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AI 하비, 155억 달러 가치에 5.5억 달러 투자유치


앤트로픽 같은 범용 AI 모델 기업까지 법률 시장 공략에 나서는 가운데, 법률 특화 AI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 경쟁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스웨덴의 레고라(Legora)가 6억 달러 시리즈D로 기업가치 55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번엔 업계 선두주자 하비가 훨씬 더 큰 규모로 화답했다.

로펌의 ‘법률 AI 표준’을 노리는 하비

하비(Harvey)는 로펌, 사내 법무팀, 전문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계약 분석·컴플라이언스·실사(듀 딜리전스)·소송 지원 업무를 지원하는 AI 플랫폼이다. 특정 파운데이션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AI 모델을 조합해 법률 업무에 맞게 조정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공동창업자 겸 CEO 윈스턴 와인버그(Winston Weinberg)는 로펌 오멜베니앤마이어스(O’Melveny & Myers)에서 증권·독점금지 소송을 담당하던 변호사 출신이다. 공동창업자 겸 사장 게이브 페레이라(Gabe Pereyra)는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두 사람은 2022년 여름 로스앤젤레스에서 룸메이트로 지내던 중 페레이라가 초기 GPT-3를 와인버그에게 보여준 것을 계기로 회사를 창업했고, 오픈AI스타트업펀드가 그해 11월 500만 달러 규모 시드 라운드를 주도했다.

9개월 만에 밸류 두 배, ARR도 4억 달러 돌파

하비는 디퓨전(Diffusion)과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가 공동 주도한 라운드에서 5.5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는 155억 달러로, 지난 3월 110억 달러였던 밸류가 9개월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 디퓨전은 하비의 기존 투자자였던 코투(Coatue) 출신 크리스 프레드릭슨(Kris Fredrickson)이 새로 만든 투자사다.

이번 라운드에는 사파이어벤처스(Sapphire Ventures)·웨일록캐피탈매니지먼트(Whale Rock Capital Management)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고, 세쿼이아(Sequoia)·클라이너퍼킨스(Kleiner Perkins)·a16z·코투·컨빅션(Conviction)·일라드 길(Elad Gil)·에반틱(Evantic)·GIC·골드만삭스얼터너티브스(Goldman Sachs Alternatives)·베리파이드캐피탈(Verified Capital)·WNDR 등 기존 투자자들도 뒤를 이었다. 이번 유치로 하비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15.5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비는 이번 라운드 발표와 함께 첫 자체 후처리(post-trained) 오픈웨이트 모델 ‘하비 테넷(Harvey Tenet)’을 공개했다. 문샷AI(Moonshot AI)의 오픈웨이트 모델 ‘킴 K3(Kimi K3)’를 기반으로 파이어웍스(Fireworks)와 함께 강화학습 방식으로 후처리했으며, 고객 데이터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24개 실무 분야, 1200개 이상 과제로 구성된 자체 법률 에이전트 벤치마크 ‘하비 랩(Harvey LAB)’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로펌이 자체 모델을 직접 구축해 “AI 역량을 스스로 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회사에 따르면 연환산매출(ARR)은 4억 달러를 넘어섰고, 3000개 이상 조직이 하비를 도입했다. Am Law 100 로펌의 80%, 포춘 500대 기업의 20%, 포춘 10대 기업 중 5곳이 고객이며 레이텀앤왓킨스(Latham & Watkins), 마이크로소프트 법무팀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레고라와의 2강 구도

법률 AI 시장에서 하비의 최대 경쟁자는 레고라(Legora)다. 레고라는 출시 18개월 만에 ARR 1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엔비디아까지 투자자로 유치하며 몸값을 키워왔고, 최근에는 100억 달러 이상 밸류에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문서·계약관리 시장에서는 클리오(Clio)가 AI 법률 스타트업 브이렉스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인접 영역에서도 인수·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로펌의 ‘표준 AI 플랫폼’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당분간 더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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