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미국의 상표권 보호


삼성애플의 휴대폰 분쟁에서 두 회사가 특허권과 디자인권 침해만 다툰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있었으니, 1심에서는 삼성의 휴대전화가 애플 휴대전화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이 나왔다가 2심에서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고 대법원에서 비침해가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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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로는 ‘상품의 전체적인 외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반적인 외관이나 포장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이를 통해서 상표의 기능에 해당하는 출처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상표법의 입체상표는 상품이나 포장의 입체적 형상을 나타내는 표장으로 등록해야 보호받을 수 있는데 비해, 트레이드 드레스는 건물의 외관이나 인테리어 등 전체적인 외관이 보호 대상인데다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미등록 상태에서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외관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처가 인식되어야 한다. 애플의 전화기인 아이폰은 모서리의 곡면, 평면 유리 및 홈 버튼 위치 등을 트레이드 드레스의 요소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능적인 요소로 판단했으며, 그 전체적인 외관만으로 아이폰이라고 소비자가 인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즉, 아이폰의 전체적인 외관은 기본적 형태의 스마트폰이어서 이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하면 경쟁자가 채택할 수 있는 형상이 지나치게 제한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할 수 없다고 했다.

 등록하지 않은 트레이드 드레스가 인정된 사례는 미국의 패스트 푸드 체인 타코 카바나(Taco Cabana)의 인테리어, 외관, 색상, 조명 등 레스토랑의 전체적인 외관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상표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유사한 외관을 매장에 적용한 레스토랑 체인 투 페소스(Two Pesos)의 행위를 미국 법원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로 판단하였다.

 트레이드 드레스 이외에도 미국의 상표제도가 한국과 구분되는 점은 사용주의로, 상표를 등록하려면 사용증명을 해야 한다. 사용증명 없이 미국에서 상표를 등록하려면 미국에 상표를 출원할 때 한국의 등록상표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표 등록 후 5~6년 사이에는 미국에서 상표를 사용한 증명을 제출해야 한다. 상표 사용증명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나 그 포장에 표시된 상표의 사진으로도 가능하고, 아마존 등 온라인 마켓에 등재된 페이지를 제출해도 된다.  

상표 사용증명제도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 상표를 출원할 때는 지정상품의 수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한국에서는 지정상품의 수가 무제한으로 허용되다가 20개까지만 기본으로 허용하고 이를 초과하면 지정상품별로 2,000원의 부가금을 징수하다가 최근에는 기본 지정상품 수를 10개로 줄였다.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지정상품을 포함해도 그 상품을 3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사용취소 심판이 제기되었을 때만 해당 지정상품을 삭제하면 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모든 상표가 일정 기간마다 사용증명을 제출해야 하므로, 사용하는 상품만 지정상품으로 등록해야 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표 갱신주기는 10년으로 동일하고 미국도 마드리드 의정서 가입국이므로, 마드리드 의정서 절차를 통해서 한국에 등록된 상표를 미국에도 등록한 경우에는 한국과 미국 상표의 갱신을 마드리드 절차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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