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AI 플랫폼 ‘루프’, 9,500만 달러 투자유치…”돈이 오가는 레이어부터 바꾼다”


공급망 기술에는 층위가 있다. 맨 위에는 수요 예측과 재고 최적화를 담당하는 계획 레이어가 있고, 그 아래엔 창고·운송·주문을 실제로 움직이는 실행 레이어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물류가 마무리되는 곳에 재무·정산 레이어가 있다. 화물 인보이스를 검증하고, 운임 계약과 대조하고, 운송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이다.

Loop founder - 와우테일

지난 10년간 AI 투자는 주로 계획과 실행 레이어에 집중됐다. 수요 예측 모델이 정교해졌고, 실시간 화물 추적 플랫폼이 등장했다. 그런데 정작 돈이 오가는 재무·정산 레이어는 거의 그대로였다. 화물 인보이스의 20%는 오류를 담고 있고, 하나를 처리하고 결제하는 데 평균 50일이 걸린다. ERP, TMS, WMS에 흩어진 데이터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대규모 인력이 이 간극을 메우는 구조가 수십 년째 유지됐다.

루프(Loop)는 이 재무·정산 레이어를 AI로 정면 공략하는 공급망 플랫폼이다. 루프가 9,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발로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와 발로 아트레이디스 AI 펀드(Valor Atreides AI Fund)가 공동 주도했고, 8VC,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 JP모건 그로스 에쿼티 파트너스(J.P. Morgan Growth Equity Partners), 타오 캐피털 파트너스(Tao Capital Partners)가 참여했다. 이번 조달로 루프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1억 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우버 프레이트 출신 두 창업자, “청구서가 문제”를 직접 겪다

루프는 맷 맥키니(Matt McKinney) CEO와 샤오수 류(Shaosu Liu) CTO가 2021년 시카고에서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 모두 우버 프레이트(Uber Freight) 출신이다. USC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에서 경영과학 과정을 밟은 맥키니는 우버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매니저로 우버 프레이트 출시를 이끌었다. 일리노이대 수학·컴퓨터과학과 출신인 류는 우버 프레이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리드로 플랫폼을 연 20억 달러 매출 규모로 키웠다.

두 사람이 목격한 것은 기술 기업 우버조차 피해갈 수 없는 물류 청구의 민낯이었다. 탑라인은 성장했지만 잘못된 청구와 연체 결제로 수익이 새어나갔다. 원인을 파고들어 보니 하나의 화물 청구서에 담긴 복잡성 자체가 문제였다. 수십 곳의 운송사, 다양한 요금 체계, 수작업으로 입력되는 부대비용. “운송사에 돈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어렵다”는 말을 업계 관계자 35명에게서 똑같이 들은 뒤 창업에 나섰다.

재무 레이어를 잡아야 데이터를 잡는다

루프 플랫폼의 중심에는 자체 개발 AI 모델 패밀리 DUX(Document Understanding and Extraction)가 있다. 화물 인보이스, 선하증권(B/L), 배송 확인서 등 비정형 물류 문서를 자동으로 흡수·표준화·맥락화하고 워크플로 실행까지 연결한다. 단순한 문서 인식을 넘어 운송 도메인 지식을 내재화해, ERP·TMS·WMS에 분산된 데이터를 하나의 소스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루프의 전략적 논리는 여기서 나온다. 재무·정산 레이어는 공급망에서 데이터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모든 운송 이벤트는 결국 청구서로 귀결되고, 청구서에는 운임·경로·운송사·시간·부대비용이 모두 담긴다. 이 데이터를 정제하면 단순한 인보이스 자동화로 끝나지 않는다. 운임 계약 협상의 근거가 되고, 비용 배분의 기준이 되고, 공급망 전략 결정의 재료가 된다. 맥키니 CEO가 “공급망의 재정 시스템을 고치려면 먼저 기반 데이터를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번 투자금으로 루프는 플랫폼 적용 범위를 확장한다. 기존 화물·소포 데이터에서 공급업체 데이터, 무역·컴플라이언스, 창고, 조달, 인바운드 물류 데이터까지 아우른다. 정산 레이어에서 축적한 데이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공급망 전반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텔리전스 레이어로 올라가는 그림이다.

발로 에쿼티 파트너스의 안토니오 그라시아스(Antonio Gracias) CEO는 “루프는 공급망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깊이 파고들어 고객의 경쟁 우위로 바꿨다”며 “이전에는 파편화되고 접근 불가능했던 데이터를 비용·프로세스·운전 자본을 개선하는 인텔리전스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레거시 강자와 가시성 플랫폼 사이의 공백

루프가 포지션을 잡은 화물 감사·결제(freight audit & payment) 시장은 전통적으로 nVision 글로벌(nVision Global), 카스 인포메이션 시스템스(Cass Information Systems), 트랙스 테크놀로지스(Trax Technologies), 콘다타(ConData) 같은 업체들이 장악해왔다. 이들은 대규모 인력과 레거시 소프트웨어를 조합한 방식으로 수십 년째 운영해왔다.

실행 레이어에서 올라오는 경쟁자들도 있다. 포케이트스(FourKites)프로젝트44(project44)는 실시간 화물 추적·가시성 플랫폼으로 출발해 화물 감사·결제 기능을 플랫폼에 추가하는 방향으로 확장 중이다. 이들의 강점은 방대한 운송사 네트워크와 실시간 데이터다. 반면 재무 데이터의 정밀 처리보다는 운영 가시성이 핵심 역량이다.

루프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재무·정산이라는 가장 데이터가 복잡하고 오류가 많은 레이어를 AI로 먼저 완전히 자동화한 뒤, 그 데이터 기반 위에서 공급망 전략 지원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JP모건과 인덱스 벤처스가 시리즈 B에 이어 이번 라운드에도 재참여한 것은 이 방향성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

현재 루프는 아웃셋 메디컬(Outset Medical), 클레멘스 푸드 그룹(Clemens Food Group), 올리팝(Olipop), 켄드라 스콧(Kendra Scott), 닷 푸즈(Dot Foods) 등 다양한 산업군의 대형 브랜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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