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과 파동이 겹쳐져도 각각의 고유한 성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슈퍼포지션은 그런 철학에서 시작했습니다.”

슈퍼포지션 김종민 대표는 브랜드의 이름이 과학 용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명에 대해 “작가의 개성을 해치지 않고 하나의 큰 브랜드로 묶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각자의 개성이 증폭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슈퍼포지션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를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김 대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한국적 건축물을 브랜드화 하는 작업 등 브랜드 디자인과 예술의 접점에서 활동해왔다. 

예술적 미학을 지키면서도 수익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그는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점을 찾는 슈퍼포지션을 설립했다. 슈퍼포지션은 전통을 복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전통 이미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한국적 미학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전통 자개 기법을 디지털 방식으로 변형한 ‘디지털 자개’부터 스테인리스 소재로 제작한 현대적 도자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혁신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가와의 협업 모델이다. 일반적으로 10년이라는 긴 성장 기간이 필요한 작가들을 브랜드 IP와 결합시켜 1-2년 안에 고부가가치 작업을 할 수 있는 작가로 성장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종민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제작사가 아닌, ‘예술가를 키우는 기획사’”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예기획사가 가수를 키운다면, 슈퍼포지션은 작가를 키우는 예술 기획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함께 일하는 서정선 작가를 비롯해 재능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목표 아래 슈퍼포지션은 설립 첫 해에만 10여 회의 전시를 열었으며, 작가들의 작품은 삼성전자, SK, 크래프톤 등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특히 영국 왕립뮤지엄에 소속 작가의 작품이 선정되면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핵심 철학은 ‘새로운 한국적 이미지의 제안’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전통을 복각하거나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한국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단절된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그런 이미지 하나가 나라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분야 초기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체계적인 사업화 과정을 거치며, 작가에서 사업가로의 전환을 이뤄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 멘토링과 기업 진단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슈퍼포지션은 현재 아트 퍼니처, 생활가구, 디지털 아트 등 세 가지 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통 병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부터 대형 오브제, 그래픽 가구까지 영역이 다양하다.

“예술 기업이 돈을 못 번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요. 지난해보다 두 배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크래프톤과 협업한 대형 설치 작품이 성수 팝업스토어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예술의 가치와 작가의 성장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브랜드, 그것이 슈퍼포지션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슈퍼포지션이 그려가는 ‘새로운 한국적 이미지’의 가능성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프리랜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중 마지막 프로젝트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2년간 진행한 새로운 한국적 이미지의 건축&브랜드 프로젝트였는데,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한국 전통문화와 K-컬처, 그리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관심이 구체화된 계기였죠.

이를 바탕으로 현대적 한국 이미지를 통해 전통을 재해석한 홈리빙 브랜드를 런칭했고, 주목받지 못하던 작가의 IP를 새롭게 브랜딩하여 에이전시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슈퍼포지션이 해결하고자 하는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요?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 홈리빙 시장은 이런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점입니다.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 이후 한국 전통 주거문화가 급격히 소멸되었고, 빠른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주거문화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성장해왔기 때문이죠.

최근까지는 복각, 즉 전통 가구와 소품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현시대에 맞는 한국적 이미지의 가구와 소품들이 시장에 나올 때가 왔다고 봅니다.

또한 기존 작가들은 성장 기간이 길어서 작품이 판매되거나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계신가요?

기존 전통 가구의 이미지와 가공 방식, 소재에 집중하면서도 현시대에는 어떻게 적용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 자개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변형한 ‘디지털 자개’ 기법을 통해 과거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죠.

전통 도자기를 스테인리스로, 병풍을 아크릴로 제작하는 등 현대적 소재와 과거의 전통 이미지를 새롭게 믹스하여 새로운 한국적 이미지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작가 시스템의 경우, 평균 10년 정도 걸리는 성장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브랜드에 작가 IP를 결합시켜 1-2년 안에 고부가가치 작업을 할 수 있는 작가로 성장시키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슈퍼포지션의 예술적 철학과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한국적 이미지에 대한 가능성’이라는 큰 철학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하나의 제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한국적 이미지를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 어떤 이미지가 전략적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는 회사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며, 제품에서 시작해 공간, 기획, 이미지 설계까지 폭넓게 가져가고 싶은 슈퍼포지션의 큰 비전입니다.

경쟁사 대비 슈퍼포지션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예술을 접목한 브랜드는 대부분 유럽 기반의 스튜디오와 회사들로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적 이미지의 하이엔드 오브제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하나의 시장 가능성이라고 판단됩니다.

또한 여러 프리미엄 유럽 브랜드들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3천만 원짜리 가구가 있다면 슈퍼포지션은 1천 5백만 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한국적 하이엔드 가구&오브제 모델이면서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현재 제공하고 계신 제품과 서비스 현황은 어떤가요?

슈퍼포지션은 제조를 기반으로 여러 온오프라인 플랫폼에 가구 및 오브제를 입점하여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5년 신제품은 10월 말 안국역 위크앨리에서 프로모션을 예정하고 있으며, 새로운 작가를 영입하여 새로운 슈퍼포지션의 이미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슈퍼포지션의 한국적 이미지를 여러 기업에 입혀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2023년 삼성전자와의 특별 협업 전시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SK 고택 가구 납품 기획, 2025년에는 펍지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협업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타깃 시장 규모와 핵심 고객층은 어떻게 설정하고 계신가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얻으면서 세계에 한국적 헤리티지를 알릴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한국 전통 이미지가 유행처럼 소비되는 이미지였다면, 현재는 하나의 큰 기류로 시작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적 감각의 아트 컬렉터와 30-50대층의 고객들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 간의 협업을 통해 성장해나갈 예정입니다.

슈퍼포지션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작가 기반의 프리미엄 가구 및 오브제를 판매하고 있으며, 450만 원의 책가도 병풍에서 가장 저렴한 4만 9천 원의 디지털 자개 접시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회사 오너부터 회사원, 학생까지 슈퍼포지션의 한국적 이미지를 좋아하는 분들이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고가의 아트 퍼니처는 대기업 오너나 컬렉터들에게, 작은 접시들은 기념품이나 학생들에게 균형 있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면?

2025년 초 단순 작가 모임에서 에이전시&엔터테인먼트 모델로 변경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판매를 쉐어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을 독립시킨 이후 새로운 계약 모델을 통해 확장성을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새롭게 작가 영입이 자유로워졌고, 슈퍼포지션 자체 IP 확보 및 작가 지원에 대한 새로운 과제들이 생겼지만, 회사의 자금 안정성과 투자 리스크 감소, 확장성 확보를 통해 슈퍼포지션만의 독창적인 사업 모델이 구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런칭 이후 10여 곳이 넘는 전시를 진행하며 슈퍼포지션을 알려왔고, 첫 런칭에는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 비스포크 인피니트라인 협업 전시 및 제품을 개발하고, 무신사와 함께 올림픽 단복 촬영 협찬, SK 고택(창업자 뮤지엄)에 가구 납품 및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V&A뮤지엄에 영구소장작품으로 선정되어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고, 연말에는 펍지, 배틀그라운드와의 협업 제품 및 전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슈퍼포지션 팀만의 특별한 경쟁력이 있다면?

초기에 함께한 서정선 작가는 코리아 디자인 멤버십 9기로 프랑스 메종&오브제 및 일본 몽타주 전시에 참여했으며, 국내에는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 참여한 실력 있는 작가입니다.

이번에 함께하게 되는 이하영 작가는 과거 아트상품 개발을 통해 미국 최대 디자인 스토어인 MoMA에 입점하고, GIFTSHOW 뉴욕, TENT LONDON DESIGN 런던 등 다수 해외 전시 경험이 있으며, 국제 디자인학술대회 대상을 통해 학술적 능력도 뛰어나 10월 전시에서 새로운 프로모션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분야 초기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하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피드백과 기업 진단을 통해 조금 더 객관적으로 회사의 포지션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작가에서 사업가로 새롭게 접근하게 된 계기였고, 그에 맞게 새롭게 전략을 수정할 수 있었습ㄴ니다.

특히 특화 교육 및 멘토링을 통해 여러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방향성 및 시장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예술과 사업을 어떻게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릴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