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히어, 독일 알레프 알파 인수…기업용 AI 시장에 ‘대서양 연합’ 등장


기업용 AI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오픈AI(OpenAI)와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미국 빅테크가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는 사이, 독립 AI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cohere alephalpha 2 - 와우테일

캐나다 AI 스케일업 코히어(Cohere)가 독일 AI 기업 알레프 알파(Aleph Alpha)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대서양을 아우르는 AI 강자”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합산 기업가치는 약 200억 달러(약 28조 원)로 알려졌다.

합병이 아니라 인수다

공식 발표에서는 ‘합병(merger)’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질적으로는 코히어가 알레프 알파를 사들이는 구조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에 따르면 코히어 주주가 합산 법인 지분의 약 90%를, 알레프 알파 주주가 나머지 10%를 갖게 된다.

합산 법인의 이름은 코히어로 유지되고, 아이단 고메즈(Aidan Gomez) 코히어 공동창업자 겸 CEO가 계속 회사를 이끈다. 글로벌 본사는 토론토, 유럽 본사는 베를린에 두기로 했다. 인수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알레프 알파 주주 승인과 독일 정부, 유럽연합(EU) 등 규제 당국의 허가가 남아 있다.

코히어는 누구, 알레프 알파는 누구

두 회사는 같은 해인 2019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다.

코히어는 구글 브레인(Google Brain) 출신의 아이단 고메즈, 이반 장(Ivan Zhang), 닉 프로스트(Nick Frosst)가 토론토에서 창업했다.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 집중해 왔다. 왕립캐나다은행(RBC), 세일즈포스(Salesforce), 오라클(Oracle)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연간 반복매출(ARR) 2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시리즈 D+ 라운드로 기업가치 68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현재 직원 수는 500명 이상이다.

알레프 알파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창업됐다. 유럽 기업과 정부기관을 겨냥해 데이터 주권과 EU 규제 준수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보쉬(Bosch), SAP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나, 2024년 공동창업자 요나스 안드룰리스(Jonas Andrulis)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자체 프론티어 모델 개발도 중단하면서 전략과 리더십이 흔들렸다. 2026년 2월 일한 셰어(Ilhan Scheer)가 공동 CEO로 새로 선임됐다. 매출은 미미했고 손실은 적지 않았으며, 인력은 약 200명 수준이다.

코히어는 합병 발표 직전인 올 초에 오토그리드(AutoGrid)를 인수하며 에너지 분야 AI 사업도 확장한 바 있다.

슈바르츠 그룹이 판을 깔았다

이번 딜의 핵심 후원자는 독일 유통 대기업 슈바르츠 그룹(Schwarz Group)이다. 리들(Lidl)과 카우프란트(Kaufland)의 모회사인 슈바르츠 그룹은 알레프 알파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슈바르츠 그룹은 합병 법인에 5억 유로(약 6억 달러)의 구조화 투자를 약속했고, 코히어가 진행 중인 시리즈 E 라운드의 리드 투자자로 나선다. 이 그룹의 IT 자회사 슈바르츠 디지츠(Schwarz Digits)는 유럽의 디지털 주권 인프라를 목표로 클라우드 서비스 STACKIT을 운영하고 있다. 코히어와의 협력을 통해 STACKIT을 합산 법인의 클라우드 인프라로 활용하는 그림이다.

발표 현장에는 알레프 알파 공동창업자 사무엘 바인바흐(Samuel Weinbach), 슈바르츠 디지츠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롤프 슈만(Rolf Schumann), 독일 디지털부 장관 카르스텐 빌트베르거(Karsten Wildberger), 캐나다 AI부 장관 에반 솔로몬(Evan Solomon)이 함께 자리했다. 양국 정부가 딜에 공개적인 지지를 표한 것이다.

“소버린 AI”가 진짜 키워드

이번 합병의 배경에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수요가 있다. 자국 데이터를 미국 빅테크의 인프라에 맡기고 싶지 않은 기업과 정부의 니즈다. 특히 EU AI법 시행 이후 금융·의료·방산·에너지·공공 분야에서 이런 수요가 커지고 있다.

고메즈 CEO는 “기업과 정부가 탐색 단계에서 빠르고 안전한 실행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며 “데이터는 반드시 고객 손 안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셰어 공동 CEO도 “단일 제공업체나 단일 사법권에 AI 통제권을 넘기길 거부하는 조직들을 위한 진지한 대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적 시너지도 명확하다. 코히어는 범용 대형언어모델에 강하고, 알레프 알파는 소형언어모델(SLM), 유럽 언어 처리, 토크나이저에 특화되어 있다. 고메즈 CEO는 “두 회사의 초점이 서로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 독주에 맞서는 독립 AI의 생존법

이번 딜은 독립 AI 기업들이 단독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xAI도 프랑스 미스트랄 AI(Mistral AI), 코딩 툴 커서(Cursor)와 3자 협력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캐나다와 독일 두 나라는 최근 소버린 테크 얼라이언스(Sovereign Technology Alliance)를 출범시키는 등 디지털 자주권 강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합병은 그 흐름의 연장선이다. 고메즈 CEO는 2024년 “인수는 실패”라며 매각 의사가 없다고 공언했으나, 이번에는 코히어가 주도하는 능동적 합병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규제 승인과 주주 동의, 두 조직의 기술 통합과 문화 융합이 남은 과제다. 그러나 미국 AI 패권에 맞서는 대서양 연합이 본격적으로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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