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디자인 침해 경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애플과 삼성전자가 다툰 세기의 특허전쟁에서 먼저 공격을 시작한 애플은 삼성이 특허는 물론이고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이른바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디자인이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첨단기술 특허가 수없이 많이 집약된 제품이라는 아이폰과 갤럭시의 분쟁에서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디자인이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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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물품(부분도 가능)과 글자체, 이미지의 형상, 모양, 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어서, 휴대전화의 경우는 그 자체의 형상이나 모양 등도 디자인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화면에 표시되는 이미지(영상)도 그렇다. 그러므로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경우는 제품의 형상은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화면이 있다면 그 화면 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제품과 물품은 법적으로 다른 용어이지만, 이 글에서는 구별하지 않고 혼용하여 쓴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그 제품이 등록 디자인을 침해하니, 실시행위를 중지하고 이미 생산된 제품을 폐기하며 침해로 인한 권리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경고장이 오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이럴 때는 우선 경고장에 명시된 침해 주장 내용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디자인권이 등록되고 현재도 존속기간 중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권리의 내용을 침해가 문제된 제품과 비교해야 한다.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는 디자인등록출원서의 기재사항 및 그 출원서에 첨부된 도면ㆍ사진 또는 견본과 도면에 적힌 디자인의 설명에 따라 표현된 디자인에 의하여 정하여지므로, 침해 여부는 반드시 실시 제품과 디자인등록 서류를 비교 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상대방의 제품은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디자인권리자가 자신이 등록받은 디자인과 동일한 형상의 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디자인과 실시하는 물품의 디자인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해서 반드시 침해라고는 할 수 없다. 등록디자인이 무효로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심사관이 디자인 등록을 위한 심사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선행디자인을 무효심판 과정에서 찾아낸다면 등록디자인을 무효화할 수도 있다. 특히 해당 물품이 디자인 일부심사대상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유행성이 강하고 제품 수명주기가 짧은 물품에 대해서는 등록요건 중 일부만 심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디자인 일부 심사대상은 다음과 같다. 디자인분류 기준 제1류인 식품, 제2류인 의류 및 패션잡화용품, 제3류인 가방 등 신변품, 제5류인 섬유제품, 인조 및 천연 시트직물류, 제9류인 포장용기, 제11류인 보석, 장신구 그리고 제19류인 문방구, 사무용품, 미술재료, 교재 등이다.

등록디자인을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없지는 않다. 침해가 문제된 물품과 유사한 선행 디자인을 발견한다면 상대방이 주장하는 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디자인이 A이고 침해가 문제된 물품의 디자인이 a라서 유사한 디자인이라고 볼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a와 유사한 또 다른 디자인 α가 있다면 a는 α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α는 등록디자인권보다 먼저 공지되어야 하며, 만약 제3자의 등록디자인이라면 그 제3자의 디자인 침해가 문제될 수는 있다.

위와 같은 권리를 자유실시 디자인 항변권이라고 하며, “등록디자인과 대비되는 디자인이 등록디자인의 출원 전에 그 디자인이 속하는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공지디자인 또는 이들의 결합에 따라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것인 때에는 등록디자인과 대비할 것도 없이 그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는 주로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침해를 주장하는 디자인권을 무효심판을 통해 무효로 만들거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통해 자유실시 디자인 항변권을 인정받는다면 침해경고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침해가 맞다면 협상을 통해 실시권(리이선스)을 체결하거나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손해배상액을 최소화하고 형사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침해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제품 디자인 변경을 통한 생산 중단이 필요하다.

침해경고는 법적 절차로 진입하겠다는 통보이므로, 이 모든 과정에서 처음부터 변리사와 상담하여 상대방과 합의하거나 무효심판, 권리범위확인심판 등을 진행해야 한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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