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과학 데이터를 AI로 연결한다… 알타라, 700만 달러 시드 유치


반도체 칩을 새로 설계해 시장에 내놓기까지 통상 36개월이 걸린다. 배터리나 신소재도 비슷하다. 그 긴 시간의 상당 부분은 기술적 복잡성 때문이 아니다. 데이터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다.

Altara AI for the Physical Sciences V2 1 - 와우테일

현장 과학자들이 쓰는 소프트웨어는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경우도 많다. 데이터는 전용 분석 툴, 공유되지 않는 스프레드시트, 오래된 서버 위의 온프레미스 시스템 사이에 흩어져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시스템을 “데이터가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않는 곳”이라고 부른다. 배터리 셀 하나가 테스트 중에 이상 징후를 보이면, 엔지니어 팀이 센서 로그, 온도 데이터, 수분 데이터, 과거 불량 리포트를 하나씩 뒤져야 한다. 이 ‘데이터 보물찾기’에만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알타라(Altara)는 이 문제를 AI 에이전트로 풀겠다고 나섰다. R&D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과학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표방하는 이 스타트업은 2026년 5월 5일, 그레이록 파트너스(Greylock Partners) 주도로 7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네오(Neo), 박스그룹(BoxGroup), 리퀴드2 벤처스(Liquid 2 Ventures)가 참여했고,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출신의 제프 딘(Jeff Dean)과 오픈AI·AMD 경영진 등 엔젤 투자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페르미랩 물리학자와 반도체 집안 딸이 만난 이유

알타라를 공동 창업한 에바 투에케(Eva Tuecke) 캐서린 여(Catherine Yeo)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만난 오랜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같은 문제에 부딪혔다.

투에케는 미국 입자물리학 연구소 페르미랩(Fermilab)에서 고에너지 입자물리학 연구를 진행한 뒤, 스페이스X에서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세상에서 가장 첨단이라 불리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현장에서 데이터 관리의 한계를 몸으로 겪었다.

여는 AI 코딩 도구 스타트업 와프(Warp)에서 AI 에이전트 개발자로 일했고, IBM 리서치·MIT·하버드에서 AI 연구를 이어갔다. 전기공학 박사 5명으로 이루어진 반도체 집안에서 자란 덕에, 반도체 산업의 데이터 문제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다.

그레이록의 코린 라일리(Corinne Riley) 파트너는 두 창업자에 대해 AI 전문성, 과학적 깊이, 현장 감각이 드물게 한데 갖춰진 창업자라고 평가했다.

기존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지능을 얹는다

알타라의 전략은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걷어내는 게 아니다. 데이터가 있는 곳에 찾아가 연결하고, 그 위에 AI 에이전트를 얹는 ‘인텔리전스 레이어’ 방식이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알타라 플랫폼은 먼저 기업이 이미 갖고 있는 여러 데이터 소스에 동시에 연결된다. 반도체 웨이퍼 맵,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 같은 고해상도 검사 데이터, 수십만 건의 센서·계측 시계열 데이터, 수십 년 치 비정형 연구 문서와 파워포인트 보고서, 그리고 단종된 소프트웨어 위에서 돌아가는 오래된 도메인 전용 시스템까지 모두 끌어온다. 데이터 이전(migration)이 필요 없다. 있는 자리 그대로 연결한다.

그 다음, 특정 업무에 특화된 AI 에이전트가 이 데이터를 가로질러 추론한다. 현장 팀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자연어로 데이터에 질문하기(“지난 3개월 사이에 배터리 셀 불량이 집중된 공정 구간이 어디야?”), 실험 설계 자동화(“지금까지 데이터를 보면 다음 실험 조건은 이게 낫겠다”는 제안), 분석 파이프라인 자동 실행(지금까지 연구원이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데이터 수집-전처리-분석 과정을 에이전트가 처리).

그레이록의 라일리는 이를 소프트웨어 업계의 SRE(사이트 안정성 엔지니어)에 비유했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다운되면 SRE가 로그를 뒤져 원인을 찾아내듯, 알타라의 에이전트는 배터리나 반도체가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데이터 전체를 훑어 무엇이 잘못됐는지 진단한다는 것이다.

앤스로 에너지(Anthro Energy)의 최고기술책임자 조 파프(Joe Papp)는 수개월간 플랫폼을 써온 결과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실제 업무 방식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알타라 팀은 어플라이드 인튜이션(Applied Intuition), 스페이스X, 와프,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대면으로 일한다.

같은 전장의 다른 전략들

물리 과학에 AI를 접목하는 스타트업이 알타라만은 아니다. 페리오딕 랩스(Periodic Labs)는 오픈AI 전 연구책임자와 구글 딥마인드 재료과학 팀장이 공동 창업한 회사로,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자율 실험실’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시드 라운드에서 역대 최대 시드 투자 규모인 3억 달러를 유치했다. 래디컬 AI(Radical AI)는 차세대 소재를 스스로 발견·합성·제조하는 AGI 수준의 과학 인텔리전스를 목표로 내걸고, 5,500만 달러 시드를 유치했다.

세 회사가 모두 ‘물리 과학 AI’를 표방하지만 전략은 다르다. 페리오딕 랩스와 래디컬 AI는 자체 실험실을 세우고 로봇이 실험하는 자율 연구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본을 쏟는다. 반면 알타라는 기업이 이미 보유한 데이터와 시스템에 플러그인하는 방식으로 훨씬 가볍게 진입한다. 누군가의 인프라를 뒤엎을 필요 없이, 오늘 쓰고 있는 도구 위에서 곧바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략이다.

그레이록의 라일리는 과학·산업 데이터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미개척 자산이라며, 알타라가 이 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첫 번째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네오의 창업자 겸 CEO 알리 파르토비(Ali Partovi)는 알타라가 소재 과학을 AI의 속도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세대를 대표하는 회사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칩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36개월이 걸리는 세상. 알타라는 그 시간표를 몇 분의 일로 압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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