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만든 딥마인드 출신, 11억 달러 확보… “인간 지식 모방 말고 스스로 발견하는 AI”


인간이 바둑을 두는 방식을 학습하지 않고도 세계 최강 바둑 기사를 꺾은 AI가 있었다. 알파제로(AlphaZero)다. 이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이제 그 원리를 바둑판 너머로 확장하려 한다.

Ineffable Intelligence - 와우테일

구글 딥마인드(DeepMind) 강화학습팀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가 창업한 영국 AI 스타트업 이네이퍼블 인텔리전스(Ineffable Intelligence)가 11억 달러(약 1조6천억 원) 시드 라운드를 마감했다. 기업가치는 51억 달러(약 7조4천억 원). 유럽 역사상 최대 시드 라운드다.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과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가 공동 주도했고, 엔비디아(NVIDIA), DST 글로벌(DST Global),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 구글(Google), 영국 정부의 소버린 AI 펀드(UK Sovereign AI Fund)가 참여했다. 세쿼이아의 알프레드 린(Alfred Lin) 파트너와 소냐 황(Sonya Huang) 파트너는 직접 런던으로 날아가 실버를 만나 투자를 확정했다.

알파제로를 만든 사람

실버의 이름값은 수치로 설명된다. 2016년 그의 팀이 만든 알파고(AlphaGo)는 18번의 세계 챔피언 이세돌 9단을 4대1로 꺾었다. 당시 아시아 전역에서 2억 명이 시청했고,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이 “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선언한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알파제로를 만들었다. 알파제로는 인간의 기보를 단 한 줄도 학습하지 않은 채 오직 자기 자신과의 대국만으로 바둑·체스·쇼기를 모두 정복했다. ‘인간 데이터 없는 학습’의 첫 번째 실증이었다. 그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10년 넘게 딥마인드에서 강화학습 팀을 이끌다가 2025년 말 독립했다. 이네이퍼블 인텔리전스는 2025년 11월 설립됐고, 실버는 2026년 1월 이사로 등재됐다.

인간 데이터 없이 학습하는 슈퍼러너

회사의 핵심 목표는 ‘슈퍼러너(superlearner)’를 만드는 것이다. 기초 운동 능력에서 시작해 스스로 경험을 쌓아가며 언어, 과학, 수학, 기술을 발견해 나가는 AI다. 실버는 현존하는 AI가 인터넷에서 긁어온 인간의 지식을 모방하는 데 그친다고 본다. 진짜 지능은 인간이 먼저 닦아놓은 길이 아니라, AI 스스로 열어가는 길에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실버는 강화학습의 대부 리처드 서튼(Richard Sutton)과 공동 집필한 논문 ‘경험의 시대(Era of Experience)’에서 이 비전을 이론화했다. 더 많은 텍스트 토큰을 먹이는 방식으로는 AI의 한계를 돌파할 수 없으며, 스스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지식을 발견하는 에이전트만이 그 다음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회사는 현재 제품도, 매출도, 공개 로드맵도 없다. 있는 것은 이 테제와 실버의 전적이다. 첫 모델 벤치마크는 2026년 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를 떠난 연구자들의 창업 러시

이네이퍼블 인텔리전스가 등장한 맥락은 더 넓은 흐름 안에 있다. 지난 1년 사이 빅테크 AI 연구소 수장들이 잇따라 독립해 막대한 투자를 받고 있다.

오픈AI(OpenAI) CTO 출신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2025년 2월 설립한 씽킹머신즈랩(Thinking Machines Lab)은 7월 안드레센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가 이끈 20억 달러 시드 라운드를 마감하며 기업가치 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오픈AI 동료였던 존 슐먼(John Schulman), 바렛 조프(Barret Zoph), 릴리언 웡(Lilian Weng) 등이 합류했다. 엔비디아·AMD·시스코·제인스트리트가 투자에 참여했다. 10월에는 첫 제품 팅커(Tinker)를 출시했고, 2026년 3월에는 엔비디아와 기가와트급 칩 공급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오픈AI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는 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SSI)를 세워 10억 달러를 유치했다. 메타 수석 AI 과학자였던 얀 르쿤(Yann LeCun)은 AMI 랩스(AMI Labs)를 창업해 올해 3월 10억 달러 시드 라운드를 마감하며 기업가치 3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딥마인드 출신은 실버 혼자가 아니다. 딥마인드 전 수석 과학자 팀 로크테셸(Tim Rocktäschel)이 창업한 리커시브 수퍼인텔리전스(Recursive Superintelligence)는 최근 최대 10억 달러 조달을 추진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가 보도했다.

경쟁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런던이 프론티어 AI의 새 거점으로

이네이퍼블 인텔리전스는 런던을 의도적으로 택했다. 딥마인드 본사가 있고, UCL과 옥스퍼드의 연구 인력이 두텁고, 빅테크 연구소를 나온 연구자들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영국 과학기술부 장관 리즈 켄들(Liz Kendall)은 “영국이 AI를 받아쓰는 나라가 아니라 만드는 나라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투자”라고 말했다. 프론티어 AI 개발이 샌프란시스코에 집중됐다는 서사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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