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글로벌 투자는 사상 최대 기록.. “AI에 몰린 돈과 시장 양극화는 숙제”


2025년 1분기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기록하며 화려한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북(PitchBook)과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가 발표한 ‘Q1 2025 PitchBook-NVCA Venture Monitor’에 따르면, 글로벌 스타트업은 총 1,130억 달러를 유치했으며, 미국 내 스타트업은 915억 달러로 이 중 71%를 차지했다. 

Q1 2025 pitchbook dealmaking - 와우테일

그러나 이 기록적인 수치 뒤에는 인공지능(AI) 중심의 대규모 딜에 대한 의존도 증가와 AI 외 산업의 침체, 그리고 지속적인 투자건수 감소라는 구조적 도전 과제가 숨어 있다. 지난 번에 크런치베이스가 공개한 올해 1분기 통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AI가 주도한 투자 붐

2025년 1분기 벤처투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AI 섹터의 압도적인 성장이다. 오픈AI(OpenAI)의 400억 달러 규모 펀딩 라운드는 단일 딜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 VC 투자액의 절반 이상(약 51%)과 글로벌 투자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여기에 앤쓰로픽(Anthropic)의 35억 달러,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의 6억 달러 등 AI 중심의 대규모 딜이 이어졌다. 피치북에 따르면, AI 관련 투자는 글로벌 VC 투자액의 57.9%를 차지했으며, 미국 내에서는 77%에 달했다. 

이러한 AI 중심의 투자는 후기 단계(late-stage) 딜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후기 단계 딜은 810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30%,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반면, 초기 단계(early-stage) 펀딩은 240억 달러로 소폭 감소했으며, 시드 단계(seed-stage)는 7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이는 자본이 이미 입증된 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신규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건수 감소와 시장 양극화

투자액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딜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시장의 양극화를 드러냈다. 피치북은 글로벌 딜 수가 2024년 1분기 1만 222건에서 2025년 1분기 약 9,000건으로 약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4,282건에서 3,155건으로 26.3% 급감했다. 

특히, AI를 제외한 섹터는 투자액과 딜 수 모두에서 약세를 보였다. 피치북은 “AI 외 기업의 딜 수는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이라며, 핀테크, 디지털 헬스, 리테일 테크 등 비AI 섹터는 제한적인 성장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크런치베이스는 “AI를 제외한 섹터의 투자액은 7개의 AI 대규모 딜 총액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양극화는 자본과 기회의 집중 현상을 가속화하며, 신규 스타트업과 비AI 산업의 성장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 투자 동향: 미국과 베이 지역 독주

지역적으로, 미국은 글로벌 VC 투자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렸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은 글로벌 투자액의 71%인 800억 달러를 유치했으며, 이 중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는 550억 달러로 미국 내 투자액의 69%, 글로벌 투자액의 49%를 차지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딜 수는 적었지만 평균 투자 규모가 큰 대규모 딜(예: 바이낸스의 20억 달러 펀딩)로 특징지어졌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딜 활동을 유지했으나, 전체 투자액은 미국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엑시트와 M&A: 유동성 회복의 조짐

엑시트(Exit) 시장은 2025년 1분기에 회복 조짐을 보였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스타트업 M&A는 710억 달러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분기별 엑시트 가치를 기록했다. 구글(Google)이 사이버보안 기업 위즈(Wiz)를 320억 달러에 인수하려는 딜(규제 승인 대기 중)을 포함해, 1억 달러 이상의 M&A 딜 12건이 포함됐다. 그러나 딜 수는 500건으로, 2021년 피크 시절(800건)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공모(IPO) 시장은 여전히 부진했다. 피치북은 “대규모 엑시트의 부재가 VC 시장의 유동성을 제약하고 있다”며, IPO 회복이 2025년 시장 회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전망: 기회와 리스크의 공존

2025년 벤처 시장에 대한 전망은 낙관과 우려가 교차한다. 긍정적으로, AI 중심의 기술 혁신과 2024년 말부터 이어진 투자 활성화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NVCA의 CEO 바비 프랭클린(Bobby Franklin)은 “2024년 4분기 이후 최고 투자 수준을 기록하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CB 인사이트는 AI 에이전트, 음성 AI, 크립토 섹터의 부활을 2025년 주요 트렌드로 꼽으며, “AI 외 섹터에서도 핀테크와 디지털 헬스가 점진적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리스크 요인도 만만치 않다. 피치북의 카일 스탠포드(Kyle Stanford)는 “AI를 제외한 시장은 자본 부족으로 고전 중”이라며, 11년간의 분석 중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높은 금리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대규모 엑시트와 펀드레이징 회복 없이는 시장의 전반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X 플랫폼의 게시물을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VC 업계 내에서는 “2025년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비관적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책적 변화는 2025년 벤처 시장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R&D 세액 공제 복원과 혁신 인센티브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프랭클린은 “VC 업계는 정부와 협력해 경제 성장과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박은 투자자들의 보수적 태도를 강화하며, 특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

2025년 1분기 벤처투자 시장은 AI 중심의 대규모 딜로 기록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딜 수 감소, AI 외 섹터의 약세, 지역적 불균형 등 구조적 도전 과제를 드러냈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은 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피치북은 “2025년은 대규모 엑시트와 펀드레이징 회복 여부에 따라 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며, AI 중심의 혁신과 비AI 섹터의 균형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에이전트와 크립토 등 새로운 트렌드가 시장 다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은 AI 중심의 기회를 활용하면서도, 비AI 섹터에서의 점진적 회복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2025년은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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