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내부 단백질 공략 항암 면역요법 ‘크로스보우’, 7,700만 달러 시리즈 B 투자 유치


기존 항체 치료제가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암세포 내부 단백질을 겨냥하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사 크로스보우 테라퓨틱스(Crossbow Therapeutics)가 7,7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라운드는 타이호 벤처스(Taiho Ventures)와 아르킨 바이오 캐피털(Arkin Bio Capital)이 공동 주도했으며, 신규 투자자로 식스티 디그리 캐피털(Sixty Degree Capital), 해밀턴 스퀘어 파트너스(Hamilton Square Partners Management LP), 라이프링크 벤처스(LifeLink Ventures), 리브스 벤처스(Libbs Ventures), 블러드 캔서 유나이티드의 TAP(Therapy Acceleration Program) 등이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MPM 바이오임팩트(MPM BioImpact), 화이자 벤처스(Pfizer Ventures), BVF 파트너스(BVF Partners), 폴라리스 파트너스(Polaris Partners),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 미래에셋벤처투자도 후속 투자에 동참했다.

Crossbow logo - 와우테일

암은 전 세계 사망 원인 2위 질환으로, 면역항암제 시장은 현재 수백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현재 승인된 대부분의 항체 치료제는 암세포 표면에 드러난 단백질만 공략할 수 있다. 문제는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약 90%가 세포 내부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기존 항체가 접근할 수 없는 이 광대한 표적 영역은 항암 면역요법의 고질적 한계로 지목돼왔다. 크로스보우는 이 공백을 겨냥해 설립된 회사다.

크로스보우의 핵심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기존 면역항암 치료제인 CAR-T 세포치료제가 왜 비쌀 수밖에 없는지를 알아야 한다. CAR-T는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한 뒤,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암세포를 인식하는 유전자를 심어 넣는 유전자 조작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맞춤형 T세포를 수억 개로 배양한 뒤 다시 환자에게 투여한다. 모든 과정이 환자 한 명을 위해 개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 한 건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제조에 2~4주가 걸려 병이 빠르게 진행 중인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시간 낭비가 될 수 있고, 암 치료를 이미 받은 환자의 T세포는 품질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크로스보우의 ‘T-볼트(T-Bolt)’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피해간다. T-볼트는 살아있는 세포가 아니라 항체, 즉 단백질 분자다. 세포를 유전자 조작할 필요가 없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배양한 중국 햄스터 난소 세포(CHO cell) 같은 표준 제조용 세포주를 이용해 항체를 생산하고, 정제한 뒤 바이알에 담아 냉동 보관하면 끝이다. 특정 환자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쓸 수 있어 ‘기성품(off-the-shelf)’이라 부른다. 처방이 결정되면 병원 약장에서 꺼내 즉시 투여할 수 있고, 대량 생산으로 원가도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T-볼트는 어떻게 CAR-T처럼 암세포 내부 단백질을 겨냥할 수 있을까. 여기가 기술의 핵심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는 암세포 내부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조각이 세포 표면의 HLA(인간 백혈구 항원) 복합체 위에 전시될 때 이를 인식하고 공격한다. 크로스보우는 이 T세포 수용체(TCR)의 인식 방식을 항체에 그대로 탑재했다. T-볼트는 한쪽 팔로는 암세포 표면에 전시된 펩타이드-HLA 복합체를 붙잡고, 다른 팔로는 주변을 순환하는 T세포를 끌어당겨 암세포 바로 앞에 갖다 댄다. T세포가 스스로 암세포를 찾아가게 하는 대신,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방식이다. 세포를 조작하지 않고도 인체에 원래 있는 T세포의 살상력을 그대로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것이 T-볼트의 강점이다.

크로스보우는 2023년 7월 MPM 바이오임팩트와 화이자 벤처스 주도로 8,00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공식 출범했다. MPM 바이오임팩트에서 인큐베이팅을 거쳐 탄생한 이 회사는 패트릭 바우얼레(Patrick Baeuerle) 박사, 토드 폴리(Todd Foley), 제럴딘 폴루스(Geraldine Paulus) 박사가 공동창업했다. 이번 시리즈 B까지 포함한 누적 조달 총액은 1억5,7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회사를 이끄는 브리그스 모리슨(Briggs Morrison) CEO는 30년 넘게 제약·바이오텍 업계에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최고의학책임자(CMO) 겸 글로벌 의약품 개발 총괄을 역임했으며, 화이자와 머크에서도 임상개발 책임자를 지냈다. 창구 신약 린파르자(LYNPARZA)와 타그리소(TAGRISSO) 개발에도 직접 관여했던 그는 신닥스파마슈티컬스(Syndax Pharmaceuticals) CEO를 거쳐 크로스보우에 합류했다. 그는 항상 임상에 있어야 한다는 “ABCs of biotech”를 회사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현재 크로스보우의 선도 파이프라인은 CBX-250과 CBX-663 두 개다. 리드 프로그램인 CBX-250은 골수성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펩타이드-HLA 복합체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 계열 TCE다. 현재 재발·불응성 골수성 악성종양—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골수이형성증후군(MDS), 만성 골수단핵구성 백혈병(CMML)—환자를 대상으로 CROSSCHECK-001 1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초기 임상 데이터는 2026년 말 공개될 예정이다. 두 번째 후보물질 CBX-663은 전체 암종의 95%에서 발현되는 텔로머라제 역전사효소(TERT) 유래 펩타이드-HLA 복합체를 표적으로 한다. 혈액암과 고형암 모두를 겨냥하는 이 물질은 2026년 3분기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과 1상 임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리슨 CEO는 “이번 투자는 CBX-250의 임상 개발을 진전시킬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치료제가 닿지 못하는 암종들을 겨냥한 파이프라인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TCR 기반 항암 면역요법 분야에서는 각기 다른 기술 전략을 앞세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영국의 이뮤노코어(Immunocore)다. 이뮤노코어는 TCR 기반 이중특이성 융합 단백질 킴트락(Kimmtrak, tebentafusp)을 포도막 흑색종 치료제로 FDA 승인받았으며, 2025년 연간 매출 4억 달러를 기록하며 15분기 연속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흑색종 적응증 확대를 위해 3개의 3상 임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독일의 이매틱스(Immatics)는 세포치료제와 TCR 이중특이항체를 동시에 개발하는 전략을 택했다. PRAME 표적 TCR-T 세포치료제 안주-셀(anzu-cel, IMA203)의 SUPRAME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며, 2026년 중간 및 최종 분석, 2027년 상반기 BLA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TCER® 플랫폼 기반 이중특이항체 IMA402(PRAME)와 IMA401(MAGEA4/8)도 각각 임상 개념 증명을 달성했다. TERT를 표적으로 하는 크로스보우의 CBX-663과는 PRAME·TERT 공략 공간에서 직접 경쟁이 예상된다.

상용화된 기존 T세포 인게이저들도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의 텍발리(Tecvayli)·다잘렉스(Darzalex)와 암젠(Amgen)의 임델트라(Imdelltra) 등이 혈액암과 일부 고형암에서 이미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기존 T세포 인게이저는 세포 표면 단백질만 표적할 수 있어 세포 내부 항원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크로스보우가 공략하는 영역이 바로 이 공백이다.

스타트업 레이어에서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클라스프 테라퓨틱스(Clasp Therapeutics)는 pHLAre™ T세포 인게이저를, 티-테라퓨틱스(T-Therapeutics)는 T-Bridge® 분자를 각각 개발 중이다. 같은 날 발표된 엑스칼리포인트 테라퓨틱스(Excalipoint Therapeutics)도 6,870만 달러 시드 투자로 차세대 T세포 인게이저 분야에 진입하며 경쟁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크로스보우의 차별점은 TCR 미메틱 항체라는 기술 자체에 있다. 기존 T세포 인게이저가 세포 표면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를 쓰는 반면, 크로스보우의 T-볼트는 TCR의 인식 방식을 항체에 이식해 세포 내부에서 만들어진 펩타이드-HLA 복합체를 표적할 수 있다. 항원 접근 범위를 전체 암 단백질로 확장하면서도 고도의 정밀성을 유지해 부작용 위험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타이호 벤처스의 아사누마 사카에(Sakae Asanuma) 대표는 “크로스보우의 T세포 인게이저는 세포 내부 표적의 광범위한 다양성을 겨냥함으로써 면역항암 요법의 가능성을 한층 넓히는 차별화된 접근법”이라며 “경험 있는 팀과 다재다능한 플랫폼이 현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자금은 AACR 2026 연례학술대회(4월 17~22일, 샌디에이고) 발표도 앞두고 있는 두 파이프라인의 전임상·중개 데이터를 공개하는 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크로스보우는 이번 라운드를 계기로 TCR 미메틱 기술이 미치는 암종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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