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창업초기의 혼란과 어려움을 정리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려는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가 갑자기 닥쳐올 때가 있다. 그런 문제 중 하나가 특허침해 경고장의 송달이다. 특허침해 경고장이 고약한 것은 기업의 캐시카우(Cash Cow) 또는 그 후보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내용으로는 대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중단, 제품의 생산이나 서비스를 위한 시설의 폐기, 지금까지 얻은 수익의 반환 등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민사 혹은 형사상 손해배상 소제기를 하겠다는 주장으로 채워져 있다.

경고장을 받게 되면 당황하게 되지만, 우선 냉정하게 침해가 성립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내용증명 우편 형식으로 오는 경고장은 이를 수신한 순간부터 특허침해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증거가 되므로,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경고장의 내용이 옳지 않다는 비침해답변을 하는 편이 좋다. 비침해 답변서도 내용증명으로 발송하지만 그 자체가 법적 효력을 갖지는 않으므로, 이를 법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은 등록된 권리를 중심으로 어느 특정기술이 당해 특허권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공적으로 확인하는 심판으로, 특허권자나 전용실시권자가 청구하는 적극적 심판과 제3자가 청구하는 소극적 심판이 있다. 적극적 심판은 제3자가 실시하는 특정기술이 당해 특허권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심판이고, 소극적 심판은 그 특정기술이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심판이다.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해서 다투려면 고등법원인 특허법원에 취소를 청구해야 하고, 특허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으므로 특허심판원 심결은 1심법원 판결에 준하는 역할을 한다. 특허권자가 침해행위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에도 피고인 침해행위 당사자가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하면 그 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법원은 소송을 중지할 수 있다. 

만약 경고장 내용대로 침해가 맞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고장을 받고도 침해를 계속하면 그때부터는 고의적 침해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시를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특허 침해에서 벗어나는 형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는지 확인해서 가능하다면 그 방법을 시도한다. 특허 침해를 회피하려고 개발한 기술이 특허성을 가진다면 특허출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침해경고를 받고 특허 회피기술을 바로 찾아내는 일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침해를 주장하는 해당 특허의 무효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등록된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다면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으며, 역시 특허심판원 심결과 특허법원 판결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그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침해소송이 진행 중이라도 무효심판이 제기되면 법원은 권리범위확인심판처럼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소송을 중지할 수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무효심판을 통한 특허무효율은 46.8%로 미국의 25.3%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대략 2개의 특허무효심판 중 1개는 특허의 무효를 인정한다는 말인데, 등록특허 중 무효심판이 제기되는 수는 아주 적기 때문에 전체 등록특허로 따져보면 무효로 되는 비율은 0.2% 수준으로 낮다. 그러나 무효심판이 제기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특허권자에게도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므로, 특허 침해소송 중 합의를 통한 소취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사전조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 무효가능성을 확인하고 나서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침해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일, 회피설계를 통해 침해에서 벗어나는지 분석하는 일 그리고 무효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일 모두 신중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사해야 한다. 기술검토와 함께 법적 판단이 필요하므로 변리사의 자문은 필수적이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