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전력 AI 반도체 벨라우라, 1.1억 달러 투자유치…유니콘 등극


AI를 가로막는 것은 이제 연산 수요가 아니라 전기다. 하이퍼스케일러가 AI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지만, 정작 전력을 끌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배치 일정을 결정한다. 로봇과 드론, 자율 시스템처럼 물리 세계에서 움직이는 기계는 사정이 더 빡빡하다. 배터리와 발열이라는 한계선 안에서 연산을 해내야 한다. 성능을 올리는 경쟁에서 와트당 성능을 올리는 경쟁으로 무게가 옮겨간 배경이다.

초저전력 AI 반도체 벨라우라, 1.1억 달러 투자유치…유니콘 등극

초저전력 AI 컴퓨트 기업 벨라우라AI(Velaura AI)가 1억1,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겼다고 18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회사다.

비트코인 채굴 칩에서 갈아탄 회사

‘시리즈A’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신생 기업은 아니다. 이 회사의 전신은 2022년 설립된 오라딘(Auradine)으로, 비트코인 채굴기 ‘테라플럭스(Teraflux)’를 만들던 곳이다. 자체 설계한 3나노 ASIC을 얹고 공랭·수랭·액침 냉각까지 제품군을 넓혀, 비트메인과 마이크로BT 같은 아시아 제조사가 장악한 채굴기 시장에 도전했다. 지난해 4월에는 스텝스톤그룹(StepStone Group) 주도로 1억5,300만 달러 시리즈C를 유치하며 누적 조달액 3억 달러를 넘겼다.

그리고 올해 3월, 회사는 사명을 벨라우라AI로 바꾸고 주력 제품 ‘타이탄 코어(Titan Core)’를 내놨다. 채굴 칩을 만들며 쌓은 전력 효율 기술을 AI 가속기로 돌린 것이다. 시리즈 표기를 A로 되돌린 것도 이 전환에 맞춘 재설정이다. 눈에 띄는 건 투자자 명단이다. 오라딘 시절 투자자인 메이필드(Mayfield), 매버릭실리콘(Maverick Silicon), 프렘지인베스트(Premji Invest),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 스텝스톤그룹이 이번에도 그대로 참여했다. 여기에 채굴기 고객이었던 미국 상장 비트코인 채굴 기업 마라홀딩스(MARA Holdings)도 투자자로 남았다. 사업 방향이 바뀌어도 자금 기반은 이어진 셈이다.

이번 라운드는 셀리그먼벤처스(Seligman Ventures)가 주도했고, 카프리콘인베스트먼트그룹(Capricorn Investment Group)이 신규 투자자로 들어왔다.

30만 개가 아니라 3천만 개

타이탄 코어는 완제품 칩이 아니라 디지털 칩 설계자산(IP)과 설계 플랫폼이다. AI 가속기 안에서 수학 연산을 처리하는 부분의 와트당 성능을 2~4배 끌어올리면서 성능 자체는 유지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 기술의 무기는 벤치마크가 아니라 이력이다. 같은 기반 기술이 이미 상용 규모에서 검증됐고, 주요 반도체 공정 노드에서 3천만 개 이상의 ASIC에 실려 양산됐다. 채굴기를 팔며 쌓은 실적이 그대로 신뢰 자산이 된 구조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대부분이 시제품 단계에서 성능 주장을 내놓는 상황에서, 양산 수율과 신뢰성을 이미 입증했다는 점은 흔치 않은 위치다.

회사는 이 초저전력 구조를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와 피지컬 AI 양쪽으로 넓히고 있다. 지능형 로봇, 드론, 그 밖의 체화 지능(embodied AI) 시스템이 대상이다.

라지브 케마니(Rajiv Khemani) 공동창업자 겸 CEO는 “추론 모델부터 체화 지능까지 AI의 모든 진보는 더 많은 연산을, 결국 더 많은 전력을 요구한다”며 “다음 AI 시대는 더 나은 모델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더 나은 연산 경제성으로 정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두 번, 그리고 다시

창업자 이력이 이 라운드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케마니 CEO는 2015년 이노비움(Innovium)을 공동창업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용 이더넷 스위칭 ASIC ‘테라링스’를 만들었고, 2021년 마벨(Marvell)에 약 11억 달러에 매각했다. 그 전에는 카비움(Cavium)에서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다. 2022년 세운 오라딘이 지금의 벨라우라다.

공동창업자 겸 최고개발책임자 마누 굴라티(Manu Gulati)는 애플과 구글, 퀄컴을 거친 실리콘 아키텍트다. 고성능 반도체 기업 누비아(NUVIA)를 공동창업해 퀄컴에 약 15억 달러에 매각한 이력이 있다. 회사 전체로는 애플·엔비디아·구글·퀄컴·마벨 출신 인력이 모여 있다.

메이필드의 나빈 차다(Navin Chaddha) 매니징파트너는 “메이필드는 사람에 먼저 투자한다. 이번이 케마니와의 네 번째, 굴라티와의 두 번째 협업”이라며 창업 시점부터 함께해왔다고 밝혔다. 셀리그먼벤처스의 우메시 파드발(Umesh Padval) 매니징파트너는 “피지컬 AI는 AI의 다음 주요 전선이고, 극단적 전력 효율에 초점을 둔 근본적으로 다른 연산 방식을 요구한다”며 “벨라우라는 우리의 첫 피지컬 AI 투자”라고 말했다.

카프리콘의 디펜더 살루자(Dipender Saluja) 매니징파트너는 “AI의 에너지 발자국은 이번 10년의 가장 중대한 인프라 과제가 될 궤도에 있다”며 “벨라우라는 그 문제를 뿌리인 실리콘에서 공격하고, 그 기술이 이미 대규모로 출하됐다”고 평가했다.

자금은 타이탄 코어를 포함한 제품 개발과 상용화, 엔지니어링·고객 대응 인력 확충, 전략 파트너 협업 심화에 쓰인다. 회사는 복수의 하이퍼스케일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쟁 구도: 같은 문제, 다른 층위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올해 들어 83억 달러가 몰렸다. 다만 벨라우라가 서 있는 자리는 다른 곳들과 층위가 다르다.

가장 뜨거운 쪽은 완제품 가속기다. 트랜스포머 추론에 특화한 에치드(Etched)는 이달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 주도로 7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1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7월 103억 달러에서 한 달 만에 두 배가 됐고, 계약 수주 10억 달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d-매트릭스(d-Matrix)는 디지털 인메모리 컴퓨팅으로 2억7,500만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20억 달러에 이르렀고 올해 6월 양산에 들어갔다. 엔차지AI(EnCharge AI)는 아날로그 인메모리 방식으로 기존 AI 칩 대비 최대 20분의 1 전력을 내세운다.

반대 사례도 있다. 그로크(Groq)는 지난해 9월 69억 달러까지 올랐으나, 엔비디아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인력을 대거 데려간 뒤 이달 3억5,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35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빅테크와 어떻게 얽히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걸 보여준다.

벨라우라는 이들과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는다. 완제품 칩을 팔아 엔비디아와 겨루는 대신 가속기 안에 들어가는 설계자산을 파는 쪽이다. 경쟁 관계가 될 수도, 고객 관계가 될 수도 있는 위치다. 피지컬 AI 쪽에서는 하일로(Hailo), 액셀레라AI(Axelera AI) 같은 엣지 추론 칩 기업과 영역이 겹친다.

국내에도 같은 문제를 파는 기업들이 있다. iHW는 지난 18일 520억원 규모 시리즈A를 유치하며 초저전력 AI 반도체 사업에 속도를 냈고, 퓨리오사AI는 브로드컴과 3세대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모빌린트의 AI 반도체는 해군 차세대 경계체계에 공급되고, 아티크론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라운드에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가 참여한 것도 이 시장을 향한 국내 자본의 시선을 보여준다.

피지컬 AI 생태계 전반의 구도는 피지컬 AI 시대의 로봇 전쟁을 참고하시길.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Velaura AI Raises $110M Series A Past a $1B Valuation — With a Bitcoin Mining 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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