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빌려 로봇 테스트하던 시대 끝낸다…안티오크, 850만 달러 유치


로봇을 학습시키는 가장 흔한 방법은 무엇일까. 아직까지는 에어비앤비를 빌려 밤새 테스트하거나, 수백만 달러를 들여 가짜 창고를 짓는 것이다. 테슬라(Tesla), 웨이모(Waymo), 안두릴(Anduril) 같은 대형 자율주행·방산 기업들은 연간 수억 달러를 쏟아붓는 자체 시뮬레이션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의 로봇 스타트업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Antioch Team - 와우테일

안티오크(Antioch)는 이 구조를 바꾸려는 스타트업이다. 자율주행·로보틱스 팀이 로봇을 소프트웨어 안에서 구축하고, 테스트하고, 배포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업계에서 ‘심-투-리얼 갭(sim-to-real gap)’이라 부르는 문제, 즉 가상 환경에서 훈련받은 로봇이 현실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과제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다.

회사를 이끄는 해리 멜솝(Harry Mellsop) CEO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비전 팀 출신이다. 공동창업자 4명 모두 쟁쟁한 이력을 갖고 있다. 알렉스 랭슈어(Alex Langshur)와 멜솝은 앞서 함께 보안·인텔리전스 스타트업 트랜스포즈(Transpose)를 창업한 뒤 2023년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매각했다. 나머지 두 명인 콜린 슐레이거(Collin Schlager)는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서, 콜튼 스윙글(Colton Swingle)은 메타 리얼리티 랩스(Meta Reality Labs)에서 대규모 시뮬레이션 인프라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 스탠퍼드대 동문들로 구성된 이 팀은 지난해 5월 뉴욕에서 안티오크를 출범시켰다.

안티오크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벤처펌 A스타(A*)와 카테고리 벤처스(Category Ventures)가 공동 주도한 85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 투자유치를 발표했다. 맥 벤처 캐피탈(MaC Venture Capital), 앱스트랙트(Abstract), 박스 그룹(Box Group), 아이스하우스 벤처스(Icehouse Ventures)도 참여했다. 이번 라운드로 기업가치는 6000만 달러로 평가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A* 주도로 425만 달러의 프리시드 투자를 받은 데 이어, 누적 투자금이 1275만 달러로 늘었다.

“월드모델 위에 도메인 라이브러리를 얹는다”

안티오크의 기술 구조를 이해하려면 먼저 ‘월드모델(world model)’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월드모델이란 물리 세계의 작동 방식, 즉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고 충돌하며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를 학습한 AI 모델이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Cosmos), 월드랩스(World Labs) 등이 이런 범용 물리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안티오크는 이 월드모델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이미 만들어진 월드모델을 가져다 ‘도메인 특화 레이어’를 얹는 역할을 한다. (월드모델 생태계 전반에 대해서는 이 기사를 참고하시길.) 예를 들어 창고 물류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안티오크는 엔비디아·월드랩스의 물리 시뮬레이션 기반 위에 창고 환경에서만 나타나는 세부 요소들, 가령 빛 반사 패턴, 다양한 박스 재질, 지게차의 무게중심 변화 같은 것들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라이브러리를 추가한다. 개발팀은 이 환경 안에서 로봇의 디지털 트윈 수천 개를 병렬로 돌리며, 실제 센서와 동일한 데이터를 받아 테스트할 수 있다. 기존 CI/CD 파이프라인과도 통합되기 때문에 코드가 바뀔 때마다 자동으로 수천 건의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여러 고객사와 동시에 작업하는 것이 안티오크의 강점이다. 창고 로봇, 농기계, 드론, 스마트 보안 카메라 등 다양한 도메인에서 쌓이는 시뮬레이션 노하우가 단일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멜솝 CEO는 “가상 환경이 자율 시스템의 관점에서 실제 세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티오크 경영진은 스스로를 커서(Cursor)에 비유한다. 커서가 코드 작성을 가속한 것처럼, 안티오크가 로봇 개발의 테스트·검증 사이클을 가속한다는 논리다. 다만 커서가 AI로 코드를 직접 생성해주는 도구라면, 안티오크는 개발자가 직접 검증하는 환경 자체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결은 다르다. 더 정확하게는 물리 세계용 CI/CD 인프라에 가깝다.

현재 안티오크의 주력 시장은 센서·인식 시스템이다. 자율주행차와 트럭, 농기계와 건설 장비, 항공 드론 등이 주 타깃이다. 이미 포춘 500대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가 안티오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의 데이비드 메이요(David Mayo) 연구원은 안티오크 플랫폼 위에서 AI 모델이 로봇을 직접 설계하고 시뮬레이터 안에서 바로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AI 모델끼리 시뮬레이션 속에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LLM 평가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모색 중이다.

엔비디아부터 이스라엘 스타트업까지, 시뮬레이션 경쟁자들

시뮬레이션 인프라 시장에서 가장 큰 존재감은 엔비디아(NVIDIA)다. 자체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 심(Isaac Sim)을 직접 운영하며 생태계 인프라 레이어를 점유하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 안티오크는 엔비디아의 월드모델을 기반으로 그 위에 도메인 특화 레이어를 얹는 구조라 직접 경쟁보다는 보완 관계에 가깝다.

직접 경쟁자로는 이스라엘의 코그나타(Cognata)가 있다. 자율주행·ADAS 검증에 특화된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시리즈B까지 2350만 달러를 조달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패러렐 도메인(Parallel Domain)은 컴퓨터 비전 학습용 합성 데이터 생성에 집중하며 4400만 달러를 확보했다. 두 회사 모두 자율주행 중심이어서, 창고·농기계·드론 등 다양한 로봇 도메인을 동시에 커버하는 안티오크와는 타깃이 다르다.

피지컬 AI·로보틱스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로봇 랜드스케이프를 참고하시길.

안티오크에 엔젤 투자자로 참여한 애드리언 맥닐(Adrian Macneil) 폭스글로브(Foxglove) 창업자는 최근 열린 Ride.AI 컨퍼런스에서 “안전 사례를 구축하거나 높은 정밀도가 필요한 작업에 시뮬레이션은 필수”라며 “현실 세계에서 충분한 마일리지를 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멜솝 CEO는 “앞으로 2~3년 안에 실제 세계를 위한 자율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든 팀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가 피지컬 AI 시스템을 반복·개선하고 피드백 루프를 닫을 수 있는 첫 번째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영문기사 보러가기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