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에 일반인도 투자할 수 있다… 로빈후드의 비상장 스타트업 펀드 실험


오픈AI(OpenAI)가 8,520억 달러 밸류로 투자를 받고, 앤트로픽(Anthropic)이 9,000억 달러를 논하는 시대다. 그런데 이 회사들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벤처캐피털(VC) 펀드에 출자하려면 미국 기준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의 ‘적격 투자자(accredited investor)’여야 했고, 비상장사 캡테이블에 직접 이름을 올리는 건 더 어렵다. 고성장 기업들이 IPO를 미룰수록 일반 투자자들은 가장 수익성 높은 성장 구간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돼 왔다.

Robinhood Ventures Fund - 와우테일

로빈후드(Robinhood)가 이 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수수료 제로 주식 앱이 VC에 도전하다

로빈후드는 2013년 창업한 미국의 주식 거래 앱이다. 나스닥 상장 핀테크 기업으로, 수수료 제로 모델을 앞세워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접근을 대중화한 회사다. 국내로 치면 토스증권이나 카카오페이증권과 비슷한 포지션이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훨씬 크다. 2,400만 개 이상의 개인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 게임스톱(GameStop) 사태 때 개인 투자자들이 집결한 플랫폼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가 올해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를 위해 별도로 만든 조직이 로빈후드 벤처스(Robinhood Ventures)다. VC처럼 유망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조직이다. 1차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거나, 기존 주주로부터 2차 시장에서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핵심은 다음 단계에 있다. 매입한 지분들을 하나의 펀드에 묶어 NYSE에 상장했다. 이 펀드가 로빈후드 벤처스 펀드I(Robinhood Ventures Fund I, RVI)다. 일반 투자자는 증권 계좌만 있으면 이 펀드의 주식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최소 투자 금액도, 적격 투자자 인증도 필요 없다. 펀드는 계속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처음에는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스트라이프(Stripe),레볼루트(Revolut),램프(Ramp) 등으로 구성했고, 이후 오픈AI(OpenAI) 지분 7,500만 달러어치를 추가로 편입했다.

한국 독자에게 가장 가까운 비유는 “비상장 유망 스타트업만 담는 ETF를 거래소에 올린 것”이다. 단, 일반 ETF와 달리 폐쇄형 펀드(closed-end fund)여서 로빈후드에 환매를 요청할 수 없고, 투자자끼리 시장에서 사고파는 방식이다. 한국에는 이런 구조 자체가 없다.

그런데 RVI는 BDC가 아니다

이쯤에서 제도적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가 크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다. 1980년 도입된 제도로, 주로 중소·성장 기업에 대출과 지분 투자를 함께 하는 구조다. 현재 미국에서 50개가 넘는 BDC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으며, 규모는 총 1,590억 달러에 달한다. 배당 수익률이 연 10% 내외로 높은 편이지만, 투자 대상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 채권 중심이라 오픈AI나 스트라이프 같은 고성장 스타트업 지분을 담기에는 구조상 맞지 않는다.

RVI가 택한 것은 다른 길이다. SEC 공시 서류를 보면 RVI는 BDC 항목에 체크하지 않았다. 대신 1940년 투자회사법(Investment Company Act of 1940)에 따라 등록된 일반 폐쇄형 투자회사(registered closed-end fund)다. 같은 법률 체계 안에 있지만, BDC보다 운용 제약이 적고 투자 대상의 자유도가 높다. 덕분에 고밸류에이션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을 담을 수 있었다.

로빈후드 CEO 블라드 테네프(Vlad Tenev)는 이 구조를 “일평 유동성을 갖춘 상장 VC 펀드”라고 불렀다. 관리 수수료만 받고, 통상 수익의 20%를 가져가는 성과 보수(carry)가 없다는 점도 기존 VC 펀드와 다른 점이다.

15만 명이 참여했지만, 첫날 11% 하락

테네프는 월스트리트저널 콘퍼런스 인터뷰에서 “IPO에 15만 명 이상의 개인 투자자가 참여했다”며 “꽤 민주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니콘(unicorn)’이라는 단어가 이미 시대에 뒤처진 표현이 됐다고도 말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수천억 달러 밸류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대에, 10억 달러짜리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유니콘’은 더 이상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로빈후드는 이런 초대형 비상장 기업들을 ‘프론티어 컴퍼니(frontier companies)’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목표였던 10억 달러를 채우지 못하고 6억5,840만 달러로 마감됐고, 상장 첫날 주가는 11% 하락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이름이 없었다. 오픈AI, 앤트로픽, 스페이스X(SpaceX)처럼 일반인도 아는 회사들이 초기 포트폴리오에서 빠져 있었다. 앞서 로빈후드가 유럽 사용자에게 오픈AI 주식을 토큰화해 제공하려 했을 때, 오픈AI가 공개적으로 “우리와 무관하며 승인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해프닝도 있었다. 비상장사 캡테이블에 오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비상장사는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가 직접 가치를 검증하기 어렵다. 폐쇄형 구조 특성상 환금성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후 흐름은 달라졌다. 오픈AI 지분 편입에 성공하면서 주가는 상장 저점 대비 30% 반등했다. RVI를 운용하는 사라 핀토(Sarah Pinto) 대표는 “후기 스타트업뿐 아니라 시리즈A 같은 초기 단계까지 투자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Robinhood Ventures I’라는 이름에 후속 펀드를 예고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테네프의 시선은 더 멀리 가 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시드나 시리즈A 라운드에서도 개인 투자자가 기관과 나란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간 시장에서 점점 더 많은 가치 상승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그 혜택을 실제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식 거래 수수료를 없애 공개 시장의 문턱을 낮췄듯, 이번엔 민간 시장의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가능한가

한국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올해 3월부터 시행됐다. BDC, 즉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다. 2025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026년 3월 17일부터 시행됐다.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이나 코스닥·코넥스 중소기업 지분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일반 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법은 열렸지만 운용사 인가 절차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 실제 BDC 펀드가 결성되고 상장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주목할 차이점이 있다. 한국 BDC는 국내 비상장 기업 중심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아, RVI처럼 오픈AI나 스트라이프 같은 글로벌 고밸류 스타트업 지분을 담기는 어렵다. 또한 RVI가 택한 1940년법 폐쇄형 펀드 구조와 달리, 한국 BDC는 법률에서 운용 제약을 더 촘촘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향은 같다. AI 시대에 민간 시장으로 부의 집중이 가속화될수록, “VC의 수익을 일반인에게도”라는 요구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로빈후드의 실험은 그 첫 번째 대답이고, 한국의 BDC는 이제 막 답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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