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타, ARR 3억 달러 돌파… ‘섀도우 AI’ 공포가 새 성장 엔진 됐다


한때 보안 인증은 연 1회 행사였다. 감사를 마치면 PDF 한 장을 고객사에 넘기고, 그걸로 신뢰 증명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AI 도구가 조직 전반에 스며들면서 이 방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보안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AI 툴이 직원 컴퓨터에서 돌아가고, 고객 데이터에 닿을 수 있다. 1년에 한 번 찍는 스냅샷으로는 이 위험을 잡을 수 없다.

vanta logo - 와우테일

반타(Vanta)는 이 공백을 파고든 회사다. SOC 2, ISO 27001, HIPAA 등 35개 이상의 보안·컴플라이언스 인증 취득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으로 출발해, 지금은 벤더 리스크 관리·감사·GRC(거버넌스·리스크·컴플라이언스)를 하나로 묶는 에이전틱 트러스트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창업자 크리스티나 카치오포(Christina Cacioppo)는 스탠포드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드롭박스에서 드롭박스 페이퍼 제품 책임자로 일했다. 기업 간 신뢰 증명이 성장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2018년 Y컴비네이터를 통해 반타를 창업했다. 초기 코드는 카치오포가 책으로 독학해 직접 작성했다.

2025년 7월 반타는 시리즈D에서 1억5000만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41억5000만 달러를 인정받았다.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라운드를 이끌었고, 세쿼이아 캐피털, 골드만삭스 얼터너티브스, JP모건, 크래프트 벤처스, Y컴비네이터, 아틀라시안 벤처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벤처스가 참여했다. 누적 조달액은 5억4백만 달러다.

그리고 9개월 뒤인 4월 29일, 반타는 ARR이 3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성장 속도 자체가 빨라지고 있다. ARR 1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까지는 2년이 걸렸고, 2억 달러까지는 15개월, 3억 달러까지는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성장을 당기는 힘은 섀도우 AI(Shadow AI)다. 반타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의 70%가 보안 검토 없이 AI 도구를 도입한 상태다. LLM은 기존 SaaS 툴보다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52% 높다. SOC 2 인증을 위해 반타를 쓰기 시작한 고객이, AI 도구가 늘어나면서 벤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다시 반타를 찾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반타의 기술 핵심은 ‘트러스트 그래프(Trust Graph)’다. 400개 이상의 통합 연결을 기반으로 내부 통제, 벤더 관계, 감사 증거, 컴플라이언스 의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지식 그래프다. 새 AI 툴이 도입되면 해당 벤더의 리스크 프로파일, 접근 권한, 데이터 노출 범위가 자동으로 매핑된다. 여기에 ‘반타 에이전트’가 24시간 컴플라이언스, 감사, 벤더 리스크, 설문 응답을 처리한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샘사라(Samsara)는 반타 에이전트를 도입해 10개 프레임워크에 흩어진 820개 통제 항목을 260개로 압축하고, 벤더 리뷰 속도를 50% 끌어올렸다.

고객사는 현재 1만6000곳을 넘었다. 포브스 AI 50에 오른 기업의 60%가 반타 고객이고,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5600억 달러에 이른다. 커서(Cursor), 디케이곤(Decagon), 하비(Harvey), 듀오링고, 아틀라시안, 스노플레이크가 고객사 목록에 있다.

경쟁 구도를 보면, 드라타(Drata)가 시리즈C 2억 달러를 조달하며 반타의 가장 가까운 경쟁사로 꼽히고, 세큐어프레임(Secureframe)은 SMB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YC 출신 델브(Delve)는 SOC 2 인증서 494건 중 493건이 가짜라는 내부고발로 업계 전반의 신뢰도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레그테크·컴플라이언스 시장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GRC 시장 규모는 652억 달러로 추산된다. 카치오포는 ARR 3억 달러를 “체스판의 후반 칸”에 들어선 것으로 표현했다. 앞에 놓인 칸이 더 많다는 뜻이다. IPO 계획을 묻는 말에는 “단기 이벤트보다 장기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켄타우로스(Centaur)는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가 명명한 용어로, 연간 반복 매출(ARR)이 1억 달러를 넘어선 SaaS 기업을 지칭한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뜻하는 유니콘(Unicorn)이 투자 밸류에이션 기준이라면, 켄타우로스는 실제 매출 규모로 성장을 입증한 기업에 붙는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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