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사 영업 자동화 플랫폼 ‘피니(Finny)’, 1700만 달러 투자 유치


피니(Finny)가 자산관리사를 위한 AI 영업 자동화 플랫폼으로 17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록펠러 가문의 벤처캐피탈 벤록(Venrock)이 이번 라운드를 주도했고, 뱅가드 전 회장 윌리엄 맥냅과 핀테크 기업 올트루이스트의 창업자 제이슨 웬크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와이콤비네이터, 메이플VC, 크로스빔벤처스 등 기존 투자자들도 후속 투자에 나섰다.

finny team - 와우테일

피니는 2024년 3월 AI 엔지니어 출신의 이든 오바디아, 빅토리아 톨리, 테오도어 얀슨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오바디아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금융기관과 프라이빗에쿼티 업무를 담당하며 자산관리사들의 고객 확보 어려움을 직접 목격했다. 톨리는 스탠퍼드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우버에서 구독 서비스 성장 전략을 이끌었으며, 얀슨은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닉에서 AI 석사학위를 받고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이 있다.

자산관리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영업이다. 고객 한 명을 유치하기 위해 평균 60시간을 콜드콜과 네트워킹에 쏟아붓지만, 실제 자산관리 자문에 쓰는 시간은 부족하다. 세룰리어소시에이츠 조사에 따르면 자산 10억 달러 이상 RIA(Registered Investment Advisor, 등록 투자자문사)의 83%가 어드바이저의 시간 부족을 유기적 성장의 주요 장애물로 꼏았다. RIA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주 당국에 등록된 투자자문 회사로, 고객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탁자 의무를 지닌다.

피니는 이 문제를 AI로 해결한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먼저 플랫폼이 주택 구매, 이직, 사업 매각, 승진 같은 ‘돈이 움직이는 신호’를 포착한다. 이런 생애 전환기에 사람들은 금융 자문이 필요해진다. 피니는 수백만 명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런 신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다음으로 독자 개발한 F-스코어 알고리즘이 각 잠재고객을 분석한다. 수천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종합해 특정 어드바이저와의 궁합을 점수로 매긴다. 투자 성향, 자산 규모, 금융 니즈가 어드바이저의 전문성과 잘 맞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시청 패턴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듯, 피니는 어드바이저와 잠재 고객을 매칭시킨다.

자동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피니는 각 잠재고객의 상황에 맞는 개인화된 메시지를 생성하고, 이메일과 링크드인을 통해 자동으로 접촉한다. 후속 이메일을 보내고, 응답을 추적하며, 미팅 일정까지 잡아준다. 어드바이저는 전체 과정을 직접 통제할 수도 있고, 피니에 완전히 맡기고 잠을 자는 동안에도 영업이 진행되게 할 수도 있다.

결과는 놀랍다. 피니를 사용하는 어드바이저들은 연평균 770만 달러의 신규 고객 자산을 거의 제로에 가까운 고객 확보 비용으로 유치하고 있다. 60시간씩 쏟아붓던 수작업 영업이 몇 번의 클릭으로 바뀌었다.

이번 투자로 피니의 누적 투자금은 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024년 12월 43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한 지 1년 만이다. 시드 라운드에는 모닝스타 CEO 쿠날 카푸어와 리솔츠웰스매니지먼트 CEO 조쉬 브라운도 개인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는 2024년 1월 대비 50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현재 400개 이상의 RIA, 브로커딜러, 은행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신규 고객의 80%가 입소문을 통해 찾아온다.

피니가 공략하는 시장은 크다. 미국 자산관리 산업은 30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지만, 어드바이저들은 여전히 줌인포(ZoomInfo)나 링크드인 같은 범용 영업 도구에 의존한다. 자산관리 업계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도구들이다. 게다가 향후 20년간 베이비붐 세대로부터 밀레니얼과 Z세대로 80조 달러의 자산이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 젊은 세대는 부모의 자산관리사를 원하지 않는다.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자산관리 업계의 AI 도입은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이다. 대형 CRM 업체들이 AI 기능을 추가하고 있고, 리드 스코어링과 자동 접촉 도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요약해주는 핀메이트(FinMate), 점프(Jump), 족스(Zocks) 같은 AI 노트테이커들은 이미 수천 명의 어드바이저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피니는 다른 접근을 취한다. 미팅 후 처리가 아니라 미팅 전 단계, 즉 잠재고객 발굴과 첫 접촉을 자동화한다. 영업 퍼널의 가장 윗부분을 공략하는 것이다. 어드바이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지만 가장 성과가 불확실한 영역이다.

피니는 이번 투자금으로 엔지니어링과 제품 팀을 확대하고, AI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회사는 영업 자동화를 넘어 고객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피니가 수집하는 잠재고객 정보는 계약 이후에도 유용하다. 고객이 승진했거나 대체투자를 검색하는 등 새로운 금융 니즈가 생기면 어드바이저에게 알려준다. 모든 미국인을 그들의 상황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어드바이저와 연결하고,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피니의 장기 비전이다.

벤록의 파트너 닉 바임은 “피니는 깊이 있는 기술력과 제품 전문성, 머신러닝 역량을 갖추고 있다. 세 명의 숙련된 AI 엔지니어로 구성된 창업팀은 명확한 비전과 이를 실행할 기술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이미 검증된 제품과 빠르게 성장하는 수요를 보여줬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바임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피니 이사회에 합류했다. 뱅가드 전 회장 맥냅도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의 성장을 돕는다.

오바디아 CEO는 “젊은 전문가로서 양질의 금융 자문을 찾으려 했던 우리 자신의 경험이 답답했다. 평균 투자자의 뉘앙스와 핵심 금융 니즈를 포착하는 도구가 없었다”며 “피니는 모든 규모의 어드바이저에게 과거 대형 회사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자동화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톨리 공동창업자는 “처음부터 우리의 초점은 데이터를 대규모로 해석하고 이를 어드바이저를 위한 의미 있는 기회로 전환하는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었다”며 “플랫폼의 빠른 확산은 우리 접근법이 자산관리 업계 전반에 공감을 얻고 있다는 강력한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