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가 손 뗀 자가면역 파이프라인으로 독립…비라인 메디슨즈, 3억 달러 유치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은 지난 몇 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2019년 740억 달러를 들인 셀진(Celgene) 인수 이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었고, 주력 의약품인 엘리퀴스(Eliquis)와 옵디보(Opdivo)의 특허 만료가 2028년으로 다가오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BMS는 2024년부터 총 35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하며 R&D 파이프라인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유망하지만 자체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운 자산들을 외부로 내보내는 ‘자산 외부화’ 방식을 선택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비라인 메디슨즈(Beeline Medicines Corporation)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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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BMS와 베인 캐피털 라이프 사이언시스(Bain Capital Life Sciences)는 공동으로 새 바이오텍 설립을 발표했다. BMS가 자가면역·염증성 질환 관련 임상 파이프라인 5개를 통째로 이전하고, 베인 캐피털이 3억 달러를 투자해 회사를 꾸렸다. 당시 ‘뉴코(NewCo)’라는 가칭으로만 알려졌던 이 회사가 9개월간의 스텔스를 마치고 4월 15일 비라인 메디슨즈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BMS는 완전한 매각 대신 라이선스 방식으로 자산을 이전했다. 향후 임상 성과에 따라 마일스톤 수익과 로열티, 지분을 통해 가치를 회수하는 구조다.

이전받은 파이프라인이 ‘폐기 직전’의 자산은 아니다. 선두 후보 아피메토란(afimetoran)은 루푸스(lupus, 면역계가 자기 신체를 공격해 피부·관절·신장·뇌 등 전신을 침범하는 자가면역 질환) 2상 임상이 한창이고, 건선 대상 TYK2 억제제 로메데우시티닙(lomedeucitinib)은 이미 2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냈다. BMS 입장에서는 수십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 후보에 집중하기 위해 규모는 작지만 충분히 유망한 자산들을 전문 팀에 맡긴 셈이다. BMS 사업개발 총괄 줄리 로젠블리엄(Julie Rozenblyum) SVP는 “이 자산들은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새 회사가 환자에게 더 큰 영향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스프링웍스 엑싯 팀이 다시 뭉쳤다

비라인을 이끄는 사킵 이슬람(Saqib Islam) CEO는 바이오 업계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모더나(Moderna)에서 최고사업책임자(CBO)로 mRNA 백신 사업의 초기 구조를 설계했고, 이후 화이자(Pfizer) 스핀아웃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SpringWorks Therapeutics)를 이끌며 FDA 승인 의약품 2개를 시장에 내놨다. 스프링웍스는 지난해 머크 KGaA에 약 34억 달러에 인수됐다. COO를 겸하는 바드레딘 에드리스(Badreddin Edris) 사장도 스프링웍스에서 같은 역할을 맡았고, CMO 나탈리 프랑시몬(Nathalie Franchimont) 박사는 자가면역 전문 바이오텍 님버스 테라퓨틱스(Nimbus Therapeutics) 출신이다. 한 번의 성공적인 엑싯을 함께 경험한 팀이 새 판을 짠 것이다.

베인 캐피털에게도 익숙한 패턴이다. 2018년 화이자의 신경과학 파이프라인을 이전받아 세레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를 창업했고, 이 회사는 2024년 AbbVie에 87억 달러에 팔렸다.

루푸스 ‘먹는 정밀 치료제’를 향해

현재 루푸스 치료제 대부분은 스테로이드처럼 면역 전체를 억누르는 방식이라 장기 복용 시 부작용 부담이 크다. 생물학적 제제인 벨리무맙(belimumab)이 있지만 주사 또는 정맥주사 형태다. ‘한 알로 루푸스를 정밀하게 다스리는 경구 치료제’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비라인의 선두 파이프라인 아피메토란이 노리는 게 바로 그 자리다. TLR7과 TLR8 두 수용체를 동시에 억제하는 소분자 경구제로, 하루 한 번 복용한다. 이 두 수용체는 선천 면역계에서 핵산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루푸스 환자에서 과활성화되면 지속적인 면역 공격이 일어난다. BMS 시절인 2025년 5월 FDA 신속심사(Fast Track) 지정을 받았고, 피부 루푸스(CLE) 1b상에서 약력학적 효과가 확인됐다. 현재 전신 루푸스(SLE) 2상이 진행 중이며 2026년 하반기 데이터 공개 후 3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파이프라인도 각기 다른 면역 경로를 공략한다. BMS-986326은 조절 T세포(Treg)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IL-2-CD25 융합 단백질로, 아토피 피부염과 루푸스를 대상으로 1b상을 진행 중이다. 로메데우시티닙은 경구 TYK2 억제제로 건선 2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거뒀으며 희귀 면역 질환 쪽으로도 개발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IL-18과 IL-10 경로를 각각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생물학적 제제 2종이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슬람 CEO는 “앞으로 12개월 내에 파이프라인 전반에 걸쳐 추가 임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증상 관리를 넘어 면역계 재조율과 지속적인 질병 통제로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자가면역 시장, 대형 플레이어도 속도전

비라인이 진입하는 자가면역 시장은 뜨겁다. 바이오젠(Biogen)은 최근 CLE 대상 리티필리맙(litifilimab) 2/3상에서 유의미한 질병 활성도 감소를 확인했고, 길리어드(Gilead)는 T세포 인게이저 OM336 확보를 위해 오우로 메디슨즈(Ouro Medicines) 인수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스타트업도 활발하다. 미라도어 테라퓨틱스(Mirador Therapeutics)가 크론병·류마티스 관절염 등 면역섬유화 질환 대상으로 2억 5천만 달러 시리즈B를 유치했고, 오디세이 테라퓨틱스(Odyssey Therapeutics)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2억 1,300만 달러 시리즈D를 조달했다.

3억 달러의 시리즈A 자금은 후기 임상 개발까지 버틸 수 있는 규모다. 2026년 하반기 아피메토란의 2상 데이터가 첫 번째 변곡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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