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나의 상표권 보호


상표를 출원할 때는 지정상품의 보통명칭에 가까운 표장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사과장수가 ‘사과’라는 상표를 취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사람은 ‘사과’라는 말을 쓸 수 없고 혼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지정상품인 사과를 보통으로 표시하는 명칭인 ‘사과’는 상표등록이 거절된다. 그럼 배장수는 ‘사과’를 상표로 등록 받을 수 있을까? 이 경우에도 등록은 어렵다. ‘사과인 줄 알고 샀더니 배였네?’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그렇다. 상표법에서는 이를 오인이나 혼동 방지로 표현한다.

moonhwangoo - 와우테일

지정상품의 보통명칭이 아니고 오인이나 혼동도 일으키지 않는다면 ‘사과’도 상표가 될 수 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쓰인 ‘사과(Apple)’ 상표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애플이란 말을 들으면 사과보다 휴대전화를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애플이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모두 휩쓸어 버린다면 애플이 휴대전화라는 말을 대신할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혼다가 모터사이클(오토바이)이란 말 대신 사용되듯이.

물론 애플은 그래도 사과라는 원래 뜻이 있어서 그 의미가 휴대전화로 바뀔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상표가 지정상품을 나타내는 말로 바뀐 사례가 이미 있다. 한때 한국 사회에서 미원은 조미료라는 말 대신 쓰였다. 도시바의 랩탑 컴퓨터 상표였던 ‘노트북’은 랩탑 컴퓨터라는 말을 밀어 버리고 쓰이고 있다. 이처럼 상표가 저명해져서 널리 쓰이다가 저명의 정도를 넘어서 보통명칭처럼 사용되면 더 이상 상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상표의 보통명칭화라고 한다. 대상의 ‘미원’ 상표는 등록 상표로 유지되고 있지만 도시바의 노트북은 보통명칭이 되어서 ‘삼성 노트북 Pen’이 상표로 등록되기도 했다. 상표가 실질적으로 무효인 권리로 되는 것이다.

상표의 목표는 애플이나 삼성처럼 저명상표가 되는 것이지만, 저명의 정도를 지나서 보통명칭이 되면 그 순간 상표의 가치는 사라지므로, 상표관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록스가 사용했던 방법은 상표의 보통명칭화를 막기 위한 대표적인 모범사례다. 언론사와 출판사를 대상으로 Xerox®가 등록상표임을 홍보했고, ‘제록스 복사기’처럼 상표를 명사나 동사가 아닌 형용사로 사용했다. “복사한다고 말하세요. 제록스한다고 말하지 마세요”라는 구호는 제록스가 상표임을 홍보했던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제록스는 직원들에게도 상표의 중요성과 올바른 사용 방법을 교육했고, 모든 문서와 마케팅 자료에서 상표를 정확하게 사용하도록 내부 지침을 수립했다. 

상표는 수요자에게 어느 수준이라도 알려지면 성공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등록 상표 중 다수가 사용되지 않는데, 그 기간이 3년 이상이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다.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뿐 아니라, 등록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해도 불사용으로 판단될 수 있다. 상표권은 타인이 동일한 상표는 물론 유사한 상표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데 이는 출처표시의 오인이나 혼동을 막기 위한 취지에 근거한다. 다만 상표권자는 등록상표를 동일하게 사용해야 한다. 상표를 등록 받은 뒤에 유사 상표로 변경하기를 원하는 때는 그 유사상표를 출원해야 한다. 타인은 상표권자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해서 등록 받을 수 없지만 상표권자는 자신의 등록상표와 유사상표를 출원해서 등록 받을 수 있다. 출처 표시의 오인, 혼동을 방지하는 것이 상표권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상표를 식별력을 가지고 어느 정도 알려지면 그 상표의 명성에 기대어 사업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기업과는 경쟁관계일 수도 있으나 지역이나 기간을 구분하여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으니 상표권의 사용권을 허락하는 것이다. 동시에 복수의 사업자에게 상표권 사용을 허락할 수 있는 통상사용권이 있는가 하면, 상표권자도 사용할 수 없도록 상표사용에 관한 모든 권리를 일정 기간 동안 넘길 수 있는 전용사용권도 있다. 전용사용권자와 통상사용권자의 사용은 상표권자의 사용과 함께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 사용을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사용권을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무단으로 상표 또는 유사 상표를 사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있다면 이는 상표권의 침해가 된다. 이런 상황이 발견되면, 상표사용을 중지하라는 경고장을 발송하고 협상을 통해 합의를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표 침해를 부인하거나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침해행위금지를 청구할 수 있고, 형사고소로 벌금 또는 대표자의 인신형까지 기대할 수 있다. 부당하게 상표권이 부착된 상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라면 관세청에 보호 신청을 하여 수입 자체를 막을 수도 있다.

상표는 권리의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허나 디자인과 달리 존속기간의 갱신이 가능한 제도이다. 그러므로 10년 단위로 돌아오는 갱신주기를 기억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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