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로봇 스타트업 ‘선데이’, 1.65억 달러 투자유치…기업가치 11.5억 달러


로봇은 수십 년째 “곧 우리 집에 들어온다”는 약속을 반복해 왔다. 그 약속이 드디어 현실이 될 것인가. 가정용 로봇 스타트업 선데이(Sunday)가 시리즈B에서 1억65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안에 자율 가정용 로봇 ‘메모(Memo)’를 일반 가정에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Sunday Series b funding - 와우테일

가정용 로봇 시장은 오랫동안 인상적인 데모 영상으로만 가득 찼다. 공장에서 정밀하게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실제 가정 환경에서 물건을 자율적으로 집어 올리고 처리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집집마다 다른 구조, 제각각 다른 물건의 무게와 질감,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것이 수십 년간 ‘가정용 로봇’이 약속으로만 머물렀던 이유다.

선데이는 2023년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설립됐다. 공동창업자 겸 CEO 토니 자오(Tony Zhao)는 UC버클리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으로 학사를 마친 뒤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로봇공학 박사 과정을 밟다 중퇴했다. 딥마인드, 테슬라, 구글X를 거친 그는 스탠퍼드에서 저비용 오픈소스 로봇 학습 플랫폼 ‘ALOHA’와 트랜스포머 기반 로봇 제어 알고리즘 ‘ACT’를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동창업자 겸 CTO 청 치(Cheng Chi)는 콜럼비아대와 스탠퍼드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과정을 이수했으며, 로봇 데이터 수집 프레임워크 ‘UMI(Universal Manipulation Interface)’를 개발했다.

두 창업자의 학문적 연구는 로봇이 인간의 동작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고, 이것이 선데이의 핵심 기술로 이어졌다.

선데이가 개발한 메모는 인간형 로봇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두 다리로 균형을 잡는 대신 넓고 안정적인 바퀴 베이스를 채택해 넘어질 위험을 줄였다.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로 마감해 가족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했다. 현재 설거지, 세탁물 정리, 에스프레소 추출 등 복잡한 가사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20회 이상의 라이브 시연에서 와인잔 하나도 깨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메모의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 수집 방식에 있다. 선데이는 자체 개발한 ‘스킬 캡처 글러브(Skill Capture Glove)’를 활용해 500가구 이상의 실제 가정에서 약 1000만 건의 가사 동작 데이터를 수집했다. 장갑 모양의 이 장치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는 동작을 그대로 기록해 메모의 AI 모델 학습에 활용한다. 글러브 1쌍의 비용은 약 400달러로, 세트당 2만 달러에 달하는 기존 원격조종 방식보다 훨씬 저렴하다. 현재 2000개 이상의 글러브가 일반인 ‘메모리 개발자(Memory Developer)’들에게 배포돼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선데이는 이번 시리즈B 자금으로 데모에서 실제 배포로 완전히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라운드는 코아튜(Coatue)가 주도했으며, 공동창업자 토마스 라퐁(Thomas Laffont)이 이사회에 합류한다. 베인캐피탈 벤처스(Bain Capital Ventures),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 벤치마크(Benchmark), 컨빅션(Conviction), 엑스탈 벤처스(Xtal Ventures) 등도 참여했다. 이번 라운드는 초과 청약(oversubscribed)됐다.

토니 자오 CEO는 “시리즈B 투자금은 데모를 멈추기 위해 조달했다. 이제 배포에만 집중한다. 로봇 분야의 최대 병목은 언제나 데이터였다. 우리는 실제 가정의 복잡함을 자율 지능으로 전환하는 유일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코아튜의 라퐁은 “토니는 스탠퍼드에서 업계 최고의 연구자로 입지를 다졌고, 선데이에서는 그 연구를 실제 출시 제품으로 전환하는 보기 드문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선데이는 엔지니어링 팀을 3배, 연구팀을 4배, 현장 데이터 수집 역량을 5배 확대했다. 현재 팀은 70명 이상의 엔지니어와 연구자로 구성됐으며 스탠퍼드, 테슬라, 딥마인드, 웨이모, 메타, 오픈AI, 애플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선데이는 지난해 11월 스텔스 모드에서 나오며 3500만 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당시 투자는 벤치마크와 컨빅션이 주도했다.

올 가을 베타 프로그램을 통해 첫 사용자 가정에 메모 배포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수천 건의 베타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메모의 현재 제조 원가는 대당 약 2만 달러 수준이지만,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하면 원가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최종 소비자 가격은 5000~1만 달러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정용 로봇 시장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Cruise)의 공동창업자이자 전 CEO인 카일 보그트(Kyle Vogt)가 2024년 설립한 더봇컴퍼니(The Bot Company)다. 더봇컴퍼니는 지난해 3월 그린오크스(Greenoaks) 주도로 1억5000만 달러를 추가 유치하며 기업가치 20억 달러를 기록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4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로 2억5000만 달러 추가 유치를 추진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누적 조달액은 약 3억 달러. 아직 프로토타입을 공개하지 않은 채 스텔스 모드를 유지하고 있어, 올 가을 베타 배포를 예고한 선데이와 상용화 속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노르웨이의 1X 테크놀로지스(1X Technologies)도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픈AI 투자로 주목받은 1X는 지난해 2월 차세대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 감마(Neo Gamma)‘를 공개하며 실제 가정 환경 테스트에 나섰다. 네오 감마는 커피 제조·세탁·청소 등 가사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부드러운 외피 소재로 안전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완전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LG전자도 가정용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CES 2026에서 공개한 가정용 로봇 CLOiD는 7자유도 양팔과 5개 손가락을 갖춰 설거지·세탁·커피 추출 등 다양한 가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컨셉 단계로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데이터 수집 방식의 혁신, 풀스택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실제 가정 환경에서 쌓은 1000만 건의 학습 데이터—선데이가 ‘가정용 로봇의 아이폰 모멘트’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올 가을 베타 배포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