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에 직접 달라붙는 신약… 파이널도스의 프로그래머블 의학


암을 정복하겠다는 도전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신약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평균 10년, 26억 달러가 든다. 그리고 10명 중 9명은 임상에서 실패한다. 성공해도 MYC, TP53, APC 같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인 암은 기존 방식으론 손도 못 댄다. 전체 질병 유발 유전자의 약 85%가 기존 약물이 표적으로 삼는 단백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파이널도스 FinalDose

파이널도스(FinalDose)는 이 문제를 정면에서 건드린다. 단백질 대신 DNA 자체를 표적으로 삼는 ‘프로그래머블 신약’ 플랫폼을 개발 중인 영국 바이오텍이다.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YC) 스프링 2026 배치 기업으로, 어제(5월 12일) YC 런치 포스트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단백질 말고 DNA를 노린다

기존 신약개발의 논리는 단순하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찾고, 그 단백질에 달라붙어 기능을 억제하는 분자를 설계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단백질이 없는 경우다. 암의 실제 원인 중 상당수는 단백질이 아니라, 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DNA에 있다.

파이널도스가 개발하는 분자는 세포 안을 돌아다니며 특정 DNA 서열을 찾는다. 자물쇠에 맞는 열쇠처럼, 표적 서열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 분자의 형태가 바뀐다. 이 구조 변화가 ‘킬 스위치’를 작동시켜 해당 세포를 사멸시킨다. 표적 DNA 서열을 가진 병든 세포에서만 반응이 일어나고,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는다. 기존 항암제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피하는 구조다.

더 주목할 부분은 확장성이다. 분자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두고 ‘가이드’ 부분만 교체하면, 전혀 다른 질병을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약물이 된다. 수십 년간 축적된 인간 유전체 연구 데이터가 이미 어떤 DNA 서열이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지 알려주고 있어, 새로운 생물학을 발견할 필요 없이 기존 유전학 지식을 신약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론상 연구개발(R&D) 비용과 기간이 기존 대비 급격히 줄어든다.

옥스퍼드 박사 3인방

창업 팀은 옥스퍼드 대학교 출신 박사 세 명으로 구성됐다.

CEO 제프 류(Jeff Liu)는 옥스퍼드 종양학 박사 출신으로, 이전 창업한 비비드 dx(Vivid Dx)에서 패혈증 진단의 수십 년 묵은 문제를 해결했다. 생체 내 저농도 병원균 분리 기술로 기존 5일 걸리던 진단 시간을 30분으로 단축한 것이 대표 성과다. 500만 달러 시드, 1천만 달러 프리 시리즈A 등 기관 투자 유치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CSO 리야오 황(Li-Yao Huang)은 옥스퍼드 생화학 박사로, Cas9 기반 고처리량 유전자-유전자, 유전자-약물 상호작용 데이터에서 신규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검증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CTO 스티브 린(Steven Lin)은 옥스퍼드 계산생물학 박사로, 바이러스 내성 유전자 표적 발굴에 공진화 생물학 기반 머신러닝 방법론을 적용했으며, SARS-CoV-2 팬데믹 당시 영국 바이오뱅크를 활용한 감염 감수성 유전자 분석을 주도했다.

암에서 시작해 모든 유전 질환으로

파이널도스는 암을 첫 번째 적응증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의 설계 원리 자체는 DNA 수준에서 구별 가능한 모든 유전 질환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것이 팀의 주장이다. 바이러스 저장소, 클론 세포군 등 기존 방식으로는 공략하기 어렵다고 여겨진 영역도 포함된다.

바이오테크 분야는 최근 AI 접목이 가속화되면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피치북(PitchBook)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AI 신약개발 분야에 32억 달러 이상이 투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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