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우회해 AI 데이터센터에 전기 직결… 줄렌트, 17.5억 달러 유치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제 GPU가 아니라 전기다. 서버를 아무리 채워 넣어도 그것을 돌릴 전력을 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인데, 기존 전력망에 새 대용량 부하를 연결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린다. 미국의 AI 혁신 속도를 전력 인프라가 도무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이 간극을 파고든 에너지 스타트업이 거액을 손에 쥐었다.

전력망 우회해 AI 데이터센터에 전기 직결… 줄렌트, 17.5억 달러 유치

줄렌트(Joulent)는 영국 전력회사 내셔널그리드(National Grid)로부터 17억5천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내셔널그리드는 벤처 투자 부문인 내셔널그리드 벤처스를 통해 줄렌트 지분 약 35%를 확보했다. 휴스턴에 자리한 줄렌트는 AI와 첨단 산업이 쏟아내는 폭발적 전력 수요에 맞춰, 기가와트급 발전 설비를 직접 짓는 회사다.

전력망을 건너뛰고 발전소를 옆에 짓는다

줄렌트의 무기는 ‘Across-the-Meter’라 부르는 방식이다. 발전 설비를 아예 데이터센터 부지 바로 옆에 세우고, 터빈에서 나온 전기를 곧장 서버 랙으로 흘려보낸다. 전기가 광역 전력망을 거치지 않으니, 몇 년씩 걸리는 계통 연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기가와트급 캠퍼스에 곧바로 전력을 댈 수 있다. 지역 전력망에 부담을 지우지도,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을 밀어 올리지도 않는다는 것이 줄렌트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투자자 면면을 보면 아이러니가 읽힌다. 전력망을 운영하는 것이 본업인 내셔널그리드가, 정작 그 전력망을 건너뛰는 모델에 베팅했기 때문이다. 대신 내셔널그리드는 고압 송전 기술과 전력 시스템 통합·조정 역량, 프로젝트 실행 경험, 그리고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고압 전기 설비 공급망을 줄렌트에 넘겨준다. AI가 불러온 전력 수요 급증을 ‘계약 기반의 장기 인프라 투자’라는 자신들의 오랜 강점과 연결하려는 계산이다.

첫 작품 ‘킬비’, 마이크로소프트에 20년 공급

줄렌트는 이번 투자와 함께 첫 프로젝트 ‘킬비(Kilby)’의 지분 50%를 공식화했다. 웨스트텍사스에 짓는 킬비는 약 2.67기가와트(GW) 규모로, 2028년부터 20년짜리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캠퍼스에 전기를 공급한다. 프로젝트는 셰브런(Chevron)의 자회사 에너지 포지, 그리고 발전 설비 강자 GE 버노바(GE Vernova)와 손잡고 설계됐다. 줄렌트는 이 킬비를 시작으로 비슷한 대형 프로젝트를 여러 개로 늘려가는 ‘발전 플랫폼’을 그리고 있다.

AI가 불붙인 ‘전력 전쟁’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난은 이미 새로운 격전지를 만들어냈다. 줄렌트와 가장 닮은 곳은 볼타그리드(VoltaGrid)다. 역시 전력망 대신 현장 발전으로 승부하겠다며 10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병목을 소프트웨어로 뚫는 스탠퍼드 스핀오프 그리드케어(GridCare)도 같은 문제를 겨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원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뜨겁다. 지열의 퍼보 에너지(Fervo Energy)는 나스닥에 상장했고, 핵융합의 헬리온(Helion)은 155억 달러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접근법은 제각각이지만 노리는 것은 하나다. AI를 돌릴 전기를 누가 더 빨리, 더 싸게 확보하느냐가 곧 승부처라는 것이다.

에너지 스타트업 지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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