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설계를 AI가 맡는다…파로, 3,730만 달러 시리즈B 유치


AI 신약개발에 몰린 돈은 대부분 분자 설계로 갔다. 아이소모픽 랩스가 21억 달러, 차이디스커버리가 4억 달러를 받았다. 후보물질을 더 빠르고 싸게 찾는 문제다. 정작 신약 개발 기간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것은 그다음 구간, 임상시험이다. 분자를 찾아도 사람에게 처음 투여하는 시험부터 허가까지 수년이 걸린다. 여기를 겨냥한 회사는 훨씬 적다.

임상시험 설계를 AI가 맡는다…파로, 3,730만 달러 시리즈B 유치

미국 샌디에이고의 파로(Faro)가 3,73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머크 글로벌 헬스 이노베이션 펀드(Merck Global Health Innovation Fund)와 S32가 공동 주도했고 기존 투자자가 전원 참여했다. 신규로는 앙코나 캐피탈(Ankona Capital)이 합류했다. 파로는 현재 세계 10대 제약사 가운데 여섯 곳이 쓰고 있다.

문서가 아니라 설계 의도를 구조화한다

파로는 임상시험 프로토콜에서 출발했다. 프로토콜이 이후 벌어지는 수많은 개발 활동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목표로 삼은 것은 프로토콜 작성을 빠르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임상개발은 과학·의학·규제·운영에 걸친 수천 개의 결정이 서로 얽혀 돌아간다. 시험 설계 한 곳을 바꾸면 대상자 선정 기준과 실시기관 운영, 데이터 수집, 통계 분석, 규제 문서, 그에 연결된 시스템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AI가 이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려면 문서를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개발 프로그램이 왜 그렇게 설계됐는지, 그 의도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로는 수년에 걸쳐 임상개발 데이터 모델을 자체 구축했다. 시험의 개념과 관계, 제약 조건, 의도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구조로 표현한 것이다. 이 위에서 소프트웨어와 AI 에이전트는 문서 하나하나를 따로 처리하는 대신 임상개발 과정 전체를 놓고 추론할 수 있다. 문서는 여전히 중요한 산출물이지만 시스템의 원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프로토콜의 한 섹션을 대신 써주는 에이전트도 쓸모가 있다. 그러나 어떤 평가변수를 왜 골랐는지, 그 결정이 활동 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하고 어떤 시스템을 설정해야 하는지, 어떤 규제·운영 제약을 지켜야 하는지를 아는 에이전트는 다른 물건이라는 것이다.

고객사들이 AI에 기대하는 범위도 커지고 있다. 시험 설계와 프로토콜 작성에서 시작해 시험 구축과 실행, 데이터 흐름, 검토, 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후속 작업까지 아우르는 방향이다. 회사는 규제 환경에서 요구되는 감독 수준을 유지하면서 연결된 결정들을 추론하고 실행까지 하는 데서 AI의 가치가 나올 것으로 봤다. 조달 자금은 에이전틱 AI 기능 확장과 고객사의 에이전트 배치 지원에 투입된다. 같은 기반이 프로토콜이나 개별 개발 단계를 넘어 더 넓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구상이다. 과학적 의도와 구조화된 데이터, 운영 결정, 규제 요건이 서로 연결된 채 유지돼야 하는 워크플로가 바이오파마 전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파로는 2019년 스콧 체텀(Scott Chetham)과 로스 재프(Ross A. Jaffe)가 창업했고 체텀이 공동창업자 겸 CEO를 맡고 있다. 2021년 6월 1,500만 달러 시리즈A로 출발해 2023년 2월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주도로 2,000만 달러를 추가 조달했다. 당시 섹션32(Section 32)와 폴라리스 파트너스(Polaris Partners), 제타 벤처스(Zetta Ventures), 노스폰드 벤처스(Northpond Ventures)가 참여했는데, 이번에 공동 리드를 맡은 S32가 바로 그 섹션32가 이름을 바꾼 곳이다. 이번 라운드까지 더하면 누적 조달액은 7,600만 달러 수준이 된다. PTX 캐피탈(PTX Capital)도 기존 투자자로 참여했다.

눈에 띄는 것은 머크 글로벌 헬스 이노베이션 펀드가 새 공동 리드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제약사의 전략 투자 펀드가 리드를 맡았다는 건, 고객이 될 대형 제약사 쪽에서 직접 자본을 넣었다는 뜻이다.

임상시험 AI를 겨루는 회사들

임상시험 구간을 AI로 공략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린더스헬스(Lindus Health)는 임상시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행하는 방식으로 5,500만 달러 시리즈B를 유치했다. 파로가 제약사 내부 팀의 도구를 만드는 쪽이라면 린더스헬스는 시험 자체를 대신 운영하는 쪽에 가깝다. 스쿱(Scoop)은 신약 임상 승인 서류 작성을 수개월에서 며칠로 줄이는 데 집중해 지난해 와이컴비네이터를 통해 소개됐고, 스트랜드 AI(Strand AI)는 임상시험 데이터의 빈 곳을 AI로 메우는 접근으로 올해 초 등장했다.

파로의 차별점은 문서 생성이 아니라 그 아래에 구조화된 데이터 모델을 두었다는 데 있다. 프로토콜을 빨리 쓰는 도구는 여럿이지만, 시험 설계의 의도 자체를 기계가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두면 그 위에서 여러 워크플로를 이어붙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경쟁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Faro Raises $37.3M Series B to Put AI Agents Inside Clinical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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