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 AI가 직접 결제하는 시대 선언… “에이전트가 거래의 주체 된다”


결제창이 사라지고 있다. 수십 년간 온라인 쇼핑의 마지막 단계였던 ‘체크아웃’은 곧 AI 에이전트의 몫이 된다. 사람은 “필요한 게 이것”이라고 말하면 그만이고, 나머지는 AI가 알아서 처리한다.

stripe logo - 와우테일

글로벌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Stripe)가 그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공개했다. 스트라이프는 현지 시간 4월 2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스트라이프 세션즈(Stripe Sessions) 2026’을 개최하고, AI 에이전트를 위한 결제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은 288개 신규 제품과 기능을 쏟아냈다.

핵심은 두 가지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 대신 결제할 수 있는 지갑 서비스, 그리고 판매 기업들이 AI 쇼핑 플랫폼에 상품을 노출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이다.

AI에게 지갑을 건네다

스트라이프가 운영하는 디지털 지갑 링크(Link)가 AI 에이전트 전용 결제 수단으로 탈바꿈했다. 링크는 현재 전 세계 2억5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대형 지갑 서비스다. 이번에 공개한 에이전트 지갑 기능은 사용자가 자신의 링크 계정을 AI 에이전트와 연동해두면, 에이전트가 실제 카드 번호를 노출하지 않고 1회용 가상 카드를 통해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구매 건마다 사용자 승인이 필요하고, 일일·월간 지출 한도 설정도 가능하다.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 스트라이프 CEO는 기조연설에서 “AI는 인터넷 이후 경제를 가장 크게 바꾸는 플랫폼 전환이며, 머지않아 에이전트가 온라인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올해 1분기가 AI 주도 경제의 ‘특이점(singularity)’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새 기업 창업 건수가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구글·메타·오픈AI와 손을 맞잡다

이번 발표에서 스트라이프는 구글(Google) 및 메타(Meta)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구글과는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niversal Commerce Protocol, UCP)’을 기반으로 구글 AI 모드(AI Mode)와 제미나이(Gemini) 앱 내에서 직접 상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퀸스(Quince), 패너틱스(Fanatics), JD스포츠(JD Sports) 등 브랜드들이 제미나이 앱 안에서 바로 판매할 수 있다. 구글 알파벳의 최고사업책임자 필립 쉰들러(Philipp Schindler)는 이를 “쇼핑의 잡일을 없애 소비자가 즐거운 부분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메타와는 페이스북(Facebook) 광고 안에서 검색부터 구매까지 한 번에 완료하는 네이티브 체크아웃을 선보였다. 행사 당일 메타는 별도로 필리핀과 콜롬비아에서 스테이블코인 지급을 시작한다고 발표하며 스트라이프와의 협력을 공식화했다.

앞서 스트라이프는 오픈AI(OpenAI),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의 에이전트 커머스 연동도 이미 완료한 상태다. 에이전틱 커머스 스위트(Agentic Commerce Suite)는 Wix, BigCommerce, WooCommerce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적용돼, 이들 플랫폼의 판매자들이 별도 개발 없이 AI 쇼핑 앱에 상품을 노출할 수 있게 된다.

AI 간 거래를 위한 새 프로토콜

한 발 더 나아가 스트라이프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템포(Tempo)와 공동 개발한 ‘머신 페이먼츠 프로토콜(Machine Payments Protocol, MPP)’도 발표했다. 사람이 아닌 에이전트와 기업 간의 마이크로 결제, 구독 결제, 토큰 단위 스트리밍 결제를 지원하는 인프라다.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통화(카드, 클라나, 어펌 등) 모두 지원한다.

스트라이프가 사실상 AI 경제의 ‘결제 레일’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자(Visa)의 ‘인텔리전트 커머스’,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에이전트 페이’ 프로그램도 모두 스트라이프의 SPT(공유 결제 토큰) 기술 위에서 동작한다. 오픈AI, 구글, 비자, 마스터카드와 동시에 에이전트 커머스 표준 파트너십을 맺은 결제 기업은 현재 스트라이프가 유일하다.

연 1.9조 달러 처리… IPO 없이 쌓는 지배력

스트라이프는 올해 행사에서 2025년 총 결제 처리액(TPV)이 1조9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GDP의 약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가치는 약 1590억 달러다.

스트라이프는 핀테크 결제 시장에서 페이팔(PayPal), 어드옌(Adyen), 클라나(Klarna), 스퀘어(Square) 등과 경쟁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분명해진 것은, 스트라이프가 수수료 경쟁보다는 AI 시대의 결제 인프라 표준화 쪽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이다. 경쟁사들이 아직 AI 에이전트 결제에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사이, 스트라이프는 오픈AI·구글·메타를 동시에 끌어들이며 업계 표준을 먼저 장악하려는 구도를 만들었다.다만, 아직 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도 있다. 스트라이프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미국 디지털 쇼핑객 중 AI를 완전히 신뢰하는 비율은 8%에 불과하고, 완전히 불신하는 비율도 17%에 달한다. 스트라이프가 직접 개발했다가 실패로 끝난 ‘인스턴트 체크아웃’ 기능을 최근 철수한 것도 이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빠른 기술 선점과 소비자 신뢰 구축 사이의 간극이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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