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IPO 서류에 숨겨둔 것 — 로켓이 아니라 AI 인프라 회사였다


2026년 5월 20일, 스페이스X(Space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S-1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상 기업가치 약 1조 7,500억 달러, 조달 목표 최대 750억 달러. 수치로만 보면 역대 최대 규모의 IPO다. 사우디 아람코가 2019년 세운 기록(1조 7,000억 달러)을 뛰어넘는다.

spaceX IPO - 와우테일

그런데 두꺼운 서류를 펼쳐 읽다 보면 뭔가 이상하다. 이 회사는 스스로를 “로켓 회사”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S-1 첫 줄에 적힌 미션은 이렇다. “생명을 다행성적으로 만들고,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며, 의식의 빛을 별들에까지 연장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과 기술을 구축한다.” 그 수단으로 꼽은 세 축은 우주(Space), 커넥티비티(Connectivity), 그리고 AI다.

스페이스X는 지금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다른 회사가 되고 있다.

합산 매출 187억 달러, 그러나 흑자는 스타링크뿐

2025년 스페이스X의 연결 매출은 187억 달러였다.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이다. 그러나 영업손실은 26억 달러, 순손실은 약 49억 달러였다. 예전 스페이스X는 돈을 벌었다. 2024년 단독 기준으로는 약 7억 9,100만 달러 흑자였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세 개의 사업 부문이 명확하게 답을 준다.

커넥티비티(스타링크)가 사실상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 2025년 매출 114억 달러, 영업이익 44억 달러. 전년 대비 매출 49.8%, 영업이익 120.4% 성장이다. 구독자는 2026년 3월 31일 기준 164개국 1,030만 명을 넘었다. 위성 인터넷이라는 개념 자체를 창조하고, 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결과다.

스페이스(로켓 발사) 부문은 매출 41억 달러를 올렸지만 영업손실 6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유는 스타십(Starship) 개발에 쏟아붓는 연구개발비다. 2025년 한 해에만 스타십 R&D에 30억 달러를 투입했다. 팰컨9의 발사 수익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규모다.

AI 부문(xAI)이 가장 충격적이다. 2025년 매출 32억 달러에 영업손실 64억 달러. 자본지출만 127억 달러에 달했다. 스페이스X 전체 자본지출의 약 60%를 AI 부문 혼자 소화한 셈이다. 2026년 1분기만 봐도 AI 부문 자본지출은 77억 달러로, 스페이스(10억 달러)와 커넥티비티(13억 달러)를 합친 것의 세 배를 넘는다.

xAI 합병: 세 회사가 하나의 재무제표 안으로

S-1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회사의 구조 자체다. 2026년 2월,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AI 스타트업 xAI를 흡수합병했다. xAI가 2025년 3월 이미 인수해 둔 X(구 트위터)까지 함께 딸려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무제표에는 로켓 회사, 위성 인터넷 회사, AI 모델 회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한꺼번에 담겨 있다.

그록(Grok)과 X의 합산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5억 5,000만 명이고, 지난 12개월간 로그인한 등록 계정은 13억 개에 달한다. AI 기능을 실제로 쓰는 그록 사용자는 1억 1,700만 명이고, 매일 생성되는 포스트는 3억 5,000만 건이다. 숫자만 보면 거대한 AI 플랫폼이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하다. AI 부문은 아직 적자고, X는 오랜 광고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1은 이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하는 서사를 제시해야 했고, 그 답이 바로 “궤도 AI 컴퓨팅”이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 — 가장 야심 찬 베팅

S-1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래 전략 섹션이다. 스페이스X는 지구의 전력망이 AI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진단한다. 미국의 전력 생산 증가율은 2023~2025년 연 3%에 못 미쳤지만,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궤도 AI 컴퓨팅(Orbital AI Compute)이다.

태양동기 궤도에 AI 연산용 위성 수천~수백만 대를 올린다. 우주의 태양광은 지상보다 다섯 배 이상 효율이 높고, 대기 간섭도 없으며, 복사냉각으로 열 관리도 자유롭다. 스타링크가 저지연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 위성들을 지상 사용자와 연결한다. 스페이스X의 구상대로라면 에너지 제약 없는 AI 인프라가 궤도에 떠 있는 셈이다.

배포는 2028년부터 시작한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1테라와트(TW) 규모의 우주 기반 컴퓨팅을 목표로 하는 테라팹(Terafab) 계획도 S-1에 담겨 있다. 테슬라·인텔과 협력해 자체 칩 제조까지 수직 통합하는 구상이다.

지상에서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테네시주 멤피스의 플래그십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는 현재 엔비디아 GPU 22만 개, 300메가와트 규모의 연산 파워를 갖추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이 인프라를 월 12억 5,000만 달러에 임차해 2029년 5월까지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경쟁사에 인프라를 빌려주는 구조 자체가 스페이스X가 AI 인프라 사업자로 이미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스페이스X가 S-1에서 제시한 자체 추산 TAM(전체 잠재 시장)은 28조 5,000억 달러다. 그중 궤도 AI 컴퓨팅이 2조 4,000억 달러, 기업용 AI 애플리케이션이 22조 7,000억 달러를 차지한다.

스타십: 이 모든 계획의 열쇠

S-1 전반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스타십이다. 완전 재사용 초대형 발사체인 스타십 없이는 궤도 AI 컴퓨팅도, 달 기지도, 화성 식민지도 없다. 현재까지 11차례 비행 시험을 마쳤고, 12차 시험이 예정되어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이 2026년 하반기 중 실제 페이로드를 궤도에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십 V3는 완전 재사용 기준으로 100톤을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세대 버전은 이 두 배를 목표로 한다. 팰컨9 대비 발사 비용을 99% 이상 낮추겠다는 것이 목표다. 스타십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위성당 1Tbps 다운링크 용량) 대량 배치, 모바일 위성 확장, 궤도 AI 위성 첫 배포가 한꺼번에 가능해진다.

머스크의 통제권: 주주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투자자들이 직면하게 될 가장 불편한 사실은 지배구조다. 스페이스X는 상장 후에도 머스크가 약 85%의 의결권을 보유하는 이중 주식 구조(Class A: 1주 1표 / Class B: 1주 10표)를 유지한다. 이사회 과반수를 Class B 주주가 선임하며, 스페이스X는 스스로 “통제 회사(Controlled Company)”임을 명시했다.

일반 공개 주주가 살 수 있는 것은 Class A다. 수익은 함께 나누되, 회사의 방향을 바꿀 권한은 없다. S-1의 36페이지짜리 리스크 팩터 섹션은 이 점을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다. xAI·X 인수 과정에서 이미 발생한 법적 분쟁 비용만 약 5억 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의 시각도 엇갈린다. 2025년 매출 187억 달러 기준 기업가치 1조 7,500억 달러는 EBITDA 대비 266배 수준이다. 메타·알파벳·엔비디아의 16~36배와는 차원이 다른 프리미엄이다. 결국 이 IPO에 투자한다는 것은, 스타십이 성공하고 궤도 AI 컴퓨팅이 현실이 되고 그록이 살아남는다는 시나리오에 돈을 거는 행위다.

나스닥 상장 티커는 SPCX. 로드쇼는 6월 초, 상장은 6월 12일이 예정되어 있다.

주요 AI 기업들의 투자 관계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AI 인프라 분야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AI 인프라 지형도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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