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테라퓨틱스, 광유전학으로 실명을 되돌린다…1억 2천500만 달러 시리즈 B 마감


망막색소변성증(RP)은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가 서서히 소실되는 유전성 질환이다. 전 세계 약 200만 명이 앓고 있으며, 대부분 중년에 이르러 완전한 실명에 이른다. 스타가르트병(Stargardt disease)이나 지도형 위축(geographic atrophy) 같은 황반 질환도 같은 경로를 밟는다. 문제는 원인 유전자가 100가지가 넘는다는 점이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는 기존 유전자 치료로는 대부분의 환자를 커버할 수 없다. 2017년 FDA가 승인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 럭스터나(Luxturna)가 RPE65 유전자 변이 환자만 치료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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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테라퓨틱스(Ray Therapeutics)는 광유전학(optogenetics)으로 이 한계를 정면 돌파한다. 2021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설립된 임상 단계 바이오파마 스타트업이다.

광유전학의 원리는 이렇다.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는 광수용체(photoreceptor)가 죽어 없어지지만, 그 뒤편에 위치한 망막 신경절 세포(retinal ganglion cells)와 양극 세포(bipolar cells) 같은 내부 망막 신경세포는 살아 있다. 문제는 이 세포들이 원래 빛을 직접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레이 테라퓨틱스는 AAV(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 즉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의 유전자를 이 살아있는 세포들에 직접 전달한다. 일종의 유전자 이식으로 죽은 광수용체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셈이다. 주사 한 번으로 투여가 끝나고, 특정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세포에 새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든 관계없이 작동한다.

회사는 21일(현지시간) 1억 2천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목표를 웃도는 오버서브스크라이브 라운드로, 재너스 헨더슨 인베스터스(Janus Henderson Investors)가 리드를 맡았다. 신규 투자자로 아다지 캐피탈 매니지먼트(Adage Capital Management),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인부스(Invus), 마샬 와이스(Marshall Wace)가 합류했다. 기존 투자자인 4BIO 캐피탈, 디어필드 매니지먼트(Deerfield Management), 머크(Merck) 기업형 VC인 MRL 벤처스 펀드, 노웨스트(Norwest), 노보 홀딩스(Novo Holdings A/S), 플라타너스(Platanus)도 팔로온으로 참여했다.

창업자의 약속: 딸의 진단이 출발점

공동창업자 겸 CEO Paul Bresge는 바이오텍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제약·화장품 제조업에서 일했고, 창업 경험도 있었지만 과학자는 아니었다.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2010년 딸 Tamar의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이었다. 당시 15살이었던 Tamar에게 의사가 한 말은 간단했다. “시력을 잃을 것이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Bresge는 그날 딸에게 치료법을 찾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UC 어바인에서 진행 중인 세포 치료 연구에서 가능성을 봤고, 직접 업계에 들어가 망막색소변성증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던 제이사이트(jCyte)의 CEO로 일했다. 제이사이트에서 나온 지 한 달 만인 2021년, 더 근본적인 접근법을 가진 레이 테라퓨틱스를 공동 창업했다. 딸의 시력 손실은 아직 RTx-015 임상 적격 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그는 “딸이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있어줄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개의 임상 프로그램

레이 테라퓨틱스의 리드 프로그램 RTx-015는 망막색소변성증을 겨냥한다. 유리체강내 주사(intravitreal injection) 한 번으로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망막 신경절 세포에 전달해, 이 세포들이 빛을 직접 감지하고 뇌로 신호를 전달하도록 재프로그래밍한다. 기존 광유전학 치료제들이 빛 증폭 고글을 병용해야 하는 것과 달리, RTx-015는 일상 조도에서도 작동하도록 고감도 단백질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1상 ENVISION 임상시험에서 법적 실명에 가까운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평가 중이며, 연내 2/3상 등록 임상시험 개시를 목표로 한다.

투자 유치 직전인 4월 초, FDA는 RTx-015에 재생 의학 혁신 치료제(RMAT, 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 지정을 부여했다. 심각한 질환 대상 재생 의학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FDA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제도로, 임상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된다.

두 번째 임상 프로그램 RTx-021은 황반 질환을 타겟한다. 스타가르트병과 건성 황반변성의 진행형인 지도형 위축 환자가 대상이다. RTx-015가 망막 신경절 세포를 타겟하는 것과 달리, RTx-021은 그보다 앞 단계에 위치한 망막 양극 세포(retinal bipolar cells)에 광감응 단백질을 전달한다. 신호 처리 경로상 더 앞 단계 세포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황반 중심부의 세밀한 시각 정보를 더 잘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스타가르트병 환자 등록이 진행 중이며, 수주 내 첫 환자 투약이 예정돼 있다.

경쟁 구도

광유전학 기반 시력 회복을 노리는 경쟁자들이 적지 않다.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Nanoscope Therapeutics)가 현재 가장 앞서 있다. 후보 물질 MCO-010(sonpiretigene isteparvovec)은 2025년 7월 FDA에 롤링 BLA(생물의약품 허가 신청)를 시작했다. 망막색소변성증 대상 2b/3상 RESTORE 임상에서 단일 주사 후 3년에 걸쳐 시력 개선이 유지됐으며, 스타가르트병 대상 2상 STARLIGHT는 《란셋》 계열 학술지에 결과가 게재됐다. 스타가르트병에 대한 RMAT 지정도 취득한 상태로, 현재 규제 당국과의 협의를 마무리하며 상업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바이오닉 사이트(Bionic Sight)는 광유전학에 신경 코딩 기술을 결합한 독자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2025년 2월 FDA로부터 BS01에 대한 RMAT 지정을 받았으며, 현재 3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BS01은 유전자 치료 벡터로 Chronos 옵신을 망막 신경절 세포에 전달하고, 외부 고글 카메라가 시각 정보를 신경 코드로 변환해 광수정된 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젠사이트 바이올로직스(GenSight Biologics)는 파리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로, GS030을 개발 중이다. 옵신 유전자 치료와 빛 증폭 고글을 병용하는 방식이며 현재 1/2상 용량 탐색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중국계 스타트업 중머우 테라퓨틱스(Zhongmou Therapeutics)도 ZM-02로 1상 MOON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4년 11월 FDA로부터 유전자 비특이적 적응에 대한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유전자 특이적 접근 진영도 있다. MeiraGTx와 비콘 테라퓨틱스(Beacon Therapeutics)는 X 연관 망막색소변성증의 RPGR 유전자 변이를 겨냥하고, AAVantgarde Bio는 어셔 증후군 1B형 환자를 타겟한다. 오큐젠(Ocugen)은 유전자 비특이적 후보 OCU400의 허가 신청을 올해 안에 추진할 계획이다.

레이 테라퓨틱스가 이 경쟁에서 내세우는 강점은 기존 광유전학 치료제들과 달리 빛 증폭 고글이 필요 없는 고감도 단백질 설계다. 외래 주사 한 번으로 치료를 마칠 수 있고, 어떤 유전자 변이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은 잠재적 환자 규모를 크게 넓힌다.

누적 투자 2억 3천만 달러 돌파

레이 테라퓨틱스는 창업 이후 시드(600만 달러, 2022년), 시리즈 A(1억 달러, 2023년), 시리즈 B(1억 2천500만 달러, 2026년)를 연달아 마감하며 총 2억 3천만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4BIO 캐피탈은 시드부터 이번 라운드까지 창업 시점부터 일관되게 투자를 이어온 파운딩 인베스터다.

재너스 헨더슨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Agustin Mohedas는 “이 플랫폼은 단순한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환자의 독립적인 삶을 되돌려 줄 수 있는 퍼스트 앤 베스트-인-클래스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Bresge는 이번 자금을 “주요 변곡점에 도달하기 위한 의미 있는 펀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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