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탈, 500만 달러 프리시드 유치 — 저궤도에 AI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AI 붐이 지상 데이터센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우주에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최근에 수면 위로 올라온 회사가 오비탈(Orbital)이다.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저궤도(LEO) AI 데이터센터 위성을 개발하는 오비탈은 6월 9일 500만 달러 규모의 프리시드 투자 유치를 공식 발표했다. 투자는 예상을 웃도는 오버서브스크라이브드 방식으로 마감됐다.

Orbital - 와우테일

이번 라운드는 a16z 스피드런(a16z Speedrun)이 주도했다. a16z 스피드런은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운영하는 초기 단계 가속기 프로그램으로, 오비탈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모델을 구체화했다. 베이시스 셋(Basis Set), 휴먼 엘리먼트(Human Element), 웨이파인더(Wayfinder), 앤틀러(Antler), 안티 펀드(Anti Fund), 어센트(Ascent), 루빅(Rubik), 제로 놀리지 벤처스(Zero Knowledge Ventures), LYVC, 펠드 벤처스(Feld Ventures), 뉴 레거시(New Legacy), FNDR, 업호네스트(UpHonest), 애스터리스크(Asterisk) 등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이번 투자금은 2027년으로 예정된 첫 궤도 검증 미션 패스파인더(Pathfinder)와 최초의 전용 오비탈 컴퓨트 위성 오비탈-1(Orbital-1) 개발 초기 단계에 사용된다.

전기 스쿠터 창업자가 왜 우주 데이터센터를 짓나

창업자 겸 CEO 유윈 푼(Euwyn Poon)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2017년 전기 스쿠터 공유 스타트업 스핀(Spin)을 창업해 1년 만에 포드(Ford)에 매각했다. 이후 포드 내부에서 일하다 독립한 푼은 엔비디아(NVIDIA) A100 GPU 한 대를 구입해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에 직접 입주시켜 AI 모델 서빙을 테스트했다. 그 경험이 AI 인프라 사업의 가능성을 확신시켰고, a16z 스피드런 프로그램에서 수십 가지 아이디어를 검토한 끝에 궤도 컴퓨팅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가 문제로 삼는 것은 지상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병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인 945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일본의 연간 총 전력 소비에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전력망 공급 속도가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냉각 설비·토지·인허가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이 스페이스X와 월 9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계약을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주의 세 가지 이점: 태양에너지·방열·분산 컴퓨팅

오비탈의 위성은 지상 데이터센터가 갖기 어려운 세 가지 조건을 우주에서 확보한다. 첫째, 궤도에서는 태양광이 24시간 끊김 없이 공급된다. 지구 그림자에 의한 단절 문제는 다중 위성 배치로 해소할 수 있다. 둘째, 우주 공간은 자연적인 방열 환경이다.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냉각이 차지하는 비용과 에너지를 사실상 제거할 수 있다. 셋째, 대형 단일 구조물 대신 소형 위성을 개별적으로 배치하는 콘스텔레이션 구조로 수평 확장이 가능하다. 위성 하나씩 점진적으로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 자본 집약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오비탈의 설명이다.

오비탈의 시스템은 AI 인퍼런스(추론), 즉 학습이 완료된 모델을 실시간으로 구동하는 워크로드에 특화돼 있다. 현재 AI 컴퓨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요 영역이다. 위성은 엔비디아가 발표한 스페이스-1(Space-1) 베라 루빈(Vera Rubin) 클래스 GPU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이 우주용 모듈은 H100 대비 최대 25배의 AI 연산 성능을 제공하며, 엔비디아는 올해 안에 우주 파트너사들을 통해 이 모듈을 운용할 계획이다. 생산용 위성 한 기당 컴퓨팅 파워는 100kW로 설계되며, 장기적으로는 10만 개 이상의 위성을 이어 10GW 이상의 궤도 컴퓨트를 목표로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LA 사우스베이 지역에 위성 조립·테스트 시설 팩토리-1(Factory-1)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패스파인더 미션이 첫 관문

오비탈의 첫 번째 관문은 2027년으로 예정된 패스파인더 미션이다. 스페이스X(SpaceX) 팰컨 9 라이드쉐어를 통해 GPU 페이로드를 파트너 위성에 탑재해 궤도에 올리고, GPU 동작·방사선 내성·열 성능·데이터 다운링크를 실제 우주 환경에서 검증한다. 패스파인더를 통해 기술 실증이 완료되면 전용 컴퓨트 위성 오비탈-1로 넘어간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 GPU를 장착한 첫 번째 전용 위성 발사는 2028년을 목표로 한다. 이번 투자는 이 검증 단계를 통과하기 위한 자금이며, 본격적인 제조·콘스텔레이션 배치를 위한 대규모 후속 라운드가 예고돼 있다.

이미 궤도에 GPU를 올린 경쟁자들

오비탈이 뛰어든 시장은 이미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스타클라우드(Starcloud)다.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출신인 스타클라우드는 2025년 11월 엔비디아 H100 GPU를 탑재한 첫 위성을 궤도에 올렸으며, 2026년 3월 1억 7,00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해 기업가치 11억 달러의 유니콘으로 올라섰다. 로빈후드(Robinhood) 공동창업자 바이주 바트(Baiju Bhatt)가 설립한 에테르플럭스(Aetherflux)는 2027년 1분기 첫 궤도 데이터센터 노드 갤럭틱 브레인(Galactic Brain) 배포를 예고했다. 자체 로켓 개발까지 병행하는 카우보이 스페이스(Cowboy Space)는 2억 7,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스페이스X도 미국 정부에 분산 컴퓨팅용 위성 100만 기 운용 허가를 신청했다.

엔비디아는 에테르플럭스, 악시옴 스페이스(Axiom Space),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Kepler Communications), 플래닛(Planet), 소피아 스페이스(Sophia Space), 스타클라우드 등 여러 파트너를 통해 궤도 컴퓨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하드웨어 공급자로서 엔비디아의 역할은 지상 데이터센터와 마찬가지로 핵심 인프라 레이어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비탈은 스타클라우드보다 최소 1년 이상 늦게 출발했고 투자 규모도 작다. 그러나 처음부터 전용 위성을 대량 생산하는 콘스텔레이션 모델을 설계한다는 점, AI 인퍼런스에 최적화된 아키텍처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 전반의 경쟁 구도는 와우테일 우주항공 스타트업 지형도를 참고하시길.

궤도 컴퓨팅 시장은 아직 어떤 아키텍처가 승자가 될지 불분명하다. 소수의 대형 위성인지, 수십만 개의 소형 위성 네트워크인지, 혹은 양쪽의 혼합인지. 오비탈의 패스파인더 미션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첫 번째 데이터 포인트가 될 것이다.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으로 지상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스타 캐처(Star Catcher), 레이저로 우주 인터넷을 구축하는 옵저버블 스페이스(Observable Space), 우주 물류 인프라를 목표로 하는 임펄스 스페이스(Impulse Space)와 함께, 오비탈이 꿈꾸는 저궤도 AI 데이터센터는 지구 위 1,200km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새로운 인프라 레이어의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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