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위해 인터섹트 파워 47억5000만 달러에 인수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이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기업 인터섹트 파워(Intersect Power)를 47억5000만 달러 현금에 부채 인수 조건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전력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나온 알파벳의 대규모 인수다.

alphabet intersect power - 와우테일

알파벳은 지난해 12월 티피지 라이즈 클라이밋(TPG Rise Climate)과 함께 인터섹트의 8억 달러 이상 규모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소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데이터센터를 청정 에너지 발전소와 함께 건설하는 ‘전력 우선(power-first)’ 접근법으로 2030년까지 200억 달러 규모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번 인수로 알파벳은 단순 투자자에서 소유주로 입장을 바꾸며 전력 공급 능력을 내재화한다.

거래에는 인터섹트가 구글과 협력해 개발 중이거나 건설 중인 수 기가와트(GW) 규모의 에너지 및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인터섹트는 15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이며, 2028년까지 10.8GW 규모의 프로젝트가 가동되거나 개발될 전망이다. 이는 후버댐이 생산하는 전력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단, 텍사스의 기존 운영 자산과 캘리포니아의 운영 및 개발 중인 자산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자산은 티피지 라이즈 클라이밋, 클라이밋 어댑티브 인프라스트럭처(Climate Adaptive Infrastructure), 그린벨트 캐피털 파트너스(Greenbelt Capital Partners) 등 기존 투자사들이 지원하는 독립 회사로 계속 운영된다.

인수 후에도 인터섹트는 별도 브랜드로 운영되며 창업자 겸 CEO 셸던 킴버(Sheldon Kimber)가 계속 이끈다. 킴버는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액센추어 전략 컨설팅, 칼파인(Calpine)의 전력 프로젝트 개발을 거쳐 2016년 인터섹트를 창업했다. 그는 리커런트 에너지(Recurrent Energy)의 COO를 역임하며 태양광 산업에서 경력을 쌓았고, 인터섹트를 통해 산업 수요와 전력 생산을 함께 배치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구축했다.

인터섹트는 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천연가스 및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함께 배치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방식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방식은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며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을 개선한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텍사스 해스켈 카운티의 데이터센터와 발전 시설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및 알파벳 CEO는 “인터섹트는 우리가 용량을 확장하고, 데이터센터 부하와 함께 새로운 발전 시설을 더 기민하게 구축하며, 미국의 혁신과 리더십을 주도할 에너지 솔루션을 재구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킴버 CEO는 “현대적 인프라는 AI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이라며 “에너지 혁신과 커뮤니티 투자가 앞으로 나아갈 길의 기둥이라는 구글의 확신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AI 붐이 시작된 이후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1조4000억 달러 이상의 인프라 투자 약속을 내놨고, 구글도 이에 뒤지지 않으려 텍사스에 2027년까지 4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더욱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와 20년 계약을 맺고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해 835MW 전력을 확보하기로 했으며, 이 시설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아마존은 펜실베이니아의 서스케하나 원전 옆 데이터센터 단지를 6억5000만 달러에 매입한 데 이어 루제른 카운티 일대에 2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전력망은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는 2024년 183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소비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4% 이상이며 파키스탄 전체의 연간 전력 수요와 맞먹는다. 2030년까지 이 수치는 426TWh로 133% 증가할 전망이다.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매년 10만 가구분의 전력을 소비하고, 건설 중인 대형 시설들은 그보다 20배 많은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전력망에 의존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발전 시설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알파벳의 인터섹트 인수는 전력 공급을 외부 계약이 아닌 직접 소유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인터섹트는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건설해 송전 손실을 줄이고 전력망 혼잡을 피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유사한 인수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센터 거래 시장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5년 첫 11개월 동안 데이터센터 관련 거래가 100건 이상 발생했으며 총 거래액은 610억 달러로 2024년 전체를 이미 넘어섰다. 대부분의 거래가 미국에서 이뤄졌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그 뒤를 이었다.

알파벳과 인터섹트의 인수 거래는 일반적인 마감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2026년 상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구글은 AI 경쟁에서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를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되며, 향후 수년간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을 더욱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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