2025년 4월에는 그리노크스가 주도한 투자에서 2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고 기업가치 3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설립 1년도 지나지 않아 기업가치가 여섯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보도된 50억 달러가 그대로 집행된다면 엔비디아 한 곳의 이번 투자액이 SSI가 앞선 두 차례 공개 라운드에서 조달한 30억 달러를 넘어선다. 다만 이전 투자와 이번 거래의 일부가 컴퓨팅 크레디트나 현물 형태인지, 50억 달러 전액이 현금으로 납입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누적 투자액을 단순히 80억 달러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새로운 기업가치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이전 평가액인 320억 달러가 그대로 적용됐다고 가정하면 50억 달러는 상당한 지분에 해당하지만, 신규 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어 엔비디아의 실제 지분율은 확인할 수 없다.

투자와 칩 구매가 맞물리는 구조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가 유망 AI 기업에 투자하고, 해당 기업이 엔비디아 시스템을 이용해 컴퓨팅 인프라를 확장하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엔비디아는 오픈AI, 앤트로픽, xAI와 다양한 AI 인프라 기업에 투자하며 자사 하드웨어 생태계를 넓혀왔다.

악시오스는 이 같은 거래가 AI 산업의 ‘순환 금융’ 논란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칩 공급사가 고객에게 투자하고, 고객이 그 자금으로 다시 공급사의 시스템을 구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투자금이 SSI의 칩 구매 대금으로 곧바로 돌아온다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에는 지분 투자뿐 아니라 시스템 접근권과 공동 기술개발이 포함돼 있어 일반적인 칩 구매 계약과 동일하게 볼 수도 없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단순한 고객 확보 이상의 의미가 있다. SSI가 개발하는 새로운 학습 방법과 모델 구조를 미리 파악하면 차세대 GPU·네트워크·소프트웨어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SSI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급이 제한된 최신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

초지능 연구소에 몰리는 대규모 자본

SSI의 경쟁 상대는 소비자용 챗봇을 판매하는 기업보다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AI 구조를 연구하는 프런티어 연구소에 가깝다.

씽킹 머신즈 랩(Thinking Machines Lab)은 오픈AI 전 CTO 미라 무라티가 설립한 AI 연구기업이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연구 인력과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했다.

앤트로픽(Anthropic)은 AI 안전성과 정렬 연구를 상용 모델 ‘클로드’에 적용한다. 연구에만 집중하는 SSI와 달리 기업용 API와 구독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올리면서 모델 개발 비용을 충당한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 데이비드 실버가 설립한 이네퍼블 인텔리전스(Ineffable Intelligence)는 인간의 지식을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AI를 개발한다. 이 회사 역시 11억 달러를 확보하며 출범해 검증된 연구자가 이끄는 신생 AI 연구소에 자본이 집중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SSI는 경쟁사보다 더 폐쇄적인 방식을 고수해왔다. 모델과 제품은 물론 연구 성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파트너십은 SSI가 2년간의 탐색을 마치고 실제 대규모 학습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첫 신호다. 앞으로의 관건은 10배 늘어난 컴퓨팅이 어떤 기술적 성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안전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다.

주요 AI 기업과 엔비디아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AI 자본 관계망 지형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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