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단백질 검증하는 어댑티브바이오, 4,000만 달러 투자유치


AI 모델은 이제 오후 한나절이면 새로운 단백질 서열을 설계해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설계가 실험실에서 실제로 발현되고 목표 단백질과 결합하는지 확인하려면 여전히 느리고 파편화된 습식 실험(wet lab)을 거쳐야 한다. “설계는 빨라졌는데 검증이 병목”이라는 지적이 AI 신약 개발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AI 단백질 검증하는 어댑티브바이오, 4,000만 달러 투자유치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둔 어댑티브바이오(Adaptyv Bio)는 이 검증 병목을 자동화로 없애겠다는 스타트업이다. 고객이 웹 플랫폼이나 API로 디지털 시퀀스 형태의 단백질 설계를 제출하면, 어댑티브바이오가 자체 실험실에서 DNA를 합성하고 무세포 방식으로 단백질을 발현시킨 뒤 SPR(표면 플라즈몬 공명)로 결합력을 측정해 품질관리(QC)를 거친 실제 실험 데이터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어댑티브바이오는 하이랜드유럽(Highland Europe)이 주도하고, 2024년 11월 800만 달러 규모 시드 투자를 이끌었던 ACE벤처스(ACE Ventures)가 후속 투자로 힘을 보탰으며 바이파운더스(byFounders)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참여한 4,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창업자인 줄리안 엥글러트(Julian Englert, CEO)다니엘 나카에-자데 구티에레즈(Daniel Nakhaee-Zadeh Gutierrez, CTO)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 재학 중 만나 무스타파 후마니, 아미르 샤하인과 함께 2021년 어댑티브바이오를 공동창업했다. 창업팀은 와이콤비네이터 액셀러레이터를 거친 뒤 스위스 벤처캐피털 윙맨벤처스로부터 250만 달러를 조달해 로잔 실험실에서 기술을 다듬어왔다.

시드 투자 이후 18개월 동안 매출은 약 10배로 늘었고 팀 규모는 3배로 커졌다. DNA 합성 공정을 자체 내재화했고, 680명이 참가해 1만 개의 단백질 설계가 제출된 대회 ‘프로틴베이스’를 열었다. 퍼블릭 API는 Boltz, Chai, Cradle, Tamarind, 레이턴트랩, 벤칠링 등과 연동됐다. 현재 프론티어 AI 랩, 상위 5대 제약사, AI 네이티브 신약 개발 스타트업 등 100곳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앤트로픽이다. 앤트로픽은 자사 모델 클로드로 단백질을 설계하는 ‘클로드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어댑티브바이오의 공개 설계 대회에서 나온 16개 타깃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어댑티브바이오는 어떤 모델이 만든 서열인지 모르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로잔 실험실에서 검증을 맡았다. 지난주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1,320개 설계 중 95%가 실제로 발현됐고 이 중 354개(26.8%)가 목표 단백질과 결합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타깃에서 클로드는 사람 전문가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합률을 보였고, 한 타깃에서는 3배 이상 앞섰다. 구글 딥마인드도 같은 방식의 설계-검증 루프를 이곳에서 돌리고 있고, 차이디스커버리는 제로샷 항체 모델 ‘Chai-2’의 검증을 여기서 진행했다. 로슈와 노보노디스크는 자체 파이프라인보다 약 4배 빠른 속도로 치료제 설계 사이클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금은 두 방향으로 쓰인다. 수평적으로는 2026년 말까지 실험실 생산능력을 3배로 늘리고 2026년 4분기에는 로잔에 이어 런던에 새 실험실과 사무실을 연다. 팀 규모는 25명에서 약 60명으로 늘리되 생산·자동화·소프트웨어 인력 중심으로 채용한다. 수직적으로는 현재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인 결합력 검증 시장을 넘어 개발가능성 등 전체 생물물리학적 특성 분석, 이후 펩타이드·항체약물접합체(ADC)·분해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 궁극적으로 세포 기반 기능 검증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해 “생물학 기가팩토리”를 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가 실험실 자체를 통째로 자동화하는 흐름은 어댑티브바이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레코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는 최근 AI 에이전트 5개와 스킬 모듈 28개를 엮어 타깃 발굴부터 습식 실험 실행까지 통째로 돌리는 ‘랩클로(LabClaw)’ 아키텍처를 공개했고, 토론토대의 ‘억셀러레이션 컨소시엄’은 5,000만 캐나다달러 규모 지원을 받아 여러 대학 실험실에 걸쳐 로봇 50대를 굴리는 자율 실험실(self-driving lab)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AI 설계 진영에서는 지난 7월 4억 달러를 유치한 차이디스커버리, 노벨 화학상 수상 배경 창업팀이 이끄는 레이턴트랩, 알파벳 산하 아이소모픽랩스가 몸집을 키우고 있다면, 어댑티브바이오는 그 설계 결과를 실제로 검증해주는 “습식 실험실” 계층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관련 산업 전반의 흐름은 AI 바이오테크 지형도 202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앤트로픽과 구글 딥마인드가 이번 검증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AI 자본 관계망 안에서 빅테크들이 신약 개발까지 손을 뻗고 있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Adaptyv Bio Raises $40M to Automate the Lab That Validates AI-Designed Prot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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