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동 시뮬레이션 ‘시밀리’, 2억 달러 시리즈B 유치…기업가치 20억 달러


생성형 AI로 제품과 광고, 정책, 콘텐츠를 만드는 비용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반면 무엇을 만들고 누구에게 선보일지, 출시 후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설문조사와 인터뷰, 포커스그룹, A/B 테스트에 의존한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인간의 반응까지 출시 전에 예측하려는 이유다.

인간 행동 시뮬레이션 ‘시밀리’, 2억 달러 시리즈B 유치…기업가치 20억 달러

인간 행동 시뮬레이션 플랫폼 시밀리(Simile)가 2억 달러 이상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20억 달러로 평가됐다.

그리노크스(Greenoaks)가 투자를 주도했고 기존 투자사 인덱스벤처스(Index Ventures)가 후속 투자했다. 하나비(Hanabi), 베인캐피털벤처스(Bain Capital Ventures), A*, 팩토리(Factory), CVS헬스벤처스(CVS Health Ventures)도 다시 참여했으며 디피니션(Definition)이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시밀리는 지난 2월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A를 유치한 지 약 5개월 만에 다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에서 시리즈B 투자금이 2억 달러를 넘는다고 명시한 만큼 누적 투자금은 최소 3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출시 5개월 만에 매출 5배 성장

시밀리는 사람들의 의사결정과 집단행동을 재현하는 AI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개발한다. 기업이 신제품과 광고 캠페인, 가격 정책, 고객 경험, 신규 시장 진출 전략을 실제로 실행하기 전에 가상의 고객 집단을 대상으로 반응을 시험하도록 지원한다.

회사는 제품 출시 후 5개월 동안 매출이 5배 증가했으며 포춘 100대 기업을 위해 수천만 건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CVS헬스(CVS Health)와 자산관리 플랫폼 웰스프런트(Wealthfront), 컨설팅기업 딜로이트(Deloitte)와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 등이 고객이나 협력사로 공개됐다.

CVS헬스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소비자의 반응을 사전에 확인하고 있다. 웰스프런트는 시밀리를 도입한 뒤 정성조사의 범위를 15배 확대하면서도 연구의 깊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매출액과 유료 고객 수,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매출 5배 성장과 시뮬레이션 실행 건수도 회사가 자체 발표한 수치다.

AI 에이전트로 사람의 선택과 집단행동 재현

시밀리의 기반은 2023년 공개된 생성형 에이전트 연구 ‘스몰빌(Smallville)’이다. 당시 연구진은 25개의 AI 에이전트가 기억을 축적하고 경험을 성찰하며 서로 관계를 형성하도록 설계했다. 에이전트들은 별도의 세부 지시 없이 대화를 나누고 일정을 조정해 밸런타인데이 파티까지 열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박준성(Joon Sung Park)과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이 시밀리를 공동 설립했다. 공동창업자인 퍼시 리앙(Percy Liang)은 스탠퍼드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센터를 이끌며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용어를 정립한 연구자다. 마이클 번스타인(Michael Bernstein)은 인간과 AI의 상호작용 및 온라인 집단행동을 연구해왔다.

시밀리는 이러한 연구를 기업용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수집한 인터뷰와 행동 데이터, 인구통계,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특정 상황에서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한다.

목표는 단순히 가상의 응답자에게 질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격 인상이나 제품 출시처럼 여러 조건이 동시에 바뀔 때 고객 집단의 행동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재현하는 것이다.

시뮬레이션마다 정확도 예측하는 ‘신뢰도 모델’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밀리가 별도의 ‘신뢰도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각각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 인간의 행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지를 다시 추정하는 모델이다.

합성 소비자와 AI 페르소나 시장에서 가장 큰 쟁점은 그럴듯한 응답과 정확한 예측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규모언어모델은 자연스러운 설명을 만들 수 있지만 특정 지역과 연령, 소득 수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같은 행동을 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시밀리는 시뮬레이션 결과와 현실의 관측값을 비교해 어떤 조건에서 예측을 신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갤럽의 확률 기반 전국 대표 패널과 연계해 실제 여론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하는 검증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다만 회사는 신뢰도 모델의 구체적인 정확도와 평가 데이터, 오차 범위를 이번 발표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기업 고객이 고위험 의사결정에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려면 독립적인 검증과 재현 가능한 평가 결과가 필요하다.

아루와 ‘인간 행동 예측’ 시장 선두 경쟁

가장 직접적인 경쟁사는 아루(Aaru)다. 아루는 여러 AI 에이전트로 합성 인구를 구성해 선거와 정책, 시장, 광고 캠페인의 결과를 예측한다. 2025년 12월 레드포인트벤처스 주도로 5천만 달러 이상의 시리즈A를 유치하며 10억 달러의 헤드라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두 회사 모두 인간 집단을 AI 에이전트로 재현하지만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다. 아루는 선거 결과나 제품 반응처럼 특정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 무게를 둔다. 시밀리는 실제 사람의 데이터로 에이전트를 구성하고 기업이 여러 시나리오를 반복해서 시험하는 행동 시뮬레이션 인프라를 지향한다.

AI를 활용하되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기업도 인접 시장에서 경쟁한다. 리슨랩스(Listen Labs)아웃셋(Outset)은 AI 인터뷰 진행자와 분석 도구를 이용해 대규모 소비자 조사를 자동화한다. 합성된 사람의 반응을 예측하기보다 실제 참여자의 인터뷰를 더 빠르게 수집·분석한다는 점이 시밀리와 다르다.

신세틱 유저스(Synthetic Users)는 AI로 생성한 연구 참여자를 이용해 제품 아이디어와 사용자 경험을 시험한다. 대규모 사회·시장 시뮬레이션보다 초기 제품 기획과 UX 조사에 초점을 맞춘다.

전통적인 시장조사 업체도 대응에 나섰다. 퀄트릭스(Qualtrics)는 실제 사람과 합성 응답자를 함께 활용하는 ‘엣지 오디언스(Edge Audiences)’를 선보였다. 기존 조사 패널과 기업 고객, 조사 운영 시스템을 보유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갤럽과 협력하는 시밀리 입장에서는 전통 조사기관이 잠재 경쟁자인 동시에 모델 검증에 필요한 데이터 파트너인 셈이다.

합성 소비자는 실제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인간 행동 시뮬레이션은 기존 시장조사보다 빠르고 반복 비용이 낮다. 현실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가격 인상과 정책 변경, 위기 상황도 안전하게 시험할 수 있다. 희귀 질환 환자나 특정 직업군처럼 모집하기 어려운 집단의 초기 반응을 탐색하는 데도 유용하다.

반면 학습 데이터에 충분히 포함되지 않은 집단의 행동을 왜곡하거나 기존의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 모델이 과거 행동을 잘 재현하더라도 전례 없는 사건이나 문화 변화까지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보장은 없다. AI가 만든 결과를 실제 사람의 의견처럼 포장하면 의사결정자가 예측의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합성 시뮬레이션은 당분간 실제 조사와 실험을 전부 대체하기보다, 검증할 가설을 좁히고 위험한 선택지를 사전에 걸러내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시밀리가 2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려면 신뢰도 모델을 통해 결과의 정확성과 한계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시뮬레이션이 실제 사업 성과를 개선한 사례를 축적해야 한다.

시리즈A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대형 고객과 후속 투자를 확보하면서 시밀리는 아루와 함께 인간 행동 시뮬레이션 시장의 선두 그룹으로 올라섰다. “전 세계 80억 명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시뮬레이션하겠다”는 목표가 기업용 의사결정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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